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폰 주페. 19세기 중반과 후반까지 활동했던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오페레타라는 장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준 작곡가였다.

SUPPE: Dichter und Bauer - Overture

내 오랜 이웃이신 현성님께선 일전에 내가 올렸던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감상한 후 이와 같은 댓글을 남겨 주셨다.

모든 예술은 문외한을 감동 시켜야만이 최고의 예술이지요.
작곡과 연주 모두 종일하다는 생각입니다.(종일이 아니라 동일이겠죠 -_-)
파바로티의 연주를 듣고 시장통 아낙들도 노래 잘 한다고 합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모든이의 엉덩이를 덜썩이게하는 힘이 있지요. 어렵다고 수준 높은 음악이라 단장 지을 수 없습니다. 예술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구구절절 다 옳은 말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술은 나누는 것이지 정복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무슨 무슨 단계별로 이 곡을 들어보고 또 다음엔 이 곡을 들어보는 과정을 ‘도전’이랄지 ‘입문’한다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낀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걷는 도심의 한복판. 한 음반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멜로디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이나 그 멜로디에 취해 본적이 있는가? 마치 운명처럼 이끌려 이 멜로디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음반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그 음반을 결국 돈 주고 사야만 했던 경험이 있는가? 그 음악이 클래식이 됐건 혹은 혹은 대중가요가 됐건 그토록 취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때부터가 돈지랄의 시작이 된다.

혹시 쇼스타코비치나 쇤베르크의 현악사중주, 혹은 바르톡의 현악 사중주랄지 무슨 무슨 협주곡 같은 거 들어본 경험이 있는 분? 난 호기심 삼아서 쇤베르크의 음악을 잠깐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잠깐의 경험으로만 끝내야만 했다. 왜냐? 세상의 모든 음악이 다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난 쇤베르크의 음악은 앞으로도 친해지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 감상에 대해 이처럼 정말 듣기 힘든 음악들을 듣는 짓거리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여기서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청나라 사신이 독일에 방문할 일이 있었다. 당시 독일에선 지구 반대 편의 대국에서 온 나라의 사신을 성대히 접대하기 위해 독일이 자랑하는 위대한 문화예술인 음악, 그 중에서도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음악이란 것처럼 인류와 언어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누구든 감동할 수 있는 매개체는 없기에 이 청나라 사신 역시 큰 감동을 먹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예상대로 청나라 사신은 크게 감동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맨 처음 연주했던 곡이 가장 좋군요. 감동했습니다]

맨 처음 연주했던 곡? 과연 무엇일까? 웃기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단원들이 연주에 들어가기 앞서 빽빽거리던 악기의 튜닝소리였다. 이처럼 어떤 음악과 예술이든 전혀 다른 감성의 사이클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전혀 와 닿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음악, 예술을 누군가를 압도하려는 목적으로 작곡하고 또 감상하려는 것보다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백 번 옳은 이야기일 것이다.

얼마 전에 경기병 서곡을 소개할 때 잠깐 언급했던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프란츠 폰 주페라는 사람은 당시 독일과 유럽사회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던 낭만주의 음악의 한가운데에서 오페레타라는 음악의 장르를 통해 일반 대중들이 손쉽게 음악을 접하고 감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 주페라는 작곡가는 흔히 알려진 곡이 경기병과 오늘 소개하는 시인과 농부, 보카치오, 아름다운 갈라테아 등의 작품을 남겼으나 이 중에서도 특히 서곡만이 연주되는 경기병 서곡, 그리고 시인과 농부의 서곡 등이 많이 연주되고 있다. 작곡가로서의 주페가 차지하는 음악사적인 비중은 프리츠 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음악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수없이 많이 연주되고 참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대표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음악은, 예술은 정복하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야 한다는 철학을 프란츠 주페가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조용하게, 차분하게 시작되었다가 왈츠에 행진곡풍의 리듬까지 느낄 수 있는 종합세트와 같은 곡이다. 관현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의 복합체를 다 포함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많은 음반이 있지는 않지만 몇몇 음반을 비교하며 들어봤을 때 솔티 영감만큼 박력 있고 활기차게 연주하는 음반은 없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끝까지 흥겹고 에너지 넘치는 관현악곡이 이런 것임을 제대로 느껴보시기 바란다. 9분이 좀 넘는 짧은 곡이라 편하게 감상하기엔 그만이다.


Sir Georg Solti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59 Stereo, Analog

'관현악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RAVINSKY: Tango  (4) 2010.01.18
TCHAIKOVSKY: 1812 Overture op. 49(H. Karajan)  (5) 2010.01.07
SUPPE: Die Leichte Kavallerie-Overture  (4) 2009.11.04
GRIEG: In Autumn op. 11  (2) 2009.10.22
TCHAIKOVSKY: Francesca da Rimini op. 32  (2) 2009.10.11
Posted by snip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