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헤리치와 함께 피아노 앞에 앉은 니콜라스 에코노무. 두 사람은 좋은음악적 동지였고 더 많은 활동을 통해 좋은 음악을 남길 수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꿈은 실현될 수 없었다.

TCHAIKOVSKY: Nutcracker - Suite op. 71a

엄청 춥다. 살 떨리고 머리 깨질 듯이 추운 날씨가 며칠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추운 날에 함부로 싸질러 댕기다간 골로 가는 수가 있으니 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도 각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블로그도 계절따라 가는 법. 이렇게 추운 겨울. 드디어 호두까는 언니들이 발레복 입고 나오는 시즌이 왔다. 나 역시도 차이코프스크의 대표 발레곡 중의 하나인 호두까기 인형의 모음곡을 블로그에 올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예전에 내가 블로그질을 처음 시작했던 2006년 여름에 이미 카라얀-베를린 필의 음반으로 한 번 올린 적이 있다. 링크를 들어가서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대신 오늘은 유명한 관현악 모음곡이 아닌 피아노 연탄(連彈)곡으로 감상하겠다.


이 곡을 피아노 연탄곡으로 편곡한 이는 니콜라스 에코노무라는 음악가이다. 사이프러스 니코시아라는 지중해 섬나라 출신으로1953년에 태어나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부터 피아니스트,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로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 대단히 촉망 받는 음악가로 각광을 받았고 많은 방송활동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하며 대단히 영향력있는 음악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으나 그의 나이 겨우 40에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하고 말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에코노무란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자료수집을 한 후 더 길고 유익한 글을 써볼 수도 있겠으나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겠다. 그만큼 이 사람은 상당히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차르트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하고 있는 에코노무와 아르헤리치. 아르헤리치는 성격상 자신이 좋아하는, 맘에드는 사람들하고만 연주를 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에코노무는 아르헤리치의 맘에 들 정도로 음악적 코드가 맞았나보다. 일전에 키신과도 함께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관현악곡으로 널리 알려진 이 곡을, 설명이 필요 없는 이 곡을 피아노 연탄곡으로도 이렇게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느껴보는 것으로 만족하시길 바라겠다. 나 역시 처음 들었을 때의 활홀한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피아노는 역시 매력적인 악기란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은 아르헤리치가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녹음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음반으로 유명하다. 1993년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함께 작업했다. 이 음반을 그녀의 마지막 녹음 음반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녀가 그렇게 언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헤리치는 이 음반을 녹음한 이후인 1990년대 중반부터 피아노 반주에 재미를 붙여 실내악 녹음에 집중하였고 21세기 들어서는 거의 실내악 연주만을 하고 있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아르헤리치가 보여준 그 광폭한 타건의 매력을 잊지 못하는 수많은 팬들에게는 아쉬운 뉴스일 수밖에 없다.

아직 내 블로그에선 아르체리치의 연주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한 번도 올리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연주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에 수록된 연주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1941년 호로비츠-토스카니니, 1943년 호로비츠-토스카니니의 연주와 1972년 길렐스-마젤의 연주, 1955년 길렐스-라이너의 연주야말로 이 곡의 가장 뛰어난, 인간의 경지 이상을 보여주는 연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블로그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원한다면 아르헤리치의 연주로도 올려보겠다. 대신 mp3 파일 달라고는 조르지 마라. 백 날 졸라봐야 안준다. 몇 번 메일을 통해서 달라고 졸라대서 줘봤는데 귀찮기도 하고 받은 사람들이감사하다는 인사 한 번 하는 꼴을 못봤다. 난 새빠지게 리핑해서 파일 보내줬더니만. 이젠 그런 짓거리 안하기로 했다.

날씨도 춥고 마음도 추워지는 요즘이지만 이처럼 청명한 피아노 연주가 때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따스한 미풍처럼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맑고 투명한, 그리고 따스한 연주를 감상하면서 몸과 마음을 그냥 맡겨보시기 바란다. 얼어붙은 몸과 마음이 녹을 수 있도록.


Martha Argerich (piano 1)
Nicolas Economou (piano 2)
녹음: 1983/03 Stereo, Digital
장소: Herkules-Saal, Munchen

전곡 연속재생


1. Overture Miniature. Allegro giusto

2. Marche Tempo di marcia viva


3. Danse de la Fee Dragee Andante non troppo


4. Danse russe Trepak Tempo di Trepak, molto vivace


5. Danse arabe Allegretto


6. Danse chinoise Allegro moderato

7. Danse des militons Moderato assai


8. Valse des fleurs Tempo di Valse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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