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

KHACHATURIAN: Sabre Dance from Gayne

sniper 2011. 1. 4. 23:03

두 천재의 만남. 20대의 찰리 채플린과 야사 하이페츠이다. 채플린의 젊고 멀쩡한 모습도,하이페츠의 젊고 미소짓는 모습도 꽤나 이채롭게느껴진다.

KHACHATURIAN: Sabre Dance from Gayne

날이 잘 선 칼날 같은 곡 하나 소개한다.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이 남긴 출세작 가야네(Gayne) 중 ‘검의 춤(Sabre Dance)’이다.

하차투리안은 세 곡의 발레 음악을 작곡했고 이 중 두 곡이 현재까지 남아있다. 1939년에 작곡한 ‘행복(Happiness)’, 1942년에 작곡한 ‘가야네(Gayne)’, 그리고 마지막으로 1954년에 작곡한 ‘스파르타쿠스(Spartacus)’이다. 하차투리안은 가야네를 작곡한 후 불과 1~2년 만에 전 세계에 하차투리안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초대형 히트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곡가로서 최고의 영예인 스탈린상을 수상하게 된다.

또한 발레와 발레음악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었으나 가야네를 작곡한 이후 하차투리안은 사회주의 사상에 어울리지 않는 부르주아풍의 음악을 만든다는 이유로 한동안 작곡활동을 못한 시기도 있었다. 그 후 1954년이 되어서야 작곡가 하차투리안이 남긴 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 마지막 발레 음악 스파르타쿠스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로 레닌상을 수상하였다.


이 가야네라는 작품은 4막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을 짤막하게 살펴보면 아르메니아 국경에 있는 한 집단 농장에서 여주인공 가야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담고 있다. 가야네는 남편이 어떤 인간인지도 모르고 결혼을 하였는데 알고 보니 이 남편이라는 작자가 밀수업자에 공금횡령까지 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놈인 것이다. 가야네는 당국에 자수할 것을 권하지만 남편은 되려 자식을 인질로 잡고 아내를 죽인 후 국외로 도망칠 생각까지 품고 있는, 아주 나쁜 놈이었다. 가야네가 인간말종인 남편놈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국경 경비대장인 카자코프가 뛰어들어 가야네를 구해주고 카자코프와 가야네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검의 춤’은 마지막 4막에서 결혼식 피로연에 모인 사람들이 각지의 민속무용을 뽐내는 장면에서 연주된다.

'검의 춤’이라는 음악은 본래 산간 민족인 쿠르트족이 싸움터에 출전하기 전에 추는 민속무용이다. 하차투리안은 발레 음악에서 제1조곡(3곡), 제1조곡 A(5곡), 제2조곡(4곡)의 세 가지 조곡을 발췌하여 다시 만들었고 ‘검의 춤’은 제1조곡의 제1곡에 들어 있다. 가야네 발레음악에서 이 곡만이 널리 알려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니 작곡가 하차투리안의 모든 음악을 통틀어서 가장 널리 알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주 유명하고 정신 사나운 곡이다.

마림바 연주로 이 정신없는 곡을 연주하고 있는 어린이들. 너무 능수능란하게 느껴진다.

하이페츠가 연주하는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소품들이 잔뜩 수록된 음반이다. 오늘 소개하는 검의춤처럼 들어보면 꽤 재밌는 연주도 많으니 하나쯤 소장해도 좋을 하이페츠의 숨은 명반이다.

관현악으로, 피아노 듀엣으로도 연주되고 장르에 상관없이 여러 가지 악기로도 얼마든지 신나게 연주할 수 있는 곡이다. 단, 연주하기엔 매우 어렵다. 오늘 소개하는 연주는 칼날 같은 연주의 대명사 야사 하이페츠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실내악으로 연주한 것이다. 실내악 버전의 또 다른 연주로는 장영주의 음반도 있다. 이렇게 정신 사납고 현란한 곡은 그에 걸맞은 현란한 연주자가 연주해야 제 맛이다.

Jascha Heifetz (Violin), Brooks Smith (Piano)
녹음: 1954/12/08 Mono
장소: Radio Recorders, Holly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