뵘 할배가 지휘하는 음악들은 어째 딱딱하고 각이 많이 져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이 많이 가고 찾게 되는 음악들이 뵘 할배의 음악들이다. 모짜르트와 베토벤 모두 그렇다.

BEETHOVEN: Symphony No. 5 in C minor op. 67

칼 뵘 영감님이 1977년 생의 말년에 일본 동경에서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5번의 공연실황을 소개한다.당시 뵘 할배에겐 평생의 수족과도 같았던 빈 필의 단원들을 데리고 멀리 일본의NHKHall에서공연을 했는데 참 열심히, 또박또박하는 모습이 인상깊다. 일본까지 갔으면 우리나라에도 한번 오지. 그 영감님 참. 하긴 그 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내고무슨 공연씩이나 볼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었겠나? 머리만 길어도, 치마만 짧아도 경찰들에게 잡혀서 바리깡으로 머리통을 빡빡 밀어버리고 짧은 치마의 아가씨들에겐 구사리를 주던 그 살벌한 시절에 말이다.

베토벤 교향곡 5번의 다른 지휘자의 음악 듣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베를린 필. 전쟁 중 녹음
카를로스 클라이버, 빈 필. 1974년

칼 뵘과 그의 부인이 일본 NHK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다. 혹시라도 내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 계신 관계로 인터뷰 내용을 번역해서 알려드리겠다.

[빈필의 큰 특색은 멤버끼리 같은 말을 사용한다는 것, 결국 빈 지방의 사투리로 말을 한다는 것 뿐만이 아닌 음악적으로도 같은 언어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빈과 베를린 필 중에서 어느 쪽에 더 애착이 있느냐 하면 역시 빈필이다. 나는 오스트리아인이기 때문이며 빈필의 멤버들은 30년 이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그들의 장소, 약점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베를린 필과도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이긴 하다. 빈필과 베를린 필과의 서로 다른 점이라면 베를린 필은 프러시아적이라서 대단히 규율이 바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중간 정도의 혹은 아주 나쁜 지휘자가 와서 지휘를 하더라도 연주는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그보다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빈필은 좋지 않은 지휘자가 와서 지휘를 할 경우엔 멤버 모두가 전혀 경의를 표하지도 않고 모두 수근거린다.

(에로이카 1악장 템포 완전히 틀렸다. 우리들이 더 잘안다) 빈필의 경우는 지휘자가 별로이면 완전히 따로따로 개판이 된다.

이런 일은 베를린 필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빈필에서는 inspiration이 주어질 때 본래의 것보다 훨씬 위대한 것을 완수해낸다.]


칼 뵘이 1977년 일본 동경에서 이 공연을 했을 당시의 나이는 무려 83세이다. 1894년생인 칼 뵘은 4년 후인 1981년에 8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83세나 되는 영감님이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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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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