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의 여신 정경화. 온몸을 비틀며 오만가지 인상을 다 쓰면서 연주하는 모습에서 엄청난 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하다. 이 사진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온몸으로 연주하는 스타일을 난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카리스마란 단어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인물. 바로 헝가리 출신의 카리스마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 외모부터 지휘 스타일, 음악 스타일까지 카리스마로 똘똘 뭉친 아저씨.

BARTOK: Violin Concerto No. 2 Sz. 112

오랜만에 정경화 여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하나 들어볼까 하며 음반을 쭈욱 골라보는데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눈에띄는 음반이 있었노라. 바로 정경화 여사와 세기의 대 지휘자 솔티 할배가 협연한 바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우선 바르토크란 인물과 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2번이 무척 생소하게 다가올 몇몇 분들을 위해 간략한 코멘트를덧붙이겠다.

벨라 바르토크에 대하여

사진에서부터 부리부리한 눈빛이 뭔가 영특한 천재적인 삘이 풍긴다.쇼스타코비치와 비슷한 신경질적인 천재의 삘. 그의 인생자체가 어린 시절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대단히 신경질적이고 외로운 투쟁으로 점철되었다. 결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없는 인물이다.

벨라 바르토크(Bela Bartok).Bartok을 발음할 때 바르톡, 혹은 버르톡, 또 바르토크라고도 발음하고 쓰던데 정확하게 뭐가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Beethoven도 그렇지 않은가? 베토벤이라고 쓰고 발음하지만본토의 사람들은 비토벤, 비이토벤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쨌든 이 바르토크라는 사람은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등과 함께 동구권을 대표하는 현대작곡가이다.헝가리 출신이고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의 중반까지 살며 피아니스트, 작곡가, 민요 수집가로 활동했는데 그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명해보면 밝은 영광보다는 어두운 좌절, 고독이 훨씬 더 많았던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심하게 아팠고 7세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에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다.

루빈스타인 피아노 콩쿨에 피아노와 작곡의 2개 부문에출전했으나 그 이름도 유명한 빌헬름 박하우스에게 1등을 빼앗겼고 작곡부분에서도 상을 받지 못했다.

훗날 미국으로 망명하여 이름을 날렸으나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프로코피예프 등의 미국 망명 작곡가들에 비할 것은 못되었고 평생을 어둠 속에서 고독한 투쟁을 하며 큰 명성과 빛을 보지 못하고 64세의 나이에 병사하고 만다.

그는 어려서부터 신체적으로 병약했고 가정환경도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그의 삶은 대단히 고독한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었고그가 생각하는 인생, 세상이란 밝은 면보다 어둡고 불행한 것이 훨씬 더 많이 보였을 것이다.이런 그의인생관은 대단히 염세주의적인 철학으로 발전되었고그의 철학과 사상은 그 누구도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음악세계를 만들게 되는데 영향을 끼쳤다.그가 남긴 몇몇 음악들을 들어보면 확실히 느껴진다. 대단히 어둡고 우울하다.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의 음악과는 또 다른차원의 어두움이 느껴진다.

대단히 전위적이고 형식을 파괴한 듯한음악들이 무척 신경질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이렇게 신경질적인 음악들 속에서어떤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으니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밝은 불빛이 빛나는 터널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터널이란 어둠을 상징하는 의미겠지만 그 터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밝은 빛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아이러니. 바르토크의 음악에선 밝아야 될 부분이 어둡고 어둡게만 생각했던 부분이 밝아보이는아이러니가 느껴진다.

바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바르토크는 두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였다. 이 중에서 1번은 그의 사후에야 발견되었고 2번 협주곡이 유명한데 시벨리우스, 쇼스타코비치 등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더불어 20세기에 만들어진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바르토크도 그렇고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 라벨도 그렇지만 현대 작곡가들의 곡은 친숙해지기 대단히 힘들다. 쇤베르크는 말할 것도 없다. 어디가서 이 사람들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구라치면 어? 이 새끼 뭐 좀 아는데? 하는 식의 뭔가있어 보이는 효과도 있을지 모르겠다.

바르토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곡의 아름다움이랄지 멜로디의 유려함 따위는 도무지 찾아볼래야 찾기 힘들고 친해지기도 무척 힘들다. 하지만 무슨 음악이든 처음부터 친해지는 음악이 어디 있겠나? 다 듣다보면 친해지고 익숙해지고 좋아해지는 거지. 남녀간의 연인관계도 그렇고 다 살다보면 좋아지고 좋았다가 또 지루해지고 그렇게 권태기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남?


Kyung-Wha Chung (violin)
Sir Georg Solti (conductor)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녹음: 1976/2 Stereo, Analog
장소: Kingsway Hall, London

전악장 연속재생

I-Allegro non troppo

II-Andante tranquillo

III-Allegro molto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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