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DN: String Quartet No. 62 in C major op. 76-3 Hob. III: 77 `Emperor`
실내악 2009. 12. 23. 17:58 |서양 중세 음악의 아버지를 바흐, 어머니를 헨델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아버지, 어머니 역할을 한 사람은 하이든이다. 언제나 인생은 즐겁고 유쾌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즐겁고 유쾌한 음악만을 만들었던 진정한 음악의 아버지가 하이든이다.
HAYDN: String Quartet No. 62 in C major op. 76-3 Hob. III: 77 "Emperor"
2009년이 하이든 서거 200주년이라고 한다. 하이든 음악은 썩 즐겨듣지 않는 나도 2009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블로그에 와서 유심히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하이든 음악은 오늘이 겨우 두 번째 올리는 것이다. 첫번째는 가장 유명한 교향곡인 '놀람'이었다. 오늘은 그의 현악사중주 작품 중 가장 유명하면서 전 세계인들의 귀에 매우 익숙한 곡을 하나 올리겠다. 이름하여 '황제'라는 곡이다.
찬송가로 쓰이는 독일의 황제 찬양가
클래식 음악을 무어라고 정의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다년간 클래식 음악을 감상해왔고 지금 이렇게 블로그질도 하고 있는 나는 간단히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불과 몇 백 년의 시간동안 불과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 만들어진 음악들’
이의 있나? ‘불과’라는 키워드를 집어넣어서 그렇지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라고 하는,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의 고조부격인 작곡가 비발디, 바흐, 헨델이 맹활약하던 시절은 조선의 영조시대였다. 그런데 그보다 200여년 전인 조선조 성종 때 조선에는 이미 악학궤범이 편찬되어 음악의 이론이 정립되었다. 비발디, 바흐, 헨델. 알고 보면 그렇게 옛날 사람들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음악은 미술과 달라서 한 번 만들어진다고 끝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손과 입으로 전해져서 연주되고 불러져야 한다. 음악의 생명은 파급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비발디, 바흐, 헨델이 그렇게 옛날 사람들도 아니지만 그들이 작곡한 음악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세계인들의 휴대폰 벨소리에까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이 위력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유럽인들이 잠깐이나마 정복정책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였고 그 기간동안 그들의 문화까지도 파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듯 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선 유럽에서 작곡된 그 음악들이 처음 들었을 때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편안함, 보편성에 기인한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하이든의 곡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 62번 C장조 op. 76-3 Hob. III: 77 "황제".
클래식 음악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질려버릴 듯한 제목이다. 그런데 이 음악이 한국의 교회에서 찬송가로 널리 불리고 있다는 사실. 아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난 외국에서 생활할 때 잠깐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에 가사를 붙여서 찬송가를 부르는 것을 보고 상당히 의아함 내지는 야릇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모두에게 평등하고 모두를 사랑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교회에서 왜 민족주의를 찬양하는 멜로디에 가사를 입혀서 노래를 부를까? 독일이나 핀란드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생각할까? 생각해보면 이거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아이러니를 뛰어넘는 편안함, 보편성이 이들 음악엔 숨어 있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 쉽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그 편안함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배우고 불러야 하는 찬송가의 멜로디에까지 쓰이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하이든이 작곡한 ‘황제’라는 곡은 한국에선 교회의 찬송가로 쓰이지만 독일에선 그들의 국가(國歌)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 대해선 좀 긴 설명이 필요하다.
하이든. 조국 오스트리아를 위해 곡을 쓰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프란츠 1세. 영화 '아마데우스'에도 출연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성격이 무던했고 정치보다는 예술, 특히 음악에 아주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모차르트를 그렇게도 예뻐했다고.
음악의 아버지를 바흐, 어머니를 헨델이라고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웠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실질적 아버지의 역할을 한 사람이 하이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교향곡을 비롯한 클래식 음악의 형식적 기틀을 처음으로 세웠고 모차르트, 베토벤을 비롯한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으며 바흐의 작품이 당대에서 빛을 보지 못한 점에 비해 하이든은 당대에서도 작곡가로서의 영향력이 지대했다. 또한 그의 제자인 모차르트가 요절한 것에 비해 하이든은 모차르트보다 24년 먼저 태어났고 18년을 더 살며 음악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라가 독일임을 각인시키는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공적을 세웠다.
하이든은 교향곡의 기틀을 세우기도 했지만 실내악곡의 꽃이라 불리는 현악사중주의 기틀을 확립하기도 했다. 이 현악사중주라는 양식에서 하이든의 곡으로 유명한 것은 ‘세레나데’, ‘종달새’,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황제’라는 곡이다. 하이든이 1794년에 영국에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영국의 국가인 'God Save the King'을 듣고 자신의 조국에도 이와 같은 국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의 조국인 오스트리아는 프랑스의 깡패 나폴레옹의 1차 침입으로 큰 위기에 봉착해 있었고 이에 국민들의 사기 진작, 애국심 고취를 위해 국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작곡에 착수한 하이든은 3년 후인 1797년에 황제인 프란츠 1세의 생일에 이 곡을 헌정하였다.
훗날 19세기에 들어서 민족주의 시인 아우구스트 하인리히 호프만 폰 팔러슬레벤 (August Heinrich Hoffmann von Fallersleben)이란 사람이 가사를 붙였다. 가사는 모두 3절로 되어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이 곡(정확히 이 곡의 2악장)은 오랜 세월동안 오스트리아의 국가로 사용되었고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인 1922년에 독일의 국가로 채택되었다.
1절.
Deutschland, Deutschland über alles,
Über alles in der Welt,
Wenn es stets zu Schutz und Trutze
Brüderlich zusammenhält.
Von der Maas bis an die Memel,
Von der Etsch bis an den Belt,
|: Deutschland, Deutschland über alles,
Über alles in der Welt! :|
2절.
Deutsche Frauen, deutsche Treue,
Deutscher Wein und deutscher Sang
Sollen in der Welt behalten
Ihren alten schönen Klang,
Uns zu edler Tat begeistern
Unser ganzes Leben lang.
|: Deutsche Frauen, deutsche Treue,
Deutscher Wein und deutscher Sang! :|
3절.
Einigkeit und Recht und Freiheit
Für das deutsche Vaterland!
Danach lasst uns alle streben
Brüderlich mit Herz und Hand!
Einigkeit und Recht und Freiheit
Sind des Glückes Unterpfand;
|: Blüh' im Glanze dieses Glückes,
Blühe, deutsches Vaterland. :|
글쎄. 독일어를 저~연혀 모르는 나로서는 영어의 알파벳 비스무레한 글자들만 써놓은 것만 알겠다. 남의 나라 국가의 가사가 뭔 뜻인지까지 알고 싶진 않아서 번역한 것을 갖다 베끼진 않겠는데 꼭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3절의 가사만 갖다 베껴 보겠다. 원래 1절부터 3절까지 모두 불렀지만 현재는 3절만 부르게 되어있다. 2차대전 패망 이후 독일은 국가를 부르지 않았지만 1952년에 다시 이 곡이 국가로 부활하였으나 1절은 히틀러 시절의 파시즘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그리고 2절은 여성을 비하한다는 의미로 곡해할 수 있다는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통일과 정의와 자유와
조국 도이칠란트를 위하여!
우리 모두 형제 되어
온몸으로 노력하세!
통일과 정의와 자유는
번영의 토대일지니
이 번창의 빛 속에서 피어나라
피어나라, 조국 도이칠란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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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오스트리아 축구시합에 앞서국가를 부르고 있는 독일 선수들.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가 작곡한 자국의 국가를 부르고 있다.
여기서 잠깐. 하이든이란 이름을 찾아보면 그의 국적은 오스트리아로 나온다. 그런데 지금 이 곡은 독일의 국가로 쓰이고 있다. 원래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같은 나라이지만 19세기 중반부터 독일이 독립을 하여 다른 나라로 분리된 것이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출신이지만 독일에서 죽었고 베토벤은 독일의 본 출신이지만 오스트리아 빈에서 죽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히틀러가 독일인이고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오스트리아의 국가는?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을 현재의 국가로 사용하고 있다.
좀 헷갈리십니까? 하지만 헷갈릴 거 없다. 김일성, 김정일은 남한의 전주 김씨이고 김일성의 할아버지 무덤이 전주의 모악산, 그 중 천하명당으로 불리는 곳에 있다는 사실보다는 덜 헷갈리지 않나?
그리고 국가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깐 더 덧붙이자면 난 국가 중에서 옛날 소련의 국가가 가장 웅장하고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빨갱이라 그런 거 아니다. 소련 국가는 지금의 러시아 국가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옛날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가로 정평이 나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소련의 국가를 들려줘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고 염통이 쿵쿵거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다음이 한국의 애국가. 애국가도 상당히 멜로디가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가장 후진 국가는 기미가요라고 생각한다. 멜로디 자체가 많이 후졌다. 무슨 장송곡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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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4에서 소련의 복서가 등장할 때 나오는 소련의 국가. 빨갱이들의 정신을 뽕가게 할 정도로 진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빨갱이 아닌 사람도 들으면 울끈불끈한 기분이 드니까.
하이든의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다시금 문화의 파급, 그 엄청난 위력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곡은 교회에서 예수를 찬양하는 찬송가로도 사용되고 있다. 한때 세계 평화를 위협했고 인종말살 정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나라의 국가가 신성한 종교의 찬송가로 사용되고 있다니. 얼마 전 별 생각없는 개그우먼 아줌마 한 사람이 일본에서 기미가요(君が代)를 부르고 나서 박수를 쳤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이 양자간의 괴리를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은 문화의 파급력, 그 위력이란 것 외엔 떠오르지 않는다. 기미가요의 멜로디가 그나마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아서 망정이지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별처럼 듣기도 쉽고 따라부르기도 쉬운 곡이었다면? 이 세상의 어딘지 모를 어떤 곳에서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또 어떤 꼬마아이들이 아무 생각 없이 불러대고 있을 것 아닌가. 상상만으로도 상당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odaly Quartet
녹음: 1989 Stereo, Digital
장소: Hungaroton Studios, Budapest, Hungary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Allegro
2악장-Poco adagio, cantabile
3악장-Menuetto: Allegro
4악장-Pre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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