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Symphony No. 4 in F minor op. 36(E. Svetlanov)
교향곡/-차이코프스키 2007. 4. 23. 19:23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Evgeny Svetlanov). 20세기 러시아가 배출한 최고의 지휘자 중 하나. 러시아의 현대음악을 널리 알리는데 힘썼다. 대단히 강렬하고 박력이 넘치는 음악을 만들었던 힘의 대명사.
TCHAIKOVSKY: Symphony No. 4 in F minor op. 36(E. Svetlanov)
4번 교향곡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베토벤, 슈만,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등 4번 교향곡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명곡들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작곡한 작곡가의 대표곡으로 쓰일만한 필살기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있다. 베토벤 교향곡하면 생각나는 것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하면 생각나는 것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일반적으로 베토벤 5번이나 9번, 차이코프스키 6번을 대답하긴 해도 4번을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교향곡 들 중 가장 직선적이고 날카로우 맛이 살아있는 남성적인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어떤 음악에서도 이 곡에서 표현하는 질주, 폭발력을 느껴보지 못했다. 어지간한 헤비메탈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런 이유로 뭔가 아드레날린이 필요하고 꾸벅꾸벅 졸릴 때 난 이 곡을 특히 즐겨듣곤 하는데 내 블로그에 자주 찾아오시는 바이올리니스트이며 교향악단의 단원이신 하루님께서 며칠 전에 4번 교향곡을 언급하시기에 이 곡의 빼놓을 수 없는 명반 중의 명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러시아의 백곰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의 1990년 동경 실황음반이다.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Evgeny Svetlanov)에 대하여
스베틀라노프는 20세기 구 소련이 배출한 가장 뛰어난 지휘자 중의 한 명이다. 지휘자로서 뿐만 아니라 작곡가, 피아니스트로도 활동했는데 일명 소련산 불곰, 백곰이라는 그의 별명답게 무시무시한 힘을 바탕으로 한 폭발력이 넘치는 전형적인 러시아다운 음악을 만들었다.
세기의 거장이 함께 모였다. 왼쪽부터 미국 피아니스트의 자존심 반 클라이번, 러시아가 자랑한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드 코간, 그리고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
같은 러시아 출신의 음악가에서도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소련 최고의 지휘자인 레닌그라드 필의 전설 에브게니 므라빈스키의 음악이 빠른 비트로 직선적이고 경쾌하다면 스베틀라노프는 여기에 보태 모스크바 출신 음악가들의 공통적인 패턴인 육중한 힘을 느낄 수 있다.
스베틀라노프의 레퍼토리는 굉장히 넓은 편이다. 매우 넓다고 해서 카라얀처럼 전방위적인 녹음활동을 한 것은 또 아니다. 모차르트나 하이든 등의 교향곡이나 관현악곡은 아예 다루지 않았고 진정한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독일 출신의 작곡가들-베토벤, 슈만, 브람스-등의 곡 또한 거의 다루지 않았다. 그가 주로 애착을 갖고 연주한 부분은 바로 자국출신의 작곡가, 즉 러시아 출신의 작곡가들의 음악이었다.
스베틀라노프는 특히 러시아 출신의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아주 많이 다루었다. 이 부분에서는 므라빈스키를 비롯한 동구권 지휘자 그 어느 누구도 스베틀라프를 넘을 수 없는데 자국 출신의 작곡가 중 매우 유명한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 하차투리안 외에도 리아도프, 타나예프, 미야스코프스키, 셰발린, 크니퍼 등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을 발굴하여 예술성을 발표했다는 점은 대단히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구 소련이 붕괴된 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활동을 하였고 2002년, 74세에 사망하였다.
스베틀라노프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1990년 동경실황
차이코프스키의 후기 3대 교향곡을 놓고 이야기할 때 제1의 정점인 음반이 있다. 달리 뭐라 설명하기도 구차한 구 소련 최고의 지휘자인 에브게니 므라빈스키와 레닌그라드 필 하모닉의 1960년 DG 음반이다.
100년이 지나도, 200년이 지나도 깨질 수 없는 그 명성. 이 촌스러운 청록색 껍데기의 음반으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은 1960년에 종지부를 찍었다. 매장에서 탑 프라이스로 가격도 세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은 가격이 더 올라도 이 음반만을 고집한다.
이 음반을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 국가의 회사인 DG에서 싫다는 빨갱이 국가의 거장 므라빈스키 할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몇 번씩이나 조르고 또 졸라서 기어이 레코딩을 완성했으니 도이치 그라모폰의 그 담당자가 누구인지 상주고 싶다. 이토록 훌륭한 절대명반을 만들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의 진미를 맛볼 수 있게 했으니 말이다.
제1의 정점인 므라빈스키의 음반을 스탠다드로 설정해 놓고 그 다음 넘버2의 음반이 어떤 것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보았을 때 같은 러시아 출신인 게르기예프, 스베틀라노프, 플레테뇨프 등이 있겠고 서방세계에서 차이코프스키를 가장 잘 다루었던 지휘자로 평가받은 카라얀, 번스타인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접해본 음반에 대한 느낌과 개인적인 의견을 종합하여 볼 때 단독 넘버 2는 바로 스베틀라노프의 음반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이 곡의 하이라이트인 4악장에서의 압도적인 힘은 오히려 므라빈스키의 전설마저도 능가한다.
므라빈스키의 음반과 비교해 볼 때
1악장에선 힘차고 육중하다. 므라빈스키처럼 잘 정돈된 금관악의 힘을 느낄 순 없는 점이 흠이다.
2악장에선 매우 처절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잘 살아나야 하는데 므라빈스키만큼은 아니지만 대단히 깔끔하다.
3악장은 그 어떤 교향곡에서도 이런 악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데 바로 현악기 파트가 피치카토로만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4번 교향곡의 평가를 두고 이 어려운 피치카토를 얼마나 능숙하게 잘 표현했느냐에 따라 엇갈리기도 하는데 차가우면서 환상적인 느낌의 3악장도 무난하게 잘 처리했다.
4악장. 스베틀라노프가 만드는 모든 차이코프스키 관현악의 에센스, 하이라이트이다. 바로 여기에서 소련산 백곰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휘한다. 므라빈스키마저도 능가하는 4악장은 단언컨대 스베틀라노프 외엔 없다. 가끔 이 음반의 4악장만을 들을 때가 있는데 열정적이고 망치로 때려부수는 듯한 에너지가 온몸에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콧잔등에서 땀이 흐르고 가슴이 쿵쾅거린다.
므라빈스키와 비교하자면 므라빈스키는 날카로운 칼날, 창끝이라면 스베틀라노프는 대포알, 쇠망치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악기는 현악기대로, 또 관악기와 타악기는 그에 맞게 일사불란하게 척척 움직이며 엄청난 힘을 뿜어낸다. 그만큼 므라빈스키의 연주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육중한 힘까지도 갖추고 있다.
4악장의 미칠 듯한 질주가 끝나고 수많은 일본의 청중들이 브라보~!를 외치며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 중 맨 처음으로 브라보를 외치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리는데 만일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난 그보다 훨씬 더 크게 부우~라보우~!를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앉을 때까지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미친 듯이 박수를 쳐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하루님께서 4악장의 악보보고 기절할 뻔 했다면서 인간의 손가락이 어찌 그리 빨리 움직일 수 있느냐고 하셨는데 이 연주를 했던 소련 국립 교향악단 단원들의 손가락은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 한 번 보고싶다. 이들의 손가락이야말로 무슨 조작을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서 임산부, 노약자, 심장이 약한 이들은 이 음반을 감상한 후 너무 격한 감동에 심장마비까지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고로 임산부, 노약자, 심장이 약한 이들은 4악장에선 볼륨을 조금 줄이길 권한다.

Evgeny Svetlanov (conductor)
USSR State Symphony Orchestra
녹음: 1990/05/24 Stereo, Digital
장소: Suntory-Hall, Tokyo
전악장 연속재생
I. Andante sostenuto
II. Andantino in modo di canzona
III. Scherzo pizzicato ostinato (Allegro)
IV. Finale (Allegro con fu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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