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TALI: Chaconne

실내악 2006. 8. 18. 00:58 |


바이올린은 알고보면 참 섹시한 악기이다. 생긴 것 부터가 3번의 굴곡으로 이어진 완벽한 S라인이지 아니한가? 게다가 저 작은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섹시한 흐느낌, 작은 떨림, 그리고 웅장한 외침까지 바이올린이 내는 소리는 참 섹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VITALI: Chaconne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비탈리의 샤콘느를 이야기 할 때 이렇게 말한다. 그것도 하이페츠가 연주한 비탈리의 샤콘느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고 말한다.

하이페츠가 녹음을 했던 RCA에서 음반 마케팅을 담당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어찌보면 실소가 나올 법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문구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였고 상당히 성공을 거둔 것으로 생각된다. 어찌되었건 하이페츠란 불세출의 연주자, 비탈리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작곡가, 그의작품으로 연결되는 삼위일체를 이루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 이란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으니 말이다.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이거나 혹은 극도로 멜랑꼴리한 기분을 느껴 슬픈 음악을 듣고자 하는 이가'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 무얼까?' 라는 의문에서 검색엔진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하이페츠가 연주하는 비탈리샤콘느'라는 도식화된 한 문장이 나온다면 벌써 세 가지의 몰랐던 상식을 알게 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다시 한 번생각해도 참 놀랍다. 그 RCA의 음반 마케팅 담당자의 수완.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의 수는지구상의 인구 60억에 해당하는60억개의 음악이 아닐까? 음악을 듣는 이의 감정상태와 취향에 따라 모두 틀릴 수 밖에 없으니 그럴 것이다.

내 경우엔 청소년기에 즐겨 들었던 Rarebird의 'Sympathy'라는 노래와 제목부터가 슬픈 멜라니 사프카의 'Saddest Thing'이란 노래가 너무도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 'Darling Lili'에 삽입된 OST 'Gypsy violin'을 처음 들었을 때 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던 기억이 난다.

O.S.T from Darling Lili-Gypsy violin

그리고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오이스트라흐 연주) 바이올린 독주가 시작될 때 거짓말처럼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외에 라벨의 치간느,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 또한 매우 슬픈 곡이었다. 비록 눈물은 흘리지 않았었지만 내겐 이 곡들이 비탈리의 샤콘느보다 훨씬 더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집시 바이올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찌간느, 악마의 트릴모두 바이올린 연주곡이란 점이다. 이처럼 바이올린이란 악기는 슬픈 감정을 더욱 슬프게, 기쁜 감정을 더욱 기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바로 바이올린이 주는 '흐느낌'이란 감정 때문이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매우 유명한 듯 하지만 사실 그다지 많은 연주자가 레코딩을 하진 않았다. 또한 비탈리란 작곡가 역시 이 샤콘느란 작품외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반해 같은 샤콘느라 할지라도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조곡 샤콘느는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진정한 마에스트로가 되기 위한 엄격한 관문과도 같은 매우 어렵고 유명한 곡이다.

대표적으로 오이스트라흐, 하이페츠, 밀스타인, 그뤼미오 등이 레코딩을 하였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음반은 오이스트라흐와 하이페츠의 것인데 누가 더 '슬픈 흐느낌'을 제대로 연주하는지 듣고 느껴 보시기 바란다.

1. 야사 하이페츠(Jascha Heifetz)



Jascha Heifetz (Violin)
Richard Ellsasser (Organ)
녹음: 1950/08/04 Mono
장소: Little Bridges Hall, Claremont

2.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David Oistrakh (Violin)
Vladimir Yampolski (Piano)
녹음: 1950 Mono
장소: Moscow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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