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PIN: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Emil Gilels)

모스크바 음악원 대강당에서 협연하고 있는 길렐스. 길렐스가 강철타건의 무시무시한 힘만으로 압도하는 연주를 한 것은 아니다. 그가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랄지 기타 여러 작품에서 너무도 맑고 영롱한, 서정성이 듬뿍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CHOPIN: Piano Concerto No. 1 in E minor op. 11(Emil Gilels)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예전에 아르헤리치-뒤트와의 연주로 소개한 적이 있다. Click!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명반으로 꼽히는 것은 상송 프랑소와의 연주이고 그 외에 유명한 음반들은 아르헤리치, 치머만 등의 연주를 꼽는다. 아무래도 쇼팽 콩쿨에서 우승한 사람들이니만큼 쇼팽의 연주만큼은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사람들의 연주이다.

내 경우 아르헤리치 음반만 두 가지를 갖고 있는데 뒤트와랑 했던 협연보다 아바도랑 함께 했던 음반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아르헤리치 특유의 강한 타건이 더욱 강렬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길렐스도 이 곡을 연주했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거칠고 남성적인 연주가 연상되는 길렐스가 쇼팽 피아노 협주곡 같은 진한 서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얼마만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코 길렐스가 강철타건의 힘만으로 연주를 하는 연주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베토벤 소나타의 명연에서도 느꼈지만 길렐스는 때론 거칠고 직선적인 연주로 강하게 밀어붙이지만 때론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아름답고 영롱한 타건을 구사한다. 역시 길렐스는 구소련을 대표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답게 작곡가의 작품에 따라 자유로운 변신을 통해 다양한 음악세계를 구축한 것을 알 수 있다.

멜로디아에서 나온 길렐스의 음반.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스크바 음악원 그랜드 홀 실황녹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베토벤 소나타에서 슈베르트, 쇼팽, 슈만, 바르톡, 프로코피예프의 현대 작곡가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 연주세계를 들려준다. 길렐스가 얼마나레퍼토리의 variation이 큰 명인이었는지 알 수 있는 음반으로 길렐스의 음악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다.

아마도 머지 않은 시일내에 이 음반에 있는 주옥같은 명작들을 다 소개할것 같다. 길렐스의 공연실황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에서 길렐스의 강철타건을 기대했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고 베토벤,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에서 보여주었던 공포스러운 힘의 타건에서 탈바꿈한 그의 모습을 느끼면 역시 진정한 마에스트로는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감탄을 하게 만든다.

아르헤리치가 연주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독특한 해석을 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길렐스가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이 평론가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내겐 강하고 거친 길렐스의 모습에서 또 다른 부드러운을 느낄 수 있는 이채로운 경험이었다.

Emil Gilels (Piano)
Kyrill Kondrashin (conductor)
Moscow Philharmonic Orchestra
녹음: 1962/10 Stereo, Analog
장소: Grand Hall of the Moscow Conservatory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 Allegro Maestoso

2악장 Romanze. Larghetto

3악장 Rondo. Viv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