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angler). 20세기를 빛낸 수많은 지휘자 중가장 위대한 지휘자 1위로 언제나 꼽히는 절대적 위치의 지휘자. 섬뜩할 정도의 공포와오싹함이 느껴지는 광란과 한없이 따뜻하고 편안함이 공존하는 절대음을 만들었던 진정한 마에스트로.

20세기를 빛낸 명지휘자들. 1929년 베를린에서 찍은 사진이다.
맨 왼쪽에 단정히 손을 모으고 있는 사람은 브루노 발터. 상당히 젊은 시절의 모습이다.
그 옆에 멋있게콧수염을기른 아저씨는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이미상당히 나이가 들었다.
가운데 호주머니에 손집어 넣고 있는 대머리 아저씨는 에리히 클라이버. 명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아버지로도 유명하다.그 옆의 안경쓴 아저씨는 악으로 깡으로 한평생을 살다 간 불굴의 사나이 오토 클렘페러. 그리고 맨 오른쪽은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벨헬름 푸르트벵글러.


I.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angler) 에 대하여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겐 폭넓은선택의 맛과 재미가있다. 수 백년 전에 한 작곡가가만들었던 하나의 작품을 어떤 지휘자와 연주가가 어떻게 그 음을 만들었느냐에 따라서 자신들의 해석방식에 따라듣는 이의 느낌 또한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즉, 세상엔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유일무이한 공연, 음반은 없다는 말이며 듣는 이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명반이 졸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엔 절대음감(絶對音感)의 절대명연(絶對名演), 그 명연을 수록한 절대음반이 있기 마련인데 바로 푸르트벵글러가 남겼던 수많은 음반들이 바로 그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명 지휘자들은 많다. 그 중에서도 클래식을 거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라는 사람도 있다(요즘 티비 선전에서는 이 아이는 몇년 후에 카라얀의 찬사를 받게 됩니다. 이런 것도 있던데).
하지만 카라얀의 음악을 알게 되면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카라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지휘자인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 발터와 같은 이들을 알게 되면 카라얀은 실력에 비해부풀려진 사람이란 것도 알게 된다.

카라얀에게 있어서 푸르트벵글러는 평생을 두고 넘을 수 없는 너무도 거대한 장벽이었고 푸르트벵글러에게 카라얀은 예술혼을 모르는 사기꾼, 기회주의자, 경원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푸르트벵글러 사후에 그가그토록 경원시했던 카라얀에게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자리가 돌아가고 말았다)

푸르트벵글러가 남긴 음반은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베토벤의 음반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호평을 받고 있으며 전시 녹음, 전후 녹음에 따라 또한 그 음악의 해석과 평가가 달라진다. 아마도 그 어떤 지휘자가 다시 태어나 명성을 얻는다 해도 푸르트벵글러만큼의 극찬을 받지는 못 할 것이다.

푸르트벵글러의 삶과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들에 대한 글들은 너무도 많아서 여기에 갖다 붙여넣기도 귀찮다. 단지 내게 있어서 적어도 베토벤 교향곡(특히 홀수번호 교향곡) 만큼은 반드시 푸르트벵글러의 음반으로 들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마저도 있을만큼 그의 존재는 각별하다.


II. BEETHOVEN: Symphony No. 5 in C minor op. 67

4대 교향곡을 이야기할 때 어떤 이는 베토벤 9번, 슈베르트 8번, 차이코프스키 6번, 드보르작 9번을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베토벤 9번의 자리에 베토벤 5번을 이야기한다.

수많은 작곡가들이 남긴 주옥같은 교향곡들의 세계에서 딱히 4개만을 손꼽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찌보면 부당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베토벤의 경우만 하더라도 3번, 5번, 7번, 9번의 홀수 번호 교향곡은 고금을 넘나드는 명곡으로 영원히 사랑받고 있으며 6번의 전원 교향곡 역시 그 아름다운 선율의 세계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사랑스러운 곡임이 틀림없다.
베토벤뿐인가? 브람스 교향곡 1번, 4번, 하이든 94번, 말러 5번, 10번, 브루크너 9번, 슈베르트 9번 역시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으며 꾸준히 연주되고 있는 곡들이다.

어찌 되었건 베토벤의 교향곡 9개의 작품 중에선 베토벤의 이름만으로 딱 생각나는 유명한 교향곡이 바로 5번 '운명 교향곡'이다.

1악장의 도입부, 빰빰빠빠~~~의 4개의 음은 전세계의 어느 누구도 살아가면서 한 번 이상은 꼭 들어봤을 너무도 유명한 부분이고 2악장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3악장의 경건함을 넘어 바로 4악장으로 끊기지 않고 넘어가는 폭발적인 연주는 어디 하나 버릴 곳이 없는 너무도 아름답고 완벽한 교향곡임을 느끼게 해준다.

수많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낸 이 유명한 교향곡엔 역사상 숱하게 많은 명반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훌륭한 음반이라고 꼭 찍어서 이야기하는 평론가는 보지 못했다.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 발터, 칼 뵘, 카라얀, 카를로스 클라이버, 클렘페러, 번스타인 등 내노라하는 지휘자들이 많은 음반을 남겼다.


푸르트벵글러가 남긴 전시(戰時)녹음 음반. 베토벤 5,7번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음반에 담긴 베토벤 5,7번은 푸르트벵글러의 음악세계가 함축된 최고의 명연주로 평가받고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음반은

푸르트벵글러-베를린 필(1943, 전시 녹음)
푸르트벵글러-빈 필(1954, 전후 녹음)
카를로스 클라이버-빈 필(1974)
발터-콜럼버스 교향악단(1958)

등이다.

대표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베토벤 5번 교향곡에 있어서 하나의 표준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음반은 1974년 카를로스 클라이버-빈 필의녹음 음반이다. 스테레오 녹음으로 음질도 매우 깨끗하고 특히 1악장의 빠른 템포가 인상적이다.

푸르트벵글러의 음반들은 전시(戰時) 녹음과 전후(戰後)녹음으로 평가가 다른데 전쟁 중의 녹음은 푸르트벵글러만이 낼 수 있는 엄청난광기, 오싹할 정도의 공포감, 터질듯한 감동을 준다. 전후의 녹음들은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거장의 음악세계가 대체로 전쟁 중의 녹음보다는 온화해진 느낌이 든다.

클라이버와 푸르트벵글러의 1943년의 전시녹음만을 비교해 놓고 본다면

1악장에서는 클라이버가 매우 인상적이다. 폭풍우가 지나가는 듯한 느낌으로 매우 빠르게 몰아치고 있다. 푸르트벵글러보다 약 1분이 빠르게 진행된다.

2, 3악장까지도 클라이버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몰아치다가 (모두 1분 정도씩 푸르트벵글러보다 빠름) 4악장에 와서는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며 느슨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신 푸르트벵글러는 2, 3악장에서는 유유히 떠도는 한 마리의 물새처럼 천천히 템포를 이끌어가다가 3악장의 끝부분과 4악장의 도입부에서 이어지는 폭발적인 힘이 압권이다. 4악장에서 정신없이 몰아치는 그 부분에서 역시! 라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오게 한다. (4악장에서는 푸르트벵글러가 약 2분 40초 정도 빠르게 끝낸다)

오늘 소개하는 곡은 1943년 푸르트벵글러-베를린 필의 음반이다. 세기의 거장과 그 거장을 빛나게 해주는 최고의 오케스트라가 만든 이 역사적인 명연주는 비록 모노 사운드로 음질이 열악하지만베토벤과 푸르트벵글러의 만남의 의미를 아는 클래식 애호가들은 다른 어떤 음반보다 바로 이 음반을 선택할 것이라믿는다.

Wilhelm Furtwangler(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1943/06 Mono
장소: Berlin, Alte Philharmonie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Allegro con brio

2악장-Andante con moto

3악장-Allegro


4악장-Allegro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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