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중세 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부부. 하지만 가장 슬프기도 한 부부. 바로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슈만 부부이다. 그토록 반대하는 결혼을 하여 7명의 자녀를 두고 불꽃같은 사랑을 나누며 살았으나 그들은 결국 슬프게도 이별했다.

SCHUMANN: Cello Concerto in A minor op. 129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소개한다. 슈만이 남긴 수많은 작품들 중 협주곡은 피아노 협주곡 외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첼로 협주곡 역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에 비해 연주되는 빈도가 낮고 많은 음반이 나와 있지 않지만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이 나오기 전에는 첼로 협주곡의 최고봉이었고 현재까지도 첼로협주곡이란 분야에선 이 두 곡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협주곡-正-反-合의 매력

협주곡이란 분야는 정-반-합의 원리를 반영하고 있다. 두 개의 대립하는 성질의 것이 새로 융합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지속되는 정반합의 원리를 설명할 때 적합하다는데 하나의 독주악기와 또 하나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마치 소싸움하듯이 서로의 날카로운 뿔을 들이대면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접전을 벌인다는 것. 그렇게 접전을 벌이다가 결국 하나의 거대한 융화를 이루면서 아름답게 산화한다는 것이란 말이 되겠다.

소싸움하는 대표적인 곡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 난 서슴없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이야기한다. 피아노 따로, 오케스트라 따로, 지루할 정도로 병렬적 구조가 계속 이어지는 이 곡에선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간에 너는 너의 길, 나는 나의 길로 갈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소싸움 하는 협주곡 중 이 곡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도 그와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다.

협주곡의 본연은 독주자의 연주를 서포트해주는 오케스트라에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본연의 의미에 충실하지 않고자 작곡한 협주곡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이 되겠다. 슈만은 많은 협주곡을 작곡하진 않았다. 너무도 유명한 피아노 협주곡이 하나,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이 하나 있는데 이 곡은 많이 연주되지 않는다. 그리고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서주와 알레그로란 곡이 또 하나 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첼로 협주곡이 또 한 곡이 되겠다. 슈만은 협주곡을 작곡할 때 독주자, 오케스트라가 일방적으로 튀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또한 하나의 악장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이런 이유로 그의 협주곡은 다른 작곡가들이 작곡한 협주곡들과는 매우 다르게 카텐짜에서의 현란한 기교를 과시하는 것도, 그리고 독주자의 오랜 독주 시간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첼로 협주곡에선 3악장을 쉼 없이 연속으로 연주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협주곡들은 협주곡이라기보다는 교향적 협주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처연했던 삶의 마지막 낭만을 위하여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슈만. 그는 작곡가이면서 훌륭한 피아니스트였으며 고도로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대단히 감성이 풍부한 시인이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었다. 그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정자왕이었고 정신적으로는 어린이를 무척 사랑하는 고운 품성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몸소 실천하고자 그의 건강한 정자, 정력의 육체와 정신을 발휘하여 슬하에 무려 7명이나 되는 아이를 낳았다. 슈만은 정자왕, 그리고 클라라는 다산왕이 되겠다.

어린이를 그토록 사랑했다는 슈만. 그래서 어린이 정경(Kinderszenen)이란 곡도 작곡한 그는 몸소 어린이 사랑을 실천하고자 7명의 자녀를 두게 된다. 대단한 슈만. 그리고 대단한 클라라.

어쨌든. 이 슈만은 대단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음악과 문학을 좋아했으며 피아노도 매우 잘 연주하는 당대의 명인 중의 하나였는데 원래 그의 꿈은 피아니스트였을 정도였다. 그러나 손가락 힘을 길러보겠다고 괜한 뻘짓을 하다가 치명적인 손가락 부상을 입게 되었고 더 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작곡에 몰두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슈만이 피아노 곡을 워낙 많이 작곡하였고 슈만하면 떠오르는 많은 작품들은 피아노 독주곡들이므로 그가 피아노 곡에만 몰두한 것으로 알기 쉽지만 정작 슈만이 피아노 못지않게 큰 애착을 가졌던 악기는 바로 첼로였다. 슈만은 어린 시절부터 첼로를 배웠고 첼로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으며 당대의 첼리스트와의 교분도 무척 두터웠다. 그래서 무슨무슨 3중주, 4중주, 5중주 등의 실내악곡을 많이도 작곡하였고 이들 곡엔 당연히 첼로가 중요한 파트로 차지하고 있다.

슈만은 1854년, 라인강에 투신 자살을 기도하였지만 뱃사공에 의해 구출되었고 이후 엔데니히정신병원에 입원하고 2년 후 사망하였다. 그리고 그는 병상에서도 이미 1850년에 작곡이 완료된 이 작품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였다. 슈만이 첼로를 그토록 격하게 아꼈다는 사실에서 그가 그토록 처연했던 삶을 마감할 때까지도 애착을 가졌던 곡이 바로 첼로협주곡이었다는 것. 그리 새삼스러울 일은 아닐 것이다.

슈만이 이 곡을 그토록 격하게 아꼈던 것과는 별개로 이 곡은 슈만이 살아 생전에는 전혀 주목받지도, 연주되지도 못했다. 초연이 이루어진 것은 슈만 사후 4년이 지난 1860년 6월 9일. 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렇게, 그토록 처연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위대한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 그가 그토록 애착을 가졌던 작품 첼로 협주곡은 그가 사망한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는 참 슬프고도 가슴 벅찬 이야기가 되겠다.

피에르 푸르니에와 야노스 슈타커의 57년과 62년 음반 중 어떤 것을 올릴까 생각했는데 슈타커의 57년 음반으로 풀어놓기로 했다. 언제 들어도 슈타커의 연주는 그 특유의 절도, 절제미가 느껴진다. 62년 머큐리 레이블의 음반은 일전에 소개한 랄로의 첼로 협주곡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언젠가 슈타커가 연주하는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음반에 함께 수록되어 있다. 6장짜리 음반인데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부터 시작하여 슈타커가 연주하는 벼라별 곡들이 다 수록되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질러보시기 바란다. 음질도 훌륭하다.


Janos Starker
Carlo Maria Giulini (conductor)
녹음: 1957/09/17 Stereo, Analog
장소: Kingsway Hall, London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Nicht zu schnell


2악장-Langsam

3악장-Sehr lebhaft

Posted by sni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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