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쇼스타코비치.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면서 어두운 분위기의 번뜩이는 천재성이 느껴진다. SF영화에 악역으로나오는 미치광이 천재 과학자의 이미지가 느껴진다고 할까?

타임誌 표지모델로 등장한 쇼스타코비치. 사회주의 전선의 최전방에서 싸우는투사의 모습으로 나와있다. 정작 쇼스타코비치 자신은 스탈린의 폭거에저항하는 고뇌에 찬 지식인이었으나 많은 이들의 기억속엔 그런 모습은 그다지 남아있지 않다.

  • 디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의 생애

쇼스타코비치란 이름에서 딱 떠오르는 몇가지 이미지를 정리해보면 '빨갱이 음악의 대부', '20세기 음악사에 가장 위대한 천재 작곡가', '고뇌하는 지식인' 등이 될 것이다.쇼스타코비치의 삶의 행적을 돌아보면 이 중에서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쇼스타코비치는 때론 스탈린의 폭거와 억압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때론 그에게 충성과 복종을 맹세하며 수많은 이른바 '빨갱이 음악' 들을 작곡하였다.

쇼스타코비치는 뻬뜨로그라드 음악원(음악원의 교장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수제자인 글라주노프)시절부터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졸업을 앞두고 작곡한 교향곡 1번은 전세계적인 갈채를 받으며 그의 화려한 인생의 서막을 알렸다.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참으로 굴곡많았던 인생을 살게 되는데 광산기사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궁핍한 생활, 폐결핵을 앓으며 죽을 고비를 넘겼던 아픔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전 러시아에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그의 인생에 첫번째 위기라고 할 수 있었던 일대 사건은 폭발적인 인기리에 공연되었던 그의 오페라 'Lady Macbeth of Mtsensk' 때문이었다. 이 오페라는 대단히 통속적이고 신랄한 사회의 비판과 함께 저속한(당시 고위층의 판단으로)대중음악들이 어우러진 작품이었는데 이오페라를 문제의 스탈린이 보고야 만 것이다.당시 스탈린은 레닌 이후에어렵게 쟁취한 권력(레닌이 스탈린을 후원하지 않아 엄청난 살상을 통해 권력을 잡았다) 의 정통성과 사회의 기강확립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이 오페라를 보고 노발대발하게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스탈린은 소련 예술가들에 대한 대대적인 피의 숙청을 지시하였고 수많은 재능있는예술가들이 스탈린에게 굴복하거나 혹은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예술인생에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했던 그의 오페라 작품 'Lady Macbeth of Mtsensk' 의 한 장면.

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이 난리통 속에서도 다행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만큼 그의 위치는 전세계 음악예술계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기에 천하의 스탈린도 그를 죽이거나 건드릴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스탈린의 회유와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된다. 바로 체제에 순응하여사회주의 건설에 앞장서서 건전하고 계몽적인, 다분히 선동적인음악들만을 만들기로 맹세, 아니 굴복하게 된다.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1937년엔 최고의 예술상인 스탈린상과 인민예술가 선정 등 서훈을 받았으며 그가 죽은 후에 공산당의 충성스러운 아들이며 소비에트 음악 발전과 사회주의 휴머니즘 이상을 실현하는데 전 생애를 바쳤다는 추도를 받게 된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그의 사상적인 면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는데 그는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스탈린에게 항거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를 어두운 시절을 고통과 투쟁속에 살아야 했던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스탈린의 공포정치에 굴복했던 점은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지식인, 빨갱이었음을 알게 된다.

  • 쇼스타코비치와 스탈린

스탈린은 정통성없는 권력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대대적인 피의 숙청과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서역대 독재정권이 가장 많이 써먹었던 '상징조작'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쓰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상징조작으로 대표되는 음악예술의 최정점엔 천재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있었다.

스탈린의 폭압에 못이겨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짐을 싸서 망명을 시도하였다.그리고 소련에 남아야 했던 예술인들에겐 스탈린의 권유, 아니 명령에 의한 작품들만을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탈린이 쇼스타코비치에게 요구하는 음악은 서사적이고 기념비적인, 그리고 대중을 계몽시키는 선동적인 음악들이었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는 살아 남기 위해 이러한 곡들을 다수 작곡하였다.

말년의 쇼스타코비치. 젊은 시절에 비해 많이 온화해진 얼굴이다. 인생의 수많은 굴곡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야 했던 거장,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들어보면 강렬하고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금관악기와 타악기의 현란한 퍼포먼스를 느낄 수 있는데 같은 교향곡의 장르에서 이토록 파격적일 수 있나 싶을 정도이다. 마치 군악대의 군가, 행진곡을 듣는 느낌이 들고 딱 듣는 순간 아~! 이거 옛날에 빨갱이들이 들었으면 없는 힘도 불끈불끈 솟아 났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가 작곡한 교향곡들의 제목부터가 상당히 골때리는데 5번 교향곡은 "레닌그라드", 12번 교향곡은 사회주의 혁명의 원년인 "1917년", 그 외에도 제목부터가 굉장히 선동적이고 계몽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들이 많다.한동안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음악은 '빨갱이 음악' 으로 낙인이 찍혀 몰래 불법으로 테잎을 유통시켜 들어야했는데 단순히 호기심 충족의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책이나 영화라면또 모를까 음악만 들어서 다 빨갱이가 되고 말고 할 정도로 인간의 두뇌가 그토록 단순하단 말인가?

  •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음악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많은음악들 중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15편의 교향곡이다. 그리고 15편의 현악사중주가 있고 그외에도 많은 협주곡, 실내악, 소나타와 스탈린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야만 했던(딴 생각하지 말고 대중을 즐겁게만 해주는 음악들이나 만들라는 명령)주옥같은 영화음악들도 있다. 그 외에도 그가 남긴 재즈 모음곡과 발레 모음곡들이 있는데 아마 그의 음악중에 대중적으로 가장 친숙한 곡이 바로 재즈 모음곡일 것이다.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번지점프를 하다' 에서도 삽입된 왈츠 2번은대단히 우아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왈츠곡이다.
같은 왈츠곡이라고 해도 스트라우스 부자에 의해만들어진 왈츠들과는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마치 군악대의 행진곡을 연상시키는 듯한 씩씩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진다.

소개하고자 하는 곡은 재즈 모음곡 2번이다. 재즈 모음곡 2번은 모두 8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듣는 순간부터 대단히 흥겹고어깨가 들썩거리는 신나는 곡이다.가만히 듣고 있자면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지 인형을 비롯한 발레곡들과도 많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

SHOSTAKOVICH: Jazz Suite No. 2(Suite for Promenade Orchestra)
Theodore Kuchar (conductor)
National Symphony Orchestra of Ukraine
녹음: 2004/06/01~08 Stereo, Digital
장소: Grand Studio, Kiev


전악장 연속재생

01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1 March


02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2 Dance No. 1


03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3 Dance No. 2


04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4 Little Polka


05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5 Lyric Waltz


06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6 Waltz No. 1


07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7 Waltz No. 2


08 - Shostakovich - Jazz Suite No. 2 -8 Finale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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