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ZT: La Campanella-No. 3 in the “Six Grand Etudes after Paganini”
독주곡 2011. 5. 28. 15:04 |종소리.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취미 중 하나가 세계 각지에 있는 종을 수집하는 건데 거실 장식장에 그 많았던 종이 어디로 치워졌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꽤 많이 모았는데.
LISZT: La Campanella-No. 3 in the “Six Grand Etudes after Paganini”
19세기의 대음악가이자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던 프란츠 리스트에게 젊은 시절의 고생, 슬럼프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 같지만 그 리스트에게도 짧지만 강렬했던 슬럼프는 있었다. 그의 나이 16세에 그를 음악계에 들여놓게 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와 함께 파리에 살았던 몇 년간의 시간이다. 당시 리스트는 꽤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졸지에 소년 가장이 되었고 생활비가 비싼 파리에서 생활하느라 먼 곳까지 이동하며 연주회와 피아노 레슨으로 생활비를 벌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술, 담배를 평생 동안 입에 달고 다녔던 생활습관이 이때부터 생겼고 성직자가 되겠노라고 작심한 것도 이때였다. 물론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로 성직자가 되진 못했다.
풋풋했던 첫사랑도 이 당시에 이루어졌다. 카롤린느 드 생크릭(Caroline de Saint-Cricq)이라는 이름의 소녀로 나이는 리스트보다 한 살 어렸다. 리스트 역시 이 풋풋한 매력이 넘치는 소녀를 사랑하며 여러모로 곤궁에 처한 자신의 지친 영혼을 위로 받았고 카롤린느 역시 잘생기고 피아노도 잘 치는 프란츠 리스트 오빠를 사랑했다. 그러나 모든 첫사랑의 결말이 그러하듯 두 사람은 애틋하고 아픈 추억만을 간직한 채 끝나고 말았다. 카롤린느의 집안이 너무 굉장했던 것이 문제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백작으로 당시 프랑스의 국왕 샤를 10세 밑에서 상공부 장관을 하던 인물이었다. 지체 높은 장관의 눈으로 보기엔 돈도 없고 얼굴만 허여멀건 잘생기고 피아노 잘 치는 소년은 여자 팔자 사납게 하는데 딱이었다.
리스트가 사랑했던 카롤린느라는 소녀. 풋풋하고 청순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15세 소녀카롤린느는 아마도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까?
물론 현실과 상상의 괴리는 엄연히 존재한다. -_- 실제 카롤린느의 모습이다. 아마 노년의 모습을 찍은 것 같다.
결국 카롤린느란 소녀는 딴 놈한테 시집을 가버렸고 리스트는 훗날 꼬부랑 할배가 될 때까지 이 소녀와의 풋풋했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추측하건대 훗날 있게 될 리스트와 귀부인들간의 수많은 염문은 첫사랑의 실패에 대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을 매몰차게 대했던 높으신 귀족들에 대한 작은 반란, 그 귀족들의 귀부인을 품에 안으며, 귀부인들이 자신을 향해 환호하고 환장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짜릿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니들도 결국 벗겨보면 나라는 놈과 똑같구나? 오히려 나보다 더 추하구나? 짜릿한 희열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양껏 조롱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고귀한 척 해봐야 결국 니들도 나랑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뿐이야. 리스트는 저기 저 팬더처럼 귀부인들을 조롱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 시기의 리스트는 경제난과 잇따른 첫사랑의 실패로 인해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 건강도 좋지 않았고 피아노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책을 읽거나 교회에 나가 기도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시간을 보냈다. 파리지앵들 사이에서는 리스트가 죽었다, 파리를 떠났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그렇게 독하디 독한 20세의 고비를 넘긴 리스트는 1932년 4월20일, 운명의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이름 바로 니콜로 파가니니였다. 파가니니는 콜레라로 죽은 파리시민들을 추모하는 콘서트를 하고 있었고 바로 이 연주회를 리스트가 본 것이다. 빼빼 마르고 날카로운 눈빛의, 마치 악마의 형상을 한 사내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음율에 리스트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귀신! 악마! 거인! 20살 청년 리스트가 찾아 헤맸던 음악가로서의 이상향을 바로 그곳에서 찾게 되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어야겠다!”
그때부터 리스트는 하루에 열 시간씩 피아노를 연습했다. 잠시나마 잠자고 있던 음악가로서의 열정, 야성이 자신의 우상을 보고 되살아 난 것이다. 그것도 아주 폭발적으로.

리스트와 그의 벗들. 저 뒤로 보이는 로시니, 파가니니, 베를리오즈, 그리고 앞으로 보이는 작가 뒤마의 모습까지.
이때부터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작품에 심취하였고 24개의 무반주 카프리스(24 Caprices For Solo Violin)을 편곡하여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 연습곡집(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 d'après Paganini)을 발표하였다. 24곡의 카프리스 속의 다섯 곡,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3악장을 따서 작곡하였다. 1838년 파리에서 간행되었으나 13년 뒤인 1851년에 대대적인 수정을 가하여 파가니니 대연습곡(Grand Etudes after Paganini)으로 제목을 고쳤다. 그리고 초판, 개정판 모두 클라라 슈만에게 헌정되었다.
여섯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자 각종 CF의 BGM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곡은 오늘 소개하는 제3곡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이다. 라 캄파넬라는 종을 뜻하여 한 대의 피아노 만으로 탱탱탱~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기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원래 제목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3악장 Rondo이다.
연주하기 대단히 어려운 곡 중의 하나이다. 가깝게, 멀리, 크게, 작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어려운 곡을 압도적인 초절기교를 뽐내며 다시 태어난 리스트라는 극찬을 받은 명 연주자 조르주 치프라의 연주로 감상하겠다.

Georges Cziffra
녹음: 1975
장소: Theatres des Beaux-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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