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슨 컨셉의 사진? 연예인들의 럭셔리, 섹시 화보의 한 컷이 아니다. 세계 바이올린계의 女帝로 군림하시는 무터 누님의 사진 한 컷이다. 이 누님은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의 느낌에서 탈피하여 다분히 엔터테이너의 기질 또한 많이 갖고 있다.

SARASATE: Zigeunerweisen op. 20

뭔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짓누르는 그 무언가가 나를 속박하는 그 순간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효과음. 베토벤 교향곡 5번의 1악장 도입부와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의 도입부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효과음이 되겠다. 이 음악을 들을 땐 뭔가 비수처럼 날카로운 그 무엇이 나의 폐부 깊숙한 곳을 찌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아니한가?

찌고이네르바이젠은 집시의 달빛, 짚시의 노래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곡인데 그 해석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유럽사회에서 자유분방하게 떠돌며 비록 마이너였지만 자신들의 삶을 충분히 즐길 줄 알았던 짚시들의 삶의 애환이 듬뿍 담겨있는 불후의 명곡이다.

스페인 출신의 명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파블로 사라사테가 이 명곡을 작곡하였다. 사실 사라사테는 이 곡외에도 카르멘 환타지, 그리고 몇몇 실내악 등을 작곡하였으나 크게 빛을 보는 곡은 찌고이네르바이젠, 카르멘 환타지일 뿐이고 다른 곡들은 거의 연주되지도 않고 레코딩된 적도 별로 없다. 작곡가로서의 사라사테는 작곡사에 있어서 크게 유명할만한 사람은 아니었고 오히려 19세기를 살았던 바이올리니스트 4인방의 하나로 불릴만큼 초절정의 기교를 뽐내던 당대의 명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지위가 더 확고한 인물이었다.

사라사테의 젊은 시절 사진. 스페인의 자랑이며 사라사테가 사용했던 바이올린은 현재까지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사라사테 거리가 있을만큼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다작을 하진 않았지만 몇몇 히트곡이 고금을 통틀어 크게 사랑받는 대박을 터뜨렸으니 사라사테는 작곡가로서도, 연주자로서도 참 운이 좋았던 인물같다.

그가 남긴 불후의 명곡인 찌고이네르바이젠은 너무도 익숙한 곡이라 수많은 음반이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이페츠, 무터,조슈아 벨 등의 음반이 유명한데 음반수도 그다지 많지않고 의외로 당대의내노라하는 연주자들이 이 곡을 레코딩하지 않았다.

프랑스 출신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지노 프란체스카티가 연주하는 찌고이네르바이젠. 유려하기로 소문난 연주자답게 다소 날카롭고 딱딱하게 들릴 수 있는 이 곡을 너무도 부드럽게 연주한다.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과 함께 커플링된 음반. 바이올린곡의 음반으론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음반이다.

이 곡은 정말 정말 초절정의 기교를 자랑하는 고수들만이 연주하고 레코딩한다는 곡인데 사라사테가 생전에는 사라사테 이외엔 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할수 있는 연주자가 없었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하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그랬고 파가니니의 수많은 난곡들도 당대엔 연주할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젠 내노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모두 연주하고 음반 레코딩을 하지 않는가?그만큼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피나는 훈련을 했겠는가? 새삼 그들의 세계가 존경스러워진다.

하이페츠와 무터의 두 가지 음반 중에 음질을 비롯한 여러가지를 고려해봤을 때 그래도 역시 무터의 음반이 단연 우수하다.

아~~~! 인생은 연극이오, 모든 이는 긴 연극의 주인공이어라~. -셰익스피어-

Anne-Sophie Mutter (Violin)
James Levine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녹음: 1992/11 Stereo, Digital
장소: Musikverein, Grosser Saal, Wien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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