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SHWIN: Piano Concerto in F major
피아노 협주곡 2009. 2. 25. 21:01 |21세기를 이끌어 나갈 가장 촉망받는 여류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엘렌 그뤼모(Hélène Grimaud). 지적이면서도 청순한 외모로 일단 시각적인 효과부터 반은 먹고 들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만을 보고 그녀의 인생,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다간 깜딱 놀라게 된다. 그만큼 알 수 없는 신비한 매력들로 똘똘 뭉친 피아니스트가 그뤼모이다.
GERSHWIN: Piano Concerto in F major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을 소개한다. 조지 거쉰에 대한 설명은 이미 이전 포스트에서 그의 대표명곡인 랩소디 인 블루를 소개하면서 덧붙였고 그의 피아노 협주곡에 대한 이야길 하자면 별로 길게 할 것이 없다. 이 곡이 조지 거쉰이 랩소디 인 블루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면서부터 다시 발표한 곡이란 것 정도? 랩소디 인 블루나 또 하나의 대표곡인 오페라 포기와 베쓰에 비할 만큼 널리 알려진 곡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이 곡에 대해 너무 궁금해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하는 분들은 이너넷이나 책을 통해 알아서 찾아보기 바란다.
가장 미국적인 작곡가 조지 거쉰과 그의 대표작 랩소디 인 블루 감상
대신 이번 포스트에선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젊은 여류 피아니스트인 엘린 그뤼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엘렌 그뤼모(Hélène Grimaud)에 대하여
지적이면서 청순한 외모를 자랑하는 그뤼모. 그녀의 음반 매출은 씨디 껍데기 사진만 보고 혹해서돈지랄한 남성팬들의 영향도 클 것이다. 근데 뽀샵을 잘해서 그렇지 동영상으로 보면 그렇게 이쁜 얼굴은 아니다.
엘렌 그뤼모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여류피아니스트로 꼽힌다. 미모와 재능을 겸비했으며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피아니스트로 본업인 음악 이외의 활동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뤼모는 1969년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태생으로 유대인 부모의 핏줄을 이어받았는데 어머니는 코르시카계 유대인, 아버지는 베르베르계 유대인으로 그녀의 가족 전체가 하나의 국적, 하나의 인종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엘렌 그뤼모의 음악세계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팩터로 작용한다. 즉,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이긴 하나 그녀를 프랑스 피아니즘의 정통을 계승한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며 라틴, 독일, 러시아계 작곡가의 곡을 연주함에 있어서도 어느 한 가지의 스타일로 매몰되지 않고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삶을 보면 마치 태어났을 때부터 대단한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예약한 것처럼 매우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뤼모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그뤼모는 어린 시절 청각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를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배운 피아노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게 된 것이다. 13살의 나이에 파리 국립 음악원에 입학하였고 15세엔 1등으로 졸업하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 연습곡을 레코딩하였다. 그 후 레온 플라이셔에게 가르침을 받고 또 많은 거장들과 협연을 하며 그 나이 또래의 피아니스트 중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도 협연하였고 볼프강 자발리쉬의 바바리아 교향악단과도 협연하였다. 또한 피아노의 여제 아르헤리치와도 함께 연주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미국에서의 데뷔는 1990년에 이루어졌다. 미국 곳곳에서 연주회를 가진 이후 1991년엔 미국에 정착하여 많은 공연을 가졌는데 그녀가 연주하는 레퍼토리가 참으로 다양한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 슈만, 브람스 등 독일 작곡가의 곡은 물론이거니와 그녀의 주특기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그리고 프랑스 작곡가인 라벨, 그리고 미국 작곡가인 거쉰의 곡까지 모두 섭렵하며 지금 현재에도 착실히 그녀의 디스코그래피를 쌓아 나가고 있다.
팔색조의 피아니스트
늑대를 사랑하는 여인. 늑대를 사랑하기에 대화도 나누는 여인. 그녀가 바로 피아니스트 엘렌 그뤼모인 것이다. 늑대를 사랑하자는 내용의 책과 DVD도 발매했다.
그뤼모는 왕성한 음악활동 외에 또 다른 분야에서 그녀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바로 늑대 보호 센터를 설립, 늑대를 무척 사랑하는 것이다. 그녀는 늑대를 단순히 애완동물 차원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늑대와 함께 생활하면서 교감할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늑대를 사랑하며 그녀 스스로 순수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를 뛰어난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 그뤼모가 아닌 늑대를 사랑하는 이색적인 미녀 피아니스트로 보는 시선은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녀는 늑대를 사랑하는 것이 자연을 보호하자는 생태학적인 양심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뤼모를 주목하게 하는 또 하나의 능력은 바로 공감각에 관한 것이다. 그뤼모는 열 한 살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귀와 눈으로 함께 느껴질 수 있는 공감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눈에 보이는 색깔들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도 서로 통하고 있는 대단히 희귀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뤼모의 음악
2008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아바도가 이끄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고 있는 그뤼모의 모습. 이날의 레퍼토리는 그녀의 주특기 중의 하나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이었다.
그뤼모는 현재 진행형의 피아니스트이며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최고의 유망주 아티스트를 내 맘대로 뽑아보자면 바이올린에선 장영주, 벤게로프, 그리고 피아노에선 키신과 그뤼모가 아닐까 생각한다.
데뷔 후 초창기 시절의 레코딩은 데논(DENON), 텔덱(TELDEC), 에라토(ERATO) 등 마이너 레이블과 많이 작업했으나 2002년부터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노랑껍데기 도이치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은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2003년에 제작한 음반 크레도(Credo)는 당시 클래식 음악계에서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2005년에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드레스덴 슈타카펠레와 함께 작업한 음반 리플렉션(Reflection) 또한 그뤼모의 팬들이 즐겨 찾는 음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뤼모는 젊은 여성 연주자치곤 대단히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 그리고 슈만과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와 협주곡 1번(사실 내가 들어본 이 곡의 음반 중 가장 형편없는 연주에 속했다)을 비롯해서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라벨과 바르토크, 거쉰 같은 현대 작곡가의 곡까지 전방위에 걸쳐있다. 대단히 레퍼토리도 다양할 뿐 아니라 매우 강렬한, 하지만 대단히 섬세한 이중적인 모습을 완벽하게 갖춘 연주를 구사한다. 이는 그녀의 인생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었기에 그럴 것이다. 프랑스 국적이지만 독일에 더 애착을 갖고 독일인처럼 생각하는 것도 그러하고 매우 가냘프고 청순한 미모의 소유자이지만 그 사납다는 늑대와 교감과 사랑을 나누는 것도 그렇다. 이제 그녀의 나이 겨우 마흔. 불혹의 나이에 접어 들었다. 아마 앞으로 40년은 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20세기 초반에 하스킬을 보며 감동했던 할아버지 세대와 아르헤리치의 젊은 시절을 보면서 황홀한 시절을 보냈던 아버지 세대에 이어 우리 세대의 팬들은 그뤼모의 연주를 경청하는 한 마리 늑대가 되어 그녀와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뽀~오나스-그뤼모가 쓴 책과 그녀가 출연하는DVD 모음
그뤼모는 본업인 연주활동을 열심히, 자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처럼 짬짬이 시간을 내어 가외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늑대를 사랑하기도 하고 자서전도 직접 저술했다. 위에서처럼 한국어로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는 책도 있다.
그뤼모의 연주로 듣는 거쉰 피아노 협주곡 F major
Warner classic에서 내놓은 그뤼모의 종합세트 6CD 음반. 노랑딱지 회사와 전속계약을 맺기 전의 음원들을 싸그리 모아다가 이렇게 종합세트로 만들었다.
그뤼모는 1997년에 에라토 레이블로 거쉰과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레코딩하였다. 그 후 2002년에 도이치그라모폰과 계약을 맺기 전까지의 모든 음원들을 싸그리 모아서 워너 클래식에서 한 장의 음반으로 발매하였다.
이 곡에서 가장 유명한 음반이라고 한다면 글쎄? 앙드레 프레빈 영감의 음반을 들 수 있다. 워낙 현대음악쪽으론 도가 튼 영감님이니까. 그 외에 야블론스키의 음반도 있겠다. 사실 그 음반들은 들어보지 않아서 이게 좋네, 저게 좋네 말할 처지는 못되지만 어쨌든 훌륭한 여류피아니스트의 정신없는 연주를 한 번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전체적인 곡의 분위기는 톡톡 튀는 듯한, 그리고 째즈풍도 많이 풍기면서 거쉰 특유의 해학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있다. 꽤 재밌는 곡이니 재밌게 감상하시라.
Hélène Grimaud (piano)
David Zinman (conductor)
Baltimore Symphony Orchestra
녹음: 1997/05/24-25 Stereo, Digital
장소: Joseph Meyerhoff Symphony Hall, Baltimore
전악장 연속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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