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MANN: Symphony No. 1 in B flat major op. 38 `Spring` (W. Sawallisch)
교향곡 2011. 3. 30. 15:38 |볼프강 자발리쉬. 독일음악의 전통을 지켜내며 독일에서, 그리고 미쿡에서도 맹활약한 지휘자. 피아니스트로도 활약하며 많은 음반을 냈다. 하나의 분명한 원칙을 세워놓고 그원칙을 사수했던 지휘자로 기억된다.
SCHUMANN: Symphony No. 1 in B flat major op. 38 "Spring" (W. Sawallisch)
새봄이 되어 새봄맞이 교향곡 하나 올린다. 내게 2011년 봄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여러 복잡한 사건들이 일어난 봄으로 기억될 것이다. 2월을 보내고 기분 좋게 3월을 맞이했으나 상상할 수도 없었던 대형사건들이 연달아 터졌다. 일주일 후에 참가해야 할 일본학회가 열릴 곳이 대지진으로 초토화되는 모습을 뉴스로 보며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가장 가까웠던 20년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만일 대지진과 쓰나미가 3월 11일에서열흘만 더 늦게 덮쳤더라면 난 아마도 타국땅에서 불귀의 객이 되었을지도 모를뻔했다.이렇게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존재를 헷갈리게 만들고 있는 2011년 봄이다. 때문에 5년 넘게 유지해온 나의 소중한 자산인 블로그에 오는 것도, 블로그에 뭔가를 계속 올리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덧 내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 그만큼 애착이 큰 이 블로그에 또 뭔가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 첫 번째 곡으로 선정한 것이 바로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이다.
이 곡은 작년 봄에도 카라얀-베를린 필의 연주로 올리며 자세한 설명을 했기 때문에 따로 쓸 거리는 없다. 다만 이것 하나는 다시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곡은 청년기의 시간동안 지루한 법정공방과 여러가지 좌절, 스트레스로 무척 고통 받았던 슈만이 단단한 껍질을 깨고 비로소 작곡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음을 세상에 알리는 유쾌한 곡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이 유쾌한 메시지가 담긴 이 대곡을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게, 힘차게 도발적으로 표현한 음반을 올리겠다. 슈만 교향곡의 불후의 명반으로 기억되는, 바로 볼프강 자발리쉬와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1972년 음반이다.
볼프강 자발리쉬-전통에 뿌리를 둔 명료함
세기의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Elisabeth Schwarzkopf)와 함께 한 자발리쉬. 남들은 시무룩할 때 혼자 입벌리고 웃는 아줌마가 슈바르츠코프, 그리고 그 옆의 안경쓴 아저씨가 자발리쉬이다.
볼프강 자발리쉬는 독일 전통음악-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바그너, 브람스, 스트라우스로 이어지는-을 사수하며 그 명성을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까지 떨쳤던 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이다. 그러나 동시대를 살았던 카를로스 클라이버, 쿠르트 마주어 등의 실력자들에 비해선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데 부족함이 있었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지휘자이다. 1923년 독일 뮌헨 출생이고 현재까지 생존해있다.
자발리쉬는 5살때부터 피아노를 공부했으며 뮌헨의 음악원에서 공부하였고 세계 2차 대전에 독일군으로 참전하였다가 영국군의 포로가 되어 이탈리아에서 감금생활을 한 적도 있다. 그후 뮌헨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한스 로스바우트, 이고르 마르케비치 수하에서 지휘수업을 받게 된다. 그후 1947년에 아우크스부르크 시립가극장에서 지휘자로 데뷔하였고 1953년까지 이곳 지휘자로 활약했다. 아우구스브르크, 아헨을 거쳐 베를린 필에서도 경험을 쌓았고 1957년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휘하며 데뷔하게 된다. 이후로도 자발리쉬는 여러 악단을 돌며 탄탄한 경험을 쌓게 된다. 쾰른 오페라 극장의 음악 총감독, 빈 필,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 그리고 스위스의 지휘자 에르네스트 앙세르메가 창설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를 앙세르메의 유언에 따라 10년간 역임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유럽에서 쌓아온 지휘자로서의 경력이 1990년대 초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시기에 다룬 자발리쉬 음악 장르는 주로 오페라, 특히 바그너와 슈트라우스로 이어지는 독일 정통 오페라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에 자발리쉬는 자신의 음악세계에 큰 한계를 느끼게 되었으니 오페라에 대한 한계와 자신이 다루는 독일 작곡가 위주의 협소한 레퍼토리에 대한 한계였다. 이에 자발리쉬는 독일을 중심으로 한 오랜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지휘자로서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거장 스토코프스키-유진 오먼디-리카르도 무티가 닦아 놓은 터전인 필라델피아 필의 수석 지휘자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자발리쉬는 이때부터 또 10년 동안 필라델피아 필을 이끌며 많은 활동을 하였고 단원들의 존경 또한 한 몸에 받았다. 1998년에 46년간 함께 했던 부인과 사별한 후 자발리쉬의 건강 또한 무척 좋지 않았고 결국 2002년 정든 필라델피아 필을 떠나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 이미 79세였다. 필라델피아를 떠난 후 자발리쉬는 현재까지 생존해 있지만 음반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자발리쉬의 경력 중 특이한 점이 있다면 지휘자로서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특히 리트 (lied) 반주자로서의 경력 또한 많았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경우는 피아니스트로 출발하여 (발터, 카라얀, 아쉬케나지 등 셀 수 없이 많다) 지휘자로 데뷔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자발리쉬는 지휘자로 데뷔한 후 지휘자와 피아니스트의 활동을 겸하며 음반을 함께 냈다는 것이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자발리쉬가 출중했던 지휘자로서의 실력, 경력에 비해 대중적인 인기를 많이 이끌지 못했던 이유를 찾는다면 지나치게 원칙만을 고집했던 그의 음악 스타일을 들 수 있다. 그는 독일 정통음악만을 고집했고 현대음악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사뮤엘 바버 등의 현대음악을 조금 다루긴 했으나 그의 지휘생활 최말년에 조금 다룬 것뿐이다. 또한 동시대에 함께 활약했던 클라이버, 마주어 등의 지휘자에 비해 스타성이 떨어졌고 오로지 자신의 음악세계를 추구하는 것에만 천착했던 점 역시 또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다.
많은 음반을 남겼으나 이 음반은 자발리쉬의 것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음반은 많지 않다. 기악곡 중에선 오늘 소개하는 슈만의 교향곡 전집 정도를 들 수 있다. 그 외에 오페라 역사상 처음으로 바그너뿐 아니라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전곡을 지휘한 점이 돋보이며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는 자발리쉬의 음반이 명반으로 평가 받는다.
자발리쉬의 슈만 교향곡 1번
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쉬를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독일 정통음악을 계승하여 명료한 해석을 하였다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슈만 교향곡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는데 아주 명쾌하고 직선적이며 거침없는 해석을 하고 있다. 활기찬 봄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바로 이 음반을 선택하면 100점 만점이다. 자발리쉬는 2003년, 필라델피아 필을 떠날 때 다시 한 번 슈만 교향곡 전집을 녹음했는데 그의 자발리쉬라는 이름으로 대표할 수 있는 명반은 바로 오늘 소개하는 이 음반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 음반을 이야기하자면 작년에 이 곡을 올리면서 소개한 카라얀-베를린 필의 음반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카라얀의 음반이 좋은 음색으로 포장된, 하지만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매끈함과 중용의 도라고 표현한다면 자발리쉬-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이 음반은 명료하고 담백하며 거침없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카라얀의 음반이 스르륵 잠들게 하는 봄의 미풍과 같은 매력이 있다면 자발리쉬의 음반은 천방지축으로 뛰노는 활기찬 봄처녀 같은 매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보너스 컷-두 가지 모습으로 다가오는 봄의 여신 (女神)
새봄을 맞아미풍같은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여신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라면-the goddess in white
좀 더 도발적이고 강렬하고 활기찬 여신의 모습은 바로 이 모습일 것이다-the goddess in asee-through black
여신의 모습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표현할 수도 있듯이 하나의 교향곡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함에 따라 듣는 이의 느낌도 판이해진다. 오늘 감상하는 볼프강 자발리쉬-슈타츠 카펠레드레스덴의 슈만 교향곡 1번 음반은 다른 슈만 교향곡 1번의 음반과 비교할 때 이런 해석의 다양성을 잘 느끼게 해주는 좋은 사례이다.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이 음반을 오리지널 음원으로 감상해야 좋다는 것이다. 리핑해서 블로그에 올릴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wma 파일로 압축시켜 놓고 들어보니 손실된 부분이 너무 많다. 음질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음반에서 표출하는 특유의 생동감이 많이 사라졌다. 특히 1악장에서 들리는 생동감있는 트라이앵글 소리, 현란한 손놀림의 현악5부의 느낌이 살아있지 않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 음반을 듣고 슈만 교향곡 1번에 감동하였다면 꼭손실없는 오리지널 CD로 감상하시기 바란다.
Wolfgang Sawallisch (conductor)
Staatskapelle Dresden
녹음: 1972/09/01-12 Stereo, Analog
장소: Lukaskirche, Dresden
전악장 연속재생
3악장-Scherzo: Molto vivace – Trio I: Molto piu vivace – Trio II
4악장-Allegro animato e grazi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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