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브람스의 음악에서도 발터가 가장 잘 어울리는지 모른다. 발터의 음악은 따뜻함과 함께 넘치는 생동감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한 잔의 홍차와도 같은 진한 향은 때론 편안하게, 때론 끝없는 멜랑꼴리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BRAHMS: Symphony No. 3 in F major op. 90

브람스가 남긴 4개의 교향곡 중 3번은 어찌 보면 가장 브람스다운, 하지만 브람스답지 않은 면모를 갖추고 있다. 브람스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힘이 넘치고 남성적인 기백이 강하게 나타난 점은 브람스답지 않은 면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브람스다운 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지극히 멜랑꼴리하며 우수에 젖은 감상적인 느낌이 젖어 나오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브람스 교향곡 3번의 이런 모습을 두고 초연을 맡았던 한스 리히터는 '브람스 교향곡의 에로이카'라고 하였다. 실제로 베토벤 3번과도 매우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큰 차이점이라면 베토벤의 에로이카는 자신을 초월하는 비상(飛翔)의 힘을 밖으로 분출시키는데 반해 브람스 3번은 내재된 힘을 꺼내놓지 못하는 쓸쓸한 영웅의 모습이 느껴진다 할 것이다.

3번 교향곡에서 가장 유명하고 익숙한 악장은 바로 3악장이다. 늦가을의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이 연상되는 이 유명한 악장은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 "Aimez-vous Brahms?(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Goodbye again'에 삽입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단히 감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 곡은 브람스가 만들었던 수많은 음악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브람스다운 멜로디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르노 발터와 CSO가 만든 브람스 교향곡 전집. 지휘자의 인간성과 감성이 그 음악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음반이다. 질주하는 토스카니니, 울부짖는 푸르트벵글러와는 달리 아름답고 여유가 느껴지는, 세련된 브람스를 느끼게 해준다.

토스카니니, 푸르트벵글러, 발터의 음반 중에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3악장의 선율이 누구의 것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는가를 놓고 판단했을 때 발터의 브람스 3번이 가장 매끄럽고 아름답게 구성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Bruno Walter (conductor)
Columbia Symphony Orchestra
녹음: 1960/01/27,30 Stereo, Analog
장소: American Legion Hall, Hollywood, California

전악장 연속재생

1. Allegro con brio

2. Andante


3. Poco allegretto

4. Allegro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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