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의 모습.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의 모습을 민주적으로 바꿔 놓았던 혁명가, 그 이름 클라우디오 아바도.


1989년 여름. 20세기 중후반기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었던 황제 카라얀이 사망한다. 전세계의 음악인과 음악 애호가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과연 카라얀의 뒤를 이어 새로운 황제에 등극할 인물이 누구인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독일인도 아니었고 어느 악단의 상임지휘자로서의 경력 또한 짧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젊은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였다. 


베를린 필의 단원들의 직접 투표로 뽑은 최초의 상임 지휘자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한 이 젊은 지휘자는 지휘자와 단원의 관계를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로 탈바꿈하고자 노력한다. 단원들이 그를 부를 때 '마에스트로~'라고 부르지 않고 그저 '클라우디오~'라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한 것은 이전의 베를린 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국적조차 독일인이 아니었던 이 젊은 이탈리아의 젊은 지휘자가 베를린 필의 수장이 된 이유가 어디 있었을까? 그 이유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인간성이나 음악외적인 이유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바로 브람스의 교향곡, 관현악곡을 해석하는 능력에서 찾기도 한다. 그는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가 되기 직전 바로 베를린 필과 브람스 교향곡과 관현악곡을 녹음하고 있었다. 그리고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가 된 후 가장 먼저 했던 녹음 역시 바로 브람스 교향곡 전집 음반이다. 




아바도는 이탈리아 출신답게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오페라, 오페라 서곡을 잘 해석하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또 한편으로 베토벤, 브람스, 말러의 교향곡, 관현악곡을 다루는 능력 역시 동시대의 지휘자 중 최고였다.


그 옛날의 푸르트벵글러, 발터, 그리고 칼 뵘, 카라얀, 클라이버 등등 브람스 교향곡의 명반들은 너무도 많다. 그리고 이들 명반의 대열 중엔 세계 최고의 지휘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바도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 음반 역시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특히 교향곡 1번은 푸르트벵글러, 샤를 뮌쉬, 귀도 칸텔리의 음반과 함께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음반으로 강력추천한다. 


적어도 2000년 이후엔 세계 최고의 지휘자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 위암수술을 받고 나서 무척 수척해진 모습으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절대로 놓지 않았던 진정한 마에스트로. 이제 그마저 하늘의 별로 남게 된 2015년. 이제 또 누가 그의 뒤를 이어 브람스를 들려줄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기대해본다.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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