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 초반까지 명성을 떨친 천재 지휘자이며 작곡가.뛰어난 재능과 함께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인생관을 가졌으며 그의 이런 성격은 그의 음악에 그대로투영되어 있다.

MAHLER: Symphony No. 1 in D major ''Titan''

어디에선가 읽은 글인데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단계, 등급이 있다고 한다. 처음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땐 소품, 왈츠, 연습곡 같은 친숙하면서 가벼운 곡들을 먼저 접한 다음에 교향곡-협주곡-실내악 등으로 듣는다면서 초급, 중급, 고급의 코스별로 나눈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일견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큰 의미를 둘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경우만 해도 소품이나 왈츠같은 건 스킵하고 바이올린 협주곡을 처음 접하면서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 빠져들어 풍덩풍덩 질러대는 돈지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한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는데 이를테면 쇤베르크나 쇼스타코비치의 실내악을 호기심이라도 좋으니 한 번 접해보시기 바란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심신을 편하게 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학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교향곡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겐 즐겨듣는 교향곡의 등급 비슷한 것이 있다. 태권도의 하얀띠부터 시작해서 검은띠까지 올라가는 단계 비슷한 건데

모차르트, 하이든-베토벤-브람스, 차이코프스키-말러-부르크너-쇼스타코비치

이런 식이다. 내 경우엔 모차르트부터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의 전집을(하이든은 제외) 지휘자, 악단 별로 몇몇 종류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고 말러, 부르크너, 쇼스타코비치는 몇몇 음반을 갖고 있긴 한데 부르크너의 경우는 도무지 친해지기 힘들었다. 아마 앞으로도 부르크너와는 친해지기 힘들 것 같다.

말러 교향곡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고 친해지기 힘든 대표적인 음악인데 내 경우엔 5번으로 말러의 세계를 처음 접할 수 있었다. 말러 5번의 1악장의 도입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차고 화려한 금관악에 매료되어 한동안 말러 5번에 빠져 살았고 그 외 다른 교향곡들도 열심히 즐겨들었다.

말러 교향곡은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일본에 있는 지인들과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이야길 나눠보면 일본인들이 무척 좋아해서 일본에는 알아주는 말러리안들이 많고 특히 브루노 발터가 지휘하는 말러를 좋아한다(발터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일본인 중엔 집에 약 1200장의 말러 교향곡 음반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이 말러 교향곡은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깊은 매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데 말러의 철학적 세계관-염세주의적이고 회의적이며 처절하고 우울한-이 그대로 투영된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같은 류의 작곡가들 중에서도 베토벤,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과는 또 다른 맛이 있으니 말러의 세계에 관심을 갖고 싶은 분은 한 번쯤 말러 1번, 2번, 5번. 8번을 들어보시기 바란다.

구스타프 말러에 대하여

말러의 캐리커쳐. 신경질적인 천재로 묘사했다. 실제로 그는 완벽주의자였고 날카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말러는 유태인 태생으로 보헤미안에서 출생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유태인들이 겪어야만 했던 질곡의 역사를 예외없이 경험하며 살았으며 그 수난과 모욕을 경험하며 성격이 올곧게 형성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세계관은 훗날 그의 음악세계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그의 음악적 특징은 때론 비통하면서 염세적이고 상당히 혼잡스러운 느낌을 준다. 바흐, 헨델, 모차르트같은 질서정연한 멜로디의 음악을 즐겨듣는 이들에겐 결코 쉽게 친숙해질 수 없는 느낌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 번 빠져들면 점점 깊숙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유태인이었기에 겪어야 했던 수난과 고통의 인생에서 그는 아무리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한들 유럽사회에서 메이저가 될 수는 없었다. 많은 좌절을 겪었고 그 좌절과 고통속에서 비상하고자 하는 한 천재 음악가의 모습. 바로 그것이 말러 음악의 전체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스타프 말러와 브루노 발터

브루노 발터의 젊은 시절. 그는 말러를 평생의 스승으로 삼고 존경하였다. 스승은 제자에게 음악을 가르쳤고 제자는 스승의 사후에 그의 음악을 세상에 내놓아 빛나게 하였으니 이들은 그야말로환상의 커플이었다.

브루노 발터는 18세에 처음 말러를 만나게 된다. 그의 1번 교향곡을 들으며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평생동안 말러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하였고 죽을 때까지 말러를 마음 속의 스승으로 여기며 존경하고 따랐다. 말러 역시 발터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발터 역시 말러와 마찬가지로 유태인이었고 유럽 사회에서 심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말러의 권유로 그의 유태계 성을 버리고(발터의 원래 이름은 브루노 발터 슐레징어인데 슐레징어를 버리게 된다) 오스트리아로 국적을 변경하였다.

말러는 대단히 훌륭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였으나 생전에 그가 작곡한 곡들은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의 주옥같은 곡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뻔한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은 바로 발터였다. 발터는 훗날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 미국 전역을 돌며 말러의 교향곡을 연주하였고 말러 열풍을 일으키게 되었다. 바로 발터가 있었기에 말러는 비로소 작곡가로서도 빛을 보게 되었고 발터는 말러 교향곡 최고의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게 되었다.

브루노 발터가 1939년에 최초로 녹음한 말러 교향곡 1번. 현재까지 알려진 말러 교향곡 1번의 최초 음반이다. 워낙 옛날 녹음이라 음질은 형편없으나 다른 사람도 아닌 발터가 최초로 녹음한 1번 교향곡이란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다.

발터는 1번 교향곡을 모두 네 번에 걸쳐 녹음했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그는 이 곡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아 말러의 제자가 되었고 이 곡을 가리켜 말러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곡이라고 하였다.

1번 교향곡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음반은 우선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것을 꼽을 수 있겠고 그 외에 너무도 유명한 말러리안인 번스타인의 말러 교향곡 전집, 그리고 쿠벨릭, 발터의 음반이 있다. 음질 등의 모든 면을 고려한다면 아바도, 번스타인의 음반을 선택한다면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발터의 음악적 특징은 매우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말러의 다소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인 음악이 과연 발터와 어울릴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발터는 모차르트를 지휘할 땐 모차르트답게, 또한 브람스나 베토벤, 말러를 지휘할 땐 또한 그에 맞게 따뜻한 느낌을 주며 전혀 거슬리지 않게 잘 만들어냈으니 과연 대가다운 음악적 깊이가 느껴진다고 하겠다.

Bruno Walter (conductor)
NBC Symphony Orchestra
녹음: 1939/04/08 Mono
장소: Studio 8-H, New York

전악장 연속재생


I Langsam, Schleppend, Wie ein Naturlaut

II Kraftig bewegt, doch nicht zu schell

III Feierlich und gemessen, ohne zu schleppen

IV Sturmisch bewegt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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