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in E flat major op. 73 `Emperor`(E. Fischer)
피아노 협주곡 2010. 3. 1. 18:02 |바흐의 평균율을 세계최초로 녹음한 대 피아니스트 에트빈 피셔. 바흐뿐만이 아니라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로 이어지는 독일 피아니즘의 정통을 지킨 대가 중의 대가였으며 피아니스트의 모범, 훌륭한 스승이었다.
BEETHOVEN: Piano Concerto No. 5 in E flat major op. 73 "Emperor"(E. Fischer)
아주 오랜만에 베토벤의 '황제' 한 번 감상해본다. 피셔와 푸르트벵글러가 남긴 아주 유명한 음반이다. 모노 시절엔 이 음반이야말로 '황제'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반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수없이 많이 쏟아진 음반들때문에 요즘은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긴 했지만.
피셔에 대한 설명은 이전에 푸영감과 함께 녹음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에 짤막하게 적어놨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곡은 수많은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연주되지만 가장 어려운 난곡은 아니라서 직접 연주를 할 줄 아는 사람이거나 어지간한 오타쿠들이 아니면 무엇이 잘된, 혹은 무엇이 잘못된 연주임을 가려내는 것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저 자신의 귀에 맞는 연주를 취사선택함이 좋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나 프로코피예프 등의 러시아 작곡가들이 작곡한 살인적인 기교를 요구하는 곡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어느 연주가의 연주를 들어보더라도 특별히개성있는 연주를 골라내긴 어렵다.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피셔-푸르트벵글러의 연주는 모노 시절엔 최고의 명반이었고뚜렷한 개성으로 소문난 음반이었다.
푸르트벵글러가 연주하는 협주곡을 들어보면 일관된 특징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솔리스트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빠르고 강한 템포로 밀어부치는데 당할 장사가 없다. 예외적으로 2차대전 종전 후에 메뉴인과 협연한 베토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에선 그와 같은 특징이 많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긴 하다. 이 연주에서도 그와 같은 특징이 잠깐씩 나타나긴 하지만 푸영감이 곡의 탄탄한 구조를 살리기 위해 그래도 많은 배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푸르트벵글러와 피셔는 친분이 매우 두터웠고 2차대전 막바지에 푸르트벵글러가 스위스에서 공포스러운 망명생활을 했을 때 피셔가 그의 뒤를 많이 봐주기도 했다. 이런 개인적인 친분때문일지는 몰라도 같은 곡이라도 다른 솔리스트와 녹음한 음반과 피셔와 함께 한 음반은 확연한 차이가 난다.
이 곡을 좋아하는어지간한 애호가들이라면 대략 10가지 이상의 음반으로 비교감상하는 것이 기본인데 나 역시 많은 음반들을 비교감상하면서 한동안 이 음반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한동안이다. 이 음반외에도 음질도 좋고 더잘된 연주라고 평가받는 수많은 연주들이 있으며 그들의연주를 듣고 나선피셔의 연주는내 기억속에서 꽤 오랜동안 잊혀지고 있었다. 내 블로그에도 명연이라고 꼽히는 것들을 이미 몇 차례에 걸쳐올린 적이 있으니 찾아서 들어보시라. 듣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비르투오소의 면을 극대화시킨 연주로는 미켈란젤리, 폴리니, 코바세비치 등이 꼽힌다. 그리고 곡의 전체적인 구조를 잘 살리면서 완벽한 기량을 뽐내는 연주로는 치머만, 박하우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명인 길렐스의 연주를 들 수 있다. 그리고여러가지음반을 들으면서 느낌을 종합하면그래도 이 곡에선 제르킨과 박하우스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10년은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20세 소녀의 황제 등극으로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2010년 3월 1일. 지금 이 시점에서전 세계에 그 이름이 우렁차게 울려 퍼진 김연아야말로 황제가 아니고 누가 황제이겠는가. 오늘, 황제에게 이 곡을 바친다.
내가 요즘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연아가 김씨인지 이씨인지도 모를 정도이다. 또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그날의 시합도 보지 못했다만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를 순 없다. 결국 나도 한국인이긴 한가보다.
Edwin Fischer Piano
Wilhelm Furtwangler (conductor)
Philharmonia Orchestra
녹음: 1951/2/19,20 Mono
장소: No. 1 Studio, Abbey Road, London
전악장 연속재생
I. Allegro
II Adagio Un Poco Mosso
III Rondo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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