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VINSKY: Tango

관현악곡 2010. 1. 18. 22:18 |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 현대인의 고독과 상실감을 그려낸 수작이라고 평가받지만 내겐 어렵고 지루한 영화였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너무 컸다고 해야 할까?

STRAVINSKY: Tango

짧은 탱고음악 하나 올린다.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탱고이다. 스트라빈스키는 현대음악의 첫 번째 관문을 열어 젖힌 현대작곡가답게 그의 음악들은 처음 듣기에 상당히 힘들다. 만일 봄의 제전, 불새 등의 작품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벅찬 감동을 느꼈다면 자신이 정상인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짧은 곡 탱고는 예외라고 할 수 있는 곡이다. 가벼운 탱고음악이기도 하고 아무런 거부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탱고음악으로 가장 유명한 작곡가를 꼽는다면 물론 아스토르 피아졸라이다. 탱고의 음악적 기틀을 확립했고 탱고를 처음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세운 사람이다.

원래 유명한 곡이지만 이 장면 때문에 더 뜬 곡이 바로 피아졸라하면 떠오르는 명곡 리베르 탱고이다.

아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신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젊은 시절엔 첼리스트 유망주였으나 어찌어찌 인생이 꼬여버려 집안에서 솥뚜껑 운전수나 하고 있는 한 아줌마의 자아 찾기. 성질 드러운 지휘자에게 똥덩어리라는 소릴 들으면서까지 기어이 첼로를 잡아야 마치 사막에서 한 모금의 물로 입을 적시는 것 같은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정희연 아줌마의 첼로 협주곡으로 연주된 곡이 바로 리베르 탱고였다. 또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사전에 리허설 한 번 없이 갑자기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를. 게다가 솔로로 연주해본 경험도 없는 아줌마가. 말이 안되는 거 알지만 드라마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지. 게다가 저 장면이 또 얼마나 감동적인 장면이었나.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탱고의 전도사로 활약하였는데 그가 평생을 두고 가장 존경했고 그에게 가장 많은 음악적 영향을 준 사람이 바로 스트라빈스키와 벨라 바르톡이었다. 스트라빈스키가 이 곡을 작곡한 것은 그가 하버드 대학의 객원교수로 있을 1939년 이후였다. 그리고 1940년, 미쿡에서 처음으로 작곡한 곡이 바로 이 짤막한 탱고였고 그는 1945년에 미쿡에 정식으로 망명하게 된다.

오래 전에 안탈 도라티의 불새 음반을 리핑해서 하드에 저장해 놓은 것을 듣다 보니 이 곡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몇 번을 다시 듣게 되었다. 화려한 탱고와는 거리가 좀 있다. 화려하다기보다는 우수에 찬, 다소 칙칙하고 퇴폐적인 느낌을 준다.


Antal Dorati (conductor)
London Symphony Orchestra
녹음: 1964/09 Stereo, Analog
장소: Great Britain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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