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폰 멘첼(Adolf von Menzel)의 작품 무도회의 만찬(Ballsouper). 1878년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떠드느라 바쁜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떤 음악인들 제대로 귀에 들어올까?

MOZART: Divertimento in D major KV 136 "Salzburg Symphony No. 1"

듣는 순간부터 곧바로 흥겨워지는 상큼한 곡 하나 소개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클래식 음악들 중 어떤 음악이 가장 흥겹고 경쾌한, 마치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한 입 가득 넣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인가를 묻는다면 난 이 곡을 맨 먼저 꼽고 싶다. 모차르트가 남긴 걸작, 디베르티멘토 D major, 짤츠부르크 교향곡 1번이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흥겹게 즐기면 그만인 곡이라 이 곡에 대한 설명도 가볍고 짧게 해도 될 듯하다.

보기만 해도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제시카 여신의 모습처럼듣기만 해도 바로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도 있는 법이다.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는 기분전환이라는 뜻인데 18세기 폼 잡고 음악 듣는 것이 일상이자 취미였던 귀족층들을 위해 작곡된 음악의 한 장르이다. 그리고 기분전환이라는 뜻에는 가볍고 흥겨운 이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즉, 디베르티멘토라는 음악장르는 결코 무겁고 거칠어선 안 된다. 그저 가볍게, 흥겹게 감상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모차르트가 남긴 37곡의 디베르티멘토 곡들 중 일부가 매우 유명하지만 모차르트만이 디베르티멘토를 작곡한 것은 아니었다. 모차르트가 가장 존경하는 그의 스승이었던 하이든 역시 57곡이나 되는 디베르티멘토를 작곡하였고 이는 훗날 하이든이 음악사에 남긴 가장 위대한 업적인 현악사중주 형식의 작곡에 기틀이 된다. 그러나 하이든이 남긴 디베르티멘토는 모차르트의 것에 비해 연주되는 횟수가 매우 적다. 주로 모차르트가 남긴 곡들이 많이 연주되고 시민혁명의 영향으로 귀족사회가 몰락하며 19세기 넘어가면서 사라졌다가 20세기 들어 스트라빈스키, 바르톡이 다시 주목하며 부활하였다.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당시의 귀족들이 이 곡을 들었던 목적은 우아한 식사시간에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 마치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 것처럼, 그저 듣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멜로디.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했던 시기는 삶에 큰 곤궁함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16세 때였다. 당시의 모차르트는 어릴 적부터 다시 없을 신동, 천재라는 극찬을 받고 열심히 연주여행을 다니던 때였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누볐다. 바로 이 무렵에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드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음악가의 꿈을 아들을 통해 실현하며 돈방석에 앉아 온갖 호화와 사치를 누렸던 것이다. 그리고 연주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모차르트가 신동의 딱지를 떼고 본격적으로 작곡가로 발돋움하게 되는 터닝포인트에 작곡된 곡이 바로 이 곡, 짤츠부르크 교향곡 1번이다.


디베르티멘토라는 음악은 귀족들이 유유자적 밥처먹고 있을 때 감상하라는 목적으로 작곡된 곡이긴 하지만 모차르트는 귀족의 의뢰에 의한 작곡을 무척 싫어했다는 것은 피아노 협주곡 20번, 플룻과 하프를 위한 협주곡을 소개할 때 이미 언급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훗날 짤츠부르크에서의 지긋지긋한 생활을 끝내고 자유를 얻는 대신 가난을 택하는 고난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 귀족과 자신간의 갑을관계에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던 10대의 소년이 디베르티멘토라는 곡을 작곡할 때, 높으신 귀족님들 편안한 식사시간 되시라고 음표 하나하나를 기보할 때마다 정성을 들였을까? 아니면 씨팔~ 더럽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별 수 없다는 심정으로 했을까? 혹은 이런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축사에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기분 좋아져서 더 살이 많이 찌고 육질도 좋아진다는 이야기처럼 모차르트는 그 귀족들이 축사의 살찐 가축 정도로만 생각되지 않았을까?


그 해답은 이 글을 읽으며 이 곡을 듣는 여러분 각자가 찾아보시길 권한다. 분명한 것은 당시 모차르트의 속마음이 어쨌든 간에 내 블로그에 찾아오신 분들은 결단코 거만한 귀족, 살찐 가축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ㅎㅎㅎ 단, 나 이런 음악도 들어~ 니들과는 달라~ 하는 식의 지적 허세를 과시할 목적으로 내 블로그에 찾아오신 분들이 아니라면 말이다.

ps 1) 모차르트 본인은 이 곡을 디베르티멘토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형식상으로 미뉴엣(minuet, 작은 무곡)이 빠져있고 악기 편성이 현악 4 중주로만 되어 있는 점이 다른 디베르티멘토와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이 곡이 현악4중주로만 보기엔 또 무리가 있다. 소규모의 챔버 오케스트라, 혹은 현악4중주로 모두 연주 가능하다.


ps 2) 모차르트의 가벼운 곡 하나를 소개하며 무슨 계급투쟁적 사상까지 내비치는 것 아니냐는 확대해석은 자제해주시길 부탁 드린다. 난 그저 취미로 음악 듣는 것 좋아하고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며 야동보는 걸 또 좋아하는 이공계 출신의 소시민일 뿐이다. 로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이끄는 위대한 령도자 같은 거, 나와는 아주 다른 세상의 언어들이다.


Anton Steck (conductor)
Concerto Koln
녹음: 2005/11 Stereo, Digital
장소: DeutschlandRadio Koln, Sendesaal

전악장 연속재생


I. Allergro


II. Andante


III. Pr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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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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