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E. Gilels)
피아노 협주곡/-라흐마니노프 2009. 12. 4. 13:52 |슈타인웨이 앞에 앉은 라흐마니노프. 슈타인웨이는 라흐마니노프에게 많은 후원을 하였고 라흐마니노프는 그 댓가로 미국에서엄청난 양의 공연을 소화해야만 했다.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E. Gilels)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최고의 난곡이라고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음표를 자랑하는 곡이라는 점, 그리고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의 모든 건반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것도 아주 빠르게 다 훑어 내리면서 쉼 없이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다긴다하는 피아니스트들도 이렇게 말하지 않던가? 이 곡을 연주하고 나면 어깨가 뻐근해지고 두통이 온다고.
라흐마니노프가 이 곡을 작곡했을 당시엔 라흐마니노프 본인 외엔 연주할 수 없는 곡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작곡한지 벌써 1세기가 지난 이 시점에선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을 연주하고 많은 음반을 남겼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연주, 음반이라고 딱 잘라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없다. 하지만 이건 있다. 이 곡은 기교상으로 너무 어려운 곡이고 오케스트라보다 피아노의 비중이 크다. 그래서 잘된 연주라고 평가 받는 음반과 그렇지 않은 음반을 함께 들어보면 양자간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명반을 들자면 이미 내 블로그에 많이 올려놨으니 찾아서 들어보시기 바란다.
리히터와 길렐스-나는 이 곡을 연주할 필요가 없다. 더 완벽한 연주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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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빨갱이나라 소련에는 피아노의 전설적인 타짜 두 명이 있었다. 하나는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또 하나는 에밀 길렐스. 이 두 사람은 수많은 작곡가의 수많은 곡을 연주하며 명반을 남겼는데 이 작곡가의 곡만큼은 이 둘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작곡가를 대보자면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등 러시아의 작곡가가 되겠다. 그만큼 이들은 이들 러시아 작곡가의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최고수 타짜 중의 타짜였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당시 이들보다 훨씬 선배였고 소련에서 가장 존경받는 여류 피아니스트로 일세를 풍미했던 마리아 유디나는 성격이 엉뚱한 면이 많았고 상당히 까칠한 편이었다. 그녀는 리히터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했다.
“걔? 라흐마니노프는 좀 하지”
모든 사람이 다 인정하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각광받고 있던 리히터를 두고도 그녀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훗날 유디나가 사망한 후 거행된 장례식장에서 리히터는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며 나름대로의 복수를 하게 된다.
리히터는 가장 많은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음반을 남겼던 피아니스트 중 하나였다. 그 수많은 작곡가의 수많은 곡을 완벽하게 연주한 그였지만 가끔 이빨 빠진 듯이 하나씩 빠뜨린 곡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불멸의 명반인 2번 협주곡을 남긴 그가 왜 3번은 녹음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그 까칠한 유디나에게서도 라흐마니노프에 있어선인정받았던 그 리히터가?
정확한 이유는나도 모른다. 내가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냐만 길렐스가 녹음하였기 때문에 자신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에브게니 모길레프스키가 연주하였기 때문이란 말도 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맞는지 너무 궁금해서 미쳐버리겠다고 생각하는 분은 리히터에게 직접 물어보시라.
이와 반대로 길렐스는 리히터가 연주한 2번 협주곡은 녹음하지 않았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도 아주 좋았고 서로가 존경하는 사이였다.
길렐스 때문인지 모길레프스키 때문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길렐스가 얼마나 대단한 연주를 했는지 꽤 궁금해진다. 직접 감상하면 알 수 있다. 마치 하늘에서 별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 같은 그 수많은 음표들을 하나하나 엮어서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것을 들어보면 이 곡을 연주하는 길렐스는 징하다 싶을 정도로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듯 하다. 그리고 ‘역시! 길렐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오늘 소개하는 길렐스의 이 음반은 일단 음질이 별로 좋지 않다. 그리고 1악장에선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마치 따발총으로 다다다닥 갈기면서 테러를 하는 느낌이다. 참고로 3악장에서 최고는 아르헤리치, 그리고 1악장에선 라자르 베르만의 음반이 매우 돋보인다. 베르만 특유의 숨막히는 테크닉은 정신을 멍하게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곡의 균형미를 가장 잘 살리고 있는 연주는 1951년 호로비츠의 연주가 아닐까 생각한다.
Emil Gilels
Andre Cluytens (conductor)
Orchestre de la Societe des Concerts du Conservatoire
녹음: 1955/06/13 Mono
장소: Theatre des Champs-Elysees,Paris
전악장 연속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