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EG: In Autumn op. 11

관현악곡 2009. 10. 22. 01:29 |


가을이 어김없이 왔다. 깊어가는 가을 날. 내 블로그에 찾아오신 많은 분들은 어떤 가을을 꿈꾸고 계시는지? 내가 항상 꿈꾸는 가을은 바로 이 사진과도 같은 가을이다.

GRIEG: In Autumn op. 11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왠지~, 왠지~ 센티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때가 되면 평소엔 있지도 않았던 감수성이 마구 생기고 왠지 모르게 책이라도 한 권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마구 생긴다. 애인도 만들고 싶어지고 왠지 사랑, 연애라는 단어가 찰기 넘치게 다가온다. 바로 내가 그렇다. 내가 좀 가을을 많이 타는 편이다. 휴~

가을에 책만 읽어줘야 쓰나. 이 가을엔 음악도 들어줘야 한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내 블로그에 오신 분들은 이 가을에 클래식 음악과도 한 번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시기 바란다. 적어도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누구나 할 것 없이 브람스를 외칠 것이다. 그리고 라흐마니노프, 특히 교향곡 2번을 또 이야기하겠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를 이야기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또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이야기하는 분도 계시겠지.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은 찾아보면 겁나게 많다. 아니, 많다기보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이 음악이 가을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음악은 원래 그렇게 듣는 거다.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가 만든 연주회용 서곡 중 ‘가을에’라는 이름을 가진 곡이 있다. 곡명 참 끝내주지 않는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곡이긴 한데 이 곡은 아예 가을에 들어보라고 제목부터 압박을 주고 있다.

그리그에 대한 설명은 일전에 그의 대작인 피아노 협주곡을 올리면서 짤막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첨가할 내용이 있다. 그가 얼마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매력을 풍기는 선율의 곡을 만들었는지 그의 음악을 평한 글이 있다. 그와 절친했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그의 음악을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그의 음악에는 마음을 녹이는 애수가 스며 있다. 때에 따라서는 터무니없이 넓게 퍼져 나가 웅대하고 숭고해지는가 하면, 또 때로는 잿빛으로 어둡게 물들기도 한다. 이런 점은 러시아인의 음악과 흡사하다. 그렇기에 우리 마음 속에 쉽사리 녹아들 수 있다. 그의 음악은 노르웨이의 저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리그가 ‘가을에’라는 곡을 만든 것은 그가 매우 젊은 시절, 결혼도 하기 전의 일이었다. 당시 그는 로마에서 체류 중이었는데 이 곡을 작곡한 후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덴마크 작곡가 닐스 가데(Niels Gade)에게 이 곡을 보여주었다. 이 때 가데의 반응은 어땠을까? 참고로 그리그가 남긴 작품 중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리스트가 격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그리그는 대단한 작곡가였는데.

가데 曰: 이걸 작품이라고 썼냐? 이런 건 휴지통에 처 집어넣고 집에 가서 작곡 공부나 더 열심히 해서 잘 써봐라.

라고 했다. 그리그는 그의 냉담한 반응에 뻥 찔 수밖에 없었고 훗날 개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뭐, 어찌되었든 이 곡을 한 번 들어보시라. 그리그의 대표 관현악곡인 ‘페르 귄트’ 부수 음악과 느낌이 꽤 비슷하다. 상당히 드라마틱한 전개, 풍부한 선율이 매우 인상적이다.

널리 알려진 곡이 아니라서 알려진 음반은 매우 적다. 일전에 소개했던 토마스 비첨 할배의 ‘페르 귄트’ 부수 음악 음반에 함께 수록되어 그 음반으로 소개한다. 이 가을의 정취를 느낄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는 분들은 이 곡을 들으며 가을의 분위기, 정취를 억지로라도 좀 느끼면서 살아보시기 바란다.


Thomas Beecham (conductor)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녹음: 1955/11/17 Stereo, Analog
장소: No.1 Studio, Abbey Road, London

'관현악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SUPPE: Dichter und Bauer - Overture  (2) 2009.11.27
SUPPE: Die Leichte Kavallerie-Overture  (4) 2009.11.04
TCHAIKOVSKY: Francesca da Rimini op. 32  (2) 2009.10.11
BACH: Orchestral Suite No. 3 in D major BWV 1068  (2) 2009.09.18
DEBUSSY: La Mer  (2) 2009.08.03
Posted by snip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