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폴로의 작품 만돌린을 든 여인. 이 여인이 무슨 이유로 상반신 노출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궁금한 분은 직접 찾아서 리플 남겨주시길.

VIVALDI: Concerto for 2 Mandolins in G major RV 532

비발디의 두 대의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을 소개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이런저런 협주곡이란 분야에서 비발디만큼 다작을 한 작곡가는 없다. 그 이름들도 참으로 다양하다.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 두 대의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 2대의 바이올린과 류트를 위한 협주곡 등등 별별 악기를 이렇게 저렇게 배치하면서 그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만든 것이다. 얼마나 많은 협주곡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면 시간이 많이 남는 분들이 직접 찾아보시길.

오늘 소개하는 이 두 대의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이란 작품 또한 그 벼라별 협주곡 중의 하나이다. 만돌린이란 악기가 오케스트라에 편성된 악기도 아닐뿐더러 때때로 반주나 해주는 역할만 있을 뿐인데 반해 비발디는 이 악기를 위해 협주곡까지 작곡하였다. 평소에 만돌린이란 악기가 생소했고 만돌린의 청량한 소리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분들은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곡의 느낌은 딱 전형적인 바로크 시대의 음악, 딱 거기서 거기의 느낌이다. 한 대가 아닌 두 대의 만돌린이 서로 화합하며청량한 느낌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 외엔특별한 개성을 찾기어렵다.

또 하나. 만돌린이란 악기에서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세계 3대 추리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걸작인 앨러리 퀸(Ellery Queen)의 ‘Y의 비극(The tragedy of Y)’에 보면 이 만돌린이 살인도구로 쓰인다. 대저택의 주인이자 독재자였던 노파가 한 밤에 의문의 살인을 당하고 유일한 목격자는 귀도 안 들리고 눈도 안 보이는 노파의 딸이다. 이 딸이 손으로 만진 범인의 얼굴윤곽, 감촉만이 유일한 단서인 어려운 상황. 주인공은 그 작은 단서만을 가지고 조금씩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게 되는데 결국 범인을 잡아내고 왜 살인도구로 만돌린을 사용하였는지 알게 된다. 범인은 누군가가 써놓은 살인 시나리오를 그대로 실행하였는데 시나리오 상에는 ‘blunt instrument’로 적혀있어 망치, 몽둥이 같은 걸로 때려죽여야 한다는 것을 악기로 오역하여 만돌린으로 노파를 때려죽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 자세히 쓰자니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하니 그만 쓰겠다. 요즘처럼 너무 추워서 어디 싸돌아 다니기 좋지 않은 날엔 따뜻한 방안에서 배때기 깔고 엎어져서 야동만 보지 말고 이런 좋은 책도 한 권쯤 읽어보시길.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사제(司祭) 비발디-소녀떼의 대통령이 되다

영화 '비발디'의 한장면. 비발디는 지루했던 사제교육을 끝내고 그의 천성에 가장적합한 피에타의 음악교사가 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다작을 남겼다. 물론 그 끝은 무척 좋지 않아 타국땅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게 된다.

비발디는 너무 가난한 가정에서 조산아로 태어났기 때문에 집에서 바로 세례를 받았고 그의 부모는 그를 사제(priest)로 키우기로 하였다. 그러나 비발디의 천성은 도저히 사제교육을 제대로 받아 신부가 될만한 것이 아니었다. 10년간이나 사제교육을 받았으나 음악을 더 사랑했고 여자도 무척 밝혔다. 제자였던 소프라노 가수와 염문에 빠지기도 했고 세속적인 욕망이 너무 강했던 인물이었다. 안나 지로(Anna Giro)라는 소프라노 가수가 사제였던 비발디의 집에 들어가 동거를 하고 비발디의 여동생이자 간병인(비발디는 만성천식환자였다) 파올리나와 함께 살며 셋이서 집단 섹스를 즐겼다는 추접스러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비발디는 세 가지 명함을 동시에 갖고 있었는데 하나는 사제, 또 하나는 작곡가,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의 본분은 사제였지만 작곡가로서의 자질이 더 뛰어났고 작곡가보다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재능이 훨씬 더 뛰어났다. 비발디는 20대에 작곡가이자 연주자로 크나큰 명성을 누리고 1703년에 사제서품을 받은 후부터 오스페달레 델라 피에타의 음악교사가 된다. 피에타라는 곳은 부유층 가문의 사생아 소녀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엄격한 교육을 통해 이곳 저곳에서 모여든 불쌍한 소녀들을 전문음악인으로 양성하였다. 또한 부유층 가문의 사생아들인지라 남몰래 경제적인 후원도 상당하여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합창단을 조직할 수 있었고 베니스의 명물이 되었다. 이 소녀떼의 음악교사가 되었다는 것. 비발디에겐 지루하고 따분한 10년 사제교육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만나게 된 사랑의 유토피아에 다름 아니었다. 바로 이 꿈같은 시간 동안 비발디는 35년간 무려 400여 곡의 협주곡을 작곡하였다. 그러나 이 400여 곡 중 후세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곡은 그 유명한 ‘사계’정도일 뿐이다.


이처럼 그 많은 곡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대부분의 곡들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점이다. 오늘 소개하는 두 대의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 역시 그렇다. 이 곡이 수록된 두 장의 음반을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있으면 한 곡과 다음 곡의 경계, 한 악장과 다음 악장간의 경계가 불분명할 정도로 똑같은 곡을 계속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래서 그 유명한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비발디를 두고 ‘똑같은 곡을 400곡이나 작곡’하였다고 혹평을 하였다.

거기서 거기 시리즈 1. 유명한 김태희의 표정연기이다. 다양함이 살아숨쉬는 저 표정연기는 스티븐 본좌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거기서 거기 시리즈 2. 여신 제시카와 아이들. 왼쪽의 세 명, 탱구, 순규, 효연의 키는 그 옆의 수영과 장신라인에 비하면 다 거기서 거기다. 맨 오른쪽의 여신께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짝다리와 팔짱을 끼고 도도한 여신의 포스를 잃지 않고 계신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혹평이 설령 맞다 손치더라도 비발디 음악이 들려주는 특유의 생명력, 감성은 어느 작곡가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더구나 만돌린, 리코더, 오보에, 기타, 플룻 등 독주곡으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악기들을 전면 배치하여 여러 협주곡을 작곡한 점은 그 시도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야 마땅할 것이다.

두 대의 만돌린을 위한 협주곡에서 또 하나 덧붙일 것이 있다면 비발디가 작곡했다는 것 외엔 대부분의 정보가 미상이라는 것이다. 작곡연도, 장소, 초연장소, 초연자 등등 모든 것이 다 과거의 낡은 한 페이지에 불과할 뿐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래도 다행한 일이다. 후세의 사람들이 잊지 않고 이처럼 연주를 해주고 음반도 내줘서 전 세계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Tom Finucane
Philip Pickett (conductor)
New London Consort
녹음: 1990/11 Stereo, Digital
장소: Temple Church, London

전악장 연속재생

I Allegro

II Andante

III Allegro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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