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MSKY-KORSAKOV: Scheherazade op. 35
관현악곡 2009. 2. 13. 11:00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y-Korsakov). 19세기 러시아 5인조국민악파의 한 사람. 동시대를 살았던 차이코프스키와 더불어 러시아 관현악의 혁명적인 발전을 불러일으킨 공로자로 인정받는다.
정명훈. 한국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지휘자.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쿨에서 입상한 후 지휘자로 방향을 선회하여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오른 인물.
RIMSKY-KORSAKOV: Scheherazade op. 35
2009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녁 9시의 메인 뉴스, 스포츠 뉴스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얼음요정 연아양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의 이름은 알지만 림스키-코르사코프란 이름은 클래식 음악을 꽤 즐겨 듣는 사람이 아니라면 흔히 접할 수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시대를 살며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고 러시아 특유의 관현악을 한 단계 발전시킨 크나큰 공로를 인정받는 대 작곡가이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범상치 않았던 음악인생, 그리고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세헤라자데에 대해서 긴 설명을 덧붙이겠다.
근대 오케스트라의 이정표-림스키-코르사코프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어릴 적 부유한 집안에서 생장하였으나 그의 집안이 음악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많았으나 정식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고 피아노를 조금 배워서 칠 줄 아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성장하면서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해군장교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타고난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 음악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늘 놓지 않고 살았으며 결국 무소르그스키, 보로딘, 발라키레프 등과 함께 그 유명한 러시아 5인조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5인조에게서, 특히 발라키레프에게서 집중적으로 정식 음악교육을 받게 되었다.
해군이 될 것인가 음악가가 될 것이냐에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대단치 않게 생각했던 그의 교향곡 1번이 예상외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음악가로서의 인생을 살 것으로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부터 열성적으로 작곡을 해나가게 된다.
12세때의 림스키-코르사코프. 정식음악교육은 받지 못하였으나 음악적 재능은 타고났으며 운명처럼 이끌리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훗날최고의 음악가가 된다.
교향곡 1번의 성공과 더불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인생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상뜨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것이다. 그 자신이 정식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음악적 재능과 음악으로 표현하는 색채감이 너무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기에 교수가 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정말 제대로 음악에 대한 공부를 시작, 관현악법이란 책을 저술하였고 이 당시 그가 확립한 관현악법은 훗날 수많은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20세기의 이단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글라주노프 등이 그가 배출한 유명한 제자들이다.
그의 관현악은 19세기 음악세계 전체를 지배하다시피 한 바그너의 것과도 다르고 그의 대선배인 러시아 작곡가 보로딘의 관현악법과도 궤를 달리한다. 이렇듯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관현악법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점이 바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인정받는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은 한 편의 동화, 그림을 보고 있다는 느낌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의 예술적 뿌리는 러시아 5인조에 두고 있었던 만큼 러시아의 민족주의적 철학을 바탕에 두고 한편으로는 세계 곳곳을 젊은 시절부터 해군으로 복무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 아름다운 풍광들을 이국적인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음악에 대한 정식교육을 받으면서 가질 수 있는 고정관념,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고 다양한 색채감을 가진 음악을 작곡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선 환상교향곡을 작곡한 베를리오즈와도 비슷하다. 또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몇 만 명중에 하나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희귀한 공감각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하나의 멜로디를 귀로 들으면서 그 멜로디를 여러가지 색과 함께 받아들이는, 즉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바로 이런 그의 능력과 음악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방식이 만들어낸 걸작이 세헤라자데이다.
이국의 정취가 느껴지는 풍경화-세헤라자데
세헤라자데는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범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학작품인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곡한 4개의 모음곡 형식을 띠고 있다. 초판 발행 시엔 각각의 악장엔 소제목이 붙어 있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감상하는 이들이 표제에 의한 선입견에 매몰되어 제대로 된 감상을 해치지 않을까 우려하여 전체의 내용만을 알려주는 문장만 남기고 각 악장에 그저 전주곡, 발라드, 아다지오, 푸가라고만 기재하였다.
이렇게 재판 발행부터 작곡가 자신이 표제를 삭제하였고 후대의 사람들에 의해서 다시 표제가 붙여졌다. 1악장은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The Sea and Sinbad's Ship), 2악장은 칼렌다 왕자의 이야기, 3악장은 왕자와 왕녀, 4악장은 바그다드의 축제, 청동기사가 있는 바위에서의 난파로 되어 있다.
초연은 1887년 10월 22일이었다. 상뜨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 본인의 지휘로 이루어졌다. 이후 이 곡은 관현악의 대가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대표명곡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더 나아가 러시아의 관현악을 대표하는 명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므로 생략하고 싶지만 그래도 한 번 되짚어본다. 샤리아르란 이름의 인도 왕은 본디 성군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자신의 왕비가 흑인 노예와 정을 통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꼭지가 돌아버린다. 이에 두 년놈들을 죄다 죽여버리고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을 불신과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후 그는 이상하게 변질되어 세상의 모든 처녀들과 잠자리를 한 후에 그녀들의 모가지를 싹둑싹둑, 그렇게 폭군이 되어버린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여주인공 세헤라자데가 등장한다. 세헤라자데는 왕과 초야를 치룬 후 죽음의 위기에서 모면하기 위해 그녀가 가진 특유의 뛰어난 화술로 왕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 준 시간들이 무려 천일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이에 천일야화라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다소 산만하게 들릴 수 있지만 독특하고 환상적인 느낌을 듬뿍 담은 오케스트라와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독주 바이올린의 연주가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연아양의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팅 연기에 삽입된 멜로디 때문에 알게 되었겠지만 그것 말고서라도 이 곡은 19세기 말 러시아 관현악의 새로운 이정표를 알려준 작품이며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대표명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명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음반들이 워낙 많아서 어떤 것이 최고다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작품이기도 하다. 우선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음반이라면 앙세르메의 음반을 들 수 있다. 앙세르메는 무려 천 번이 넘도록 이 곡을 지휘했을 정도로 이 곡에 지대한 애착을 갖고 있었다. 그 외에 스베틀라노프와 콘드라쉰, 게르기에프의 소련 출신 지휘자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콘드라쉰의 음반이 유명한데 세련된 맛을 떨어지지만 소련 출신 지휘자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긴장감을 살리는데는 역시 그만한 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지휘자로서의 명성 또한 대단했던 잊을 수 없는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의 음반 또한 명반 중의 명반으로 꼽힌다.
소련 출신이 아닌 지휘자의 음반을 꼽는다면 프리츠 라이너의 음반이 대표적으로 손꼽힌다. 때론 박진감 있게, 때론 유연하게 이끌면서 과연 라이너란 지휘자는 러시아 음악을 지휘하는데 있어선 도가 텄다는 느낌을 팍팍 준다.
소개하는 음반은 정명훈과 그의 분신과도 같았던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음반이다. 내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정명훈 선생의 음반인데 정명훈 선생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이자니 너무 귀찮다. 나중에 또 한 번 정명훈 선생의 음반을 소개할 때 그땐 꼭 그에 대한 소개를 곁들이겠다. 정명훈 선생의 이 음반은 옛날 소련 출신의 지휘자들이 빼먹기 쉬웠던 이 곡 특유의 지극히 아름다운 색채감을 잘 살리고 있다. 이 곡은 결코 박진감, 투박함으로 설명될 수 있는 곡이 아니며 작곡가 본인이 의도했던 청각과 시각이 함께 느끼는 아름다움, 그 공감각적인 동시만족을 추구해야 한다고 볼 때 정명훈 선생의 음반이 그 의도를 잘 살리고 있다고 할 것이다.
Myung-Whun Chung (conductor)
Orchestre de l'Opera Bastille
녹음: 1992/9 Stereo, Digital
장소: Opera de Paris-Bastille, Paris
'관현악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MENDELSSOHN: Die Hebriden - Overture `Fingal`s Cave` op. 26 (2) | 2009.07.19 |
---|---|
WEBER: Invitation to the dance op. 65 (2) | 2009.03.27 |
TCHAIKOVSKY: Capriccio Italien op. 45 (0) | 2008.12.16 |
SAINT-SAËNS: Danse Macabre op. 40 (4) | 2008.09.29 |
RAVEL: La Valse (5) | 2008.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