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
독주곡 2008. 11. 12. 13:20 |자신의 한 몸에 지닌 너무도 많은 재주와 능력을 타인을 위해 쓰며 한평생 봉사와 헌신을 실천한 위대한 인물 알베르트 슈바이처. 그를 떠올릴 때 밀림의 성자라는 타이틀답게 의사라는 타이틀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그는 당대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였고 바흐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다.
BACH: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 565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활동했던 작곡가 헨델과 달리 바흐는 대단히 사색적이고 종교적이며 성실하고 경건한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바흐에 반해 헨델은 시기와 질투가 심했고 경망스러웠으며 도박을 좋아했던 삶을 살았다고 한다.
바흐는 늘 종교적인 삶을 견지했던 성인(聖人)답게 종교음악을 대단히 많이 작곡하였는데 너무도 유명한 마태 수난곡을 비롯한 요한 수난곡, 그리고 수많은 종교음악의 칸타타(합창)을 작곡하였고 대규모의 합창곡 뿐만이 아니라 파이프 오르간을 위한 연주곡에도 그의 투철하고 진지했던 종교적 의식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곡들이 많다. 이를테면 그 제목, 액면가부터 종교음악임을 확연히 알 수 있는 것들인데 "오 하나님의 순진한 양", "옷을 입어라, 내 영혼아", "우리와 함께 머물으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여" 등등이 있다. 그 외에도 겁나게 많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직접 이너넷을 찾아 보시기 바란다.
이처럼 종교적 신비로움이 듬뿍 배어나오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는 다른 어떤 것 보다도 파이프 오르간이 최고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교회내 전체를 뒤덮을 듯한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그 울림을 느낄 땐 전율마저 느끼게 하며 절로 무릎을 꿇도록 만드는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지니 말이다. 이에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악기의 제왕은 파이프 오르간이라고 극찬했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곡으로 가장 유명한 곡을 꼽는다면 이 또한 두 말할 나위없이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일 것이다. 휴대폰의 벨소리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대단히 친숙한 멜로디의 이 곡은 바흐의 음악 중 가장 친숙한 음악 베스트 3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머지 둘은 G선상의 아리아, 무반주 첼로 조곡 1번의 프렐류드가 아닐까?
바흐가 작곡한 파이프 오르간 연주곡인 토카타와 푸가의 가장 유명한 연주는 평생동안 바흐 작품의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며 일생을 바친 헬무트 발햐(Helmut Walcha)의 연주일 것이다. 발햐는 세계 최초로 바흐의 오르간 작품 전곡을 녹음했을 정도이니 일생을 바쳤다는 표현이 제대로 적절한 것이다. 또 한 사람을 찾는다면 오르간, 피아노의 비루투오소라고 하기엔 좀 어렵지만 당대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 중의 한 사람으로 명성을 떨쳤고 바흐 연구의 권위자로 많은 저서를 내기도 했던, 그 이름 너무도 유명한 알베르트 슈바이처가 되겠다. 그리고 슈바이처가 유명한 이유는 그가 의사인데도 오르간 연주도 했다는 의외성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그는 의사이기 전에 너무도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슈바이처가 단순히 의사로서만의 프로필을 갖고 있었다고 알고 있었던 사람 손들어봐! -_-+
만일 그랬다면 내 블로그에서 이 글을 읽고 또 하나의 귀한 지식을 얻고 가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그 옛날에 연주했던 녹음 음반도 접하게 되니 좋지 아니한가.
헌신과 봉사-알베르트 슈바이처
봉사와 헌신의 대명사격인 사람들이 있다.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두고 성인(聖人), 성자(聖者) 등으로 부르며 끝없는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나이팅게일, 마더 테레사...슈바이처. 그 외의 또 다른 인물들이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기 바란다. -_-
어쨌든 이처럼 봉사와 헌신을 평생 동안 몸소 실천하며 살았던 이들의 공통점은 투철한 종교적 신념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끝없는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충만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닌 남을 위한 일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의료인 중의 하나로 꼽히는 밀림의 성자 알베르트 슈바이처. 그 역시 투철한 종교적 신념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끝없이 샘솟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끝없는 에너지를 봉사와 헌신이라는 이타적 행위에 쏟아 부었고 이를 위해 끝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였던 인물이었다. 그는 신학자임과 동시에 철학자였고 현대 파이프 오르간의 연주법에 큰 영향을 주었던 당대 최고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였다. 그리고 30세가 넘은 나이에 교수의 신분으로 의대 신입생으로 입학하여 의사가 된 후 반세기의 세월에 걸쳐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생활하며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아프리카의 병든 환자들을 위해 봉사했다.
슈바이처는 90년을 살았다. 90년간 장수했던 그의 인생을 3등분할 수 있는데 1/3을 자신을 위한 삶을 살며 훗날 이타적인 삶을 살기 위한 교양과 인품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면 나머지 2/3는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오지 중의 오지에서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인생의 2/3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기로 결심한 것은 21세 때의 젊은 청년 때의 일이었다.
사실 슈바이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이 세상 사람들은 누구든 어릴 적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수많은 위인전을 통해 읽어서 알고 있을 것이니 내 블로그에까지 그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 또한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블로그는 음악과 연주자를 소개하는 블로그이니 신학자, 의사, 오르간 연주자였던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생애 중 오르간 연주자로서의 부분만 따로 떼어서 언급해볼까 한다.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을 알고 싶다면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을 오랜만에 다시 펼쳐 보기 바란다.
바흐 음악의 숭고한 종교적 의미를 받들다
어린 시절의 슈바이처와 그의 가족들. 슈바이처의 집안은 매우 부유한 집안이었고 슈바이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외조부의 영향을 받아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뒷줄 한가운데 서있는 소년이 10세의 슈바이처.
슈바이처는 매우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외조부 역시 목사였다. 그의 인생을 지배했던 타인을 위한 이타심, 신에 대한 감사의 정신은 그가 성장했던 환경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알자스인데 원래는 독일의 영토였으나 1차 대전 이후 프랑스령이 되면서 슈바이처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함으로서 그는 당대의 명 오르가니스트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된다.
슈바이처는 어릴 적부터 오르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가 오르간을 잘 연주하는 목사였고 그의 외조부 역시 오르간을 연주, 연구하였다고 한다.
슈바이처는 그의 음악적 재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게 천재적 재능따윈 없다. 만일 있다면 음악적 재능만이 있을 뿐이다.’
이 정도로 슈바이처는 평생을 두고 오르간을 아끼며 연주했고 특히 바흐의 음악을 신봉했다. 어릴 적부터 오르간을 배웠고 훗날 스트라스부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다. 성 슈테판 교회에서 칸타타를 연주할 땐 항상 오르간 파트를 도맡아 했다.
슈바이처가 진정한 오르가니스트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프랑스의 명 오르가니스트이며 작곡가인 뷔도르(Charles-Marie Widor)를 알게 된 후부터였다. 슈바이처는 숙모의 소개를 통해 뷔도르를 알게 되었는데 뷔도르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음악원 학생 외엔 절대 제자를 받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예외가 바로 슈바이처였다.
슈바이처의 오르간 스승이었던 뷔도르. 그는 슈바이처의 재능과 열정을 알아보았고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슈바이처를 통해 실현한다.
뷔도르는 대단히 엄격한 교육을 통해 제자를 길러내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슈바이처에게만은 자상한 스승이었다고 전해진다. 점심 식사를 사줄 때도 많았고 휴가 중일 때도 특별레슨을 해주었다. 이는 슈바이처가 음악가로서 대성할 재목임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고 특별관리를 해주었던 슈바이처에게 뷔도르 자신이 꼭 해보고 싶었던 과제를 시킨다. 바로 바흐에 관한 연구서적의 집필이었다. 슈바이처 또한 스승의 권유를 적극 받아들여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학생용 바흐 연구서적의 집필을 완성하게 된다. 책의 제목은 ‘J. S 바흐, 음악가-시인(J. S. Bach: Le Musicien-Poète)’. 이 책은 훗날 독일어로도 재편찬 되었고 독일어본을 만든 사람 역시 슈바이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책은 바흐 연구의 필독서로 꼽힌다.
而立-봉사와 헌신을 몸소 실천하다. 음악은 그 훌륭한 도구
슈바이처는 24세에 철학박사, 25세엔 신학박사가 되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오르간 연주자임과 동시에 신학자였고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교수였다. 그러나 그는 30세가 되면 자신이 받았던 행복한 삶을 훗날 남을 위해 봉사하기로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그의 나이 21세 때 이와 같은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난 21세 때 뭘 하고 있었지...-_-
21세 때의 슈바이처. 그는 이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이미 30세 이후의 인생계획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기로.
30세가 되어선 그 결심을 실천하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의사가 없어서 난리라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한 슈바이처는 스트라스부르 의과대학에 진학, 늦은 나이에 의사가 되기 위한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한다. 물론 주위의 모두가 반대했다. 아버지도 의대학장도 반대하며 왜 그런 오지에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만류했지만 그는 한 번 굳힌 결심을 흔들림 없이 실천했다.
6년여의 세월동안 의학공부를 한 후 의학박사를 취득하고 그는 간호사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 그들 부부는 바로 아프리카로 떠나 끝없는 고난과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난민들을 위해 봉사하였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봉사활동을 하는 슈바이처는 의료기구, 의약품 등을 구입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때때로 유럽으로 건너가 연주회를 열었다. 그 때 이미 슈바이처의 명성은 전 유럽에 걸쳐 널리 알려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알아서 기금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아프리카의 그 드넓은 초원에서 오르간을 맘껏 연주할 수 있도록 파리의 바흐 협회에선 오르간 페달을 붙여 특별 제작한 피아노를 만들어 그에게 선물했다. 자칫 아프리카의 의료활동 때문에 음악인으로서의 인생을 포기할 뻔했지만 자신이 베푼 만큼 스스로 그를 도우려는 사람 또한 많았던 것이다. 그렇게 드넓은 초원의 한 밤 중에 그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더더욱 성숙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신학자, 철학자이자 당대의 바흐 연구의 권위자였고 이립의 나이엔 타인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인류애를 몸소 실천했던 위대한 인물 알베르트 슈바이처. 수없이 많은 일을 했고 수없이 많은 존경을 받았던 그는 90세의 나이로 그의 제2의 고향인 아프리카 랑바레네에서 전 세계인의 애도 속에서 영면하였다. 그의 나이 77세에 받았던 노벨 평화상은 그의 위대한 인생을 설명하는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슈바이처의 음악
슈바이처의 바흐 오르간 연주가 수록된 EMI 음반. 슈바이처가 남긴 음반 중 가장 구하기 쉽고 옛날 녹음임에도 음질이 좋다. 토카타와 푸가를 비롯한 여러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슈바이처는 바흐를 위한 연구서를 두 권이나 집필하였고 평생 동안 바흐를 연주하며 바흐 음악의 숭고한 정신을 몸소 실천하였다. 그리고 현대 오르간 주법의 변화에도 큰 역할을 한 공적 또한 높이 평가받는다. 그를 음악가로만 평가할 수도 없듯이 그의 연주를 들으며 음악가, 연주자, 비르투오소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선 아니 될 것이다. 슈바이처의 음악을 들을 땐 그의 손끝에서 나오는 연주만이 아닌 그가 살았던 그 높고 높은 세계, 그의 숭고한 사상을 함께 느껴야 할 것이다. 인간 슈바이처를 어떤 작곡가의 스페셜리스트, 비르투오소 정도로 평가할 순 없고 평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바흐의 음악세계, 그 세계에서 말하고자 하는 끝없는 인류애, 숭고한 정신을 가장 잘 전달한 사람이 바로 슈바이처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Albert Schweitzer
녹음: 1935/12/16~18 Mono
장소: Organ of All Hallows Church, Barking by the Tower,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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