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첼로 협주곡

BRAHMS: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77(G. Neveu)

sniper 2006. 6. 20. 15:28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여인 지네트 느뵈. 생전의 모습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듯 하다.

BRAHMS: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77(G. Neveu)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양한 연주자들의 연주로 비교감상한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의 하나로 깊은 서정성이 느껴지는 아름답고 어두운 분위기의 명곡으로 수많은 명연주자들에 의해 오랜동안 연주되는 곡이며 바이올린 협주곡을 좋아하는 수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극강의 테크닉과 함께 브람스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 고도의 감수성이 요구되는 난곡으로 알려져 있다.

내노라하는 명연주자들의 명연, 명반이 존재하는데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일전에 소개했던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를 최고로 꼽고 싶다. 오이스트라흐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깊은 서정성이 깔린 풍부한 음색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연주는 브람스가 곳곳에 심어놓은 어두운 색깔의 감성의 부비트랩을 가장 잘 찾아내어 극대화 시키는 매력을 발산한다. 평론가들의 견해 역시 다른 바이올린 협주곡에 있어서 하이페츠에 이어 2인자로 인정받던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를 최고로 꼽는다.

평론가들이 꼽는 또다른 명연, 명반은 지네트 느뵈(Ginette Neveu)와 레오니드 코간(Leonid Kogan)의 연주이다. 명실공히 최고의 실력을 갖춘,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명연주자이며 어둡고 서정적이면서 깊은 사색을 느끼게 하는 명연을 들려준다.

지네트 느뵈(Ginette Neveu) 에 대하여

요절한 천재를 보면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하나는 안타까움이다. 요절한 천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안타까움만을 남긴 채 떠났다. 만일 그가 조금만 더 살았으면 하는 그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 드는 생각은 하늘이 주신 비범한 능력이 쇠했을 때 훗날 천재가 아닌 범인(凡人)으로, 망가진 천재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 느끼는 다른 차원의 아쉬움에 대한 반대급부이다. 즉, 저렇게 망가진 모습을 보일 바에는 차라리 요절한 쪽이 낫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네트 느뵈는 7세에 이미 그 비범함을 알리기 시작하여 16세엔 비니아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그리고 당시 느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이는 그 이름도 유명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였다(오이스트라흐는 아마 이때부터 2인자에 익숙한 운명을 맞이했던 것이 아닐까?)

17세에 데뷔하고 19세부터 본격적으로 레코딩을 시작, 해외순회공연 중에 1949년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동생(피아노 반주자)과 함께 사망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품엔 그녀가 생전에 그토록 아꼈던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가방이 안겨 있었다.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녀의 분신을 끌어 안고 함께 했으나 결국 그 분신인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어딘가로 떠내려갔다...

한편의 슬픈 영화의 소재로 쓰일 법한 그녀의 삶이다. 그녀는 그렇게 갔지만 그녀가 남겼던 주옥같은 명연주들은 그대로 녹음이 되어 지금도 전세계의 클래식 애호가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느뵈가 특히 좋아했던 레퍼토리는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3년동안 무려 4번의 레코딩을 할 정도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에 애착을 가졌으며 그녀가 남긴 음반들은 최고의 명연이라 평가를 받고 있다.

느뵈는 베토벤, 브람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겼다. 최상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 난곡들을 그녀는 30도 되지 않았던 나이에 레코딩하여 오늘날까지도 호평을 받고 있다. 또한 쇼팽의 녹턴, 라벨의 치간느 또한 그녀가 남긴 걸작으로 평가된다.

요절한 천재에 대한 신비로움, 그 안타까움 때문에 오히려 더 후한 점수를 받는 다는 점도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그녀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오이스트라흐의 연주가 깊은 어둠속에서 밝은 빛으로 향하고자 하는 힘이 느껴진다고 비유한다면 느뵈의 연주는 어둠속으로 더욱 더 파고드는 힘이 느껴진다.

글쎄?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짧았던 정점의 순간을 뒤로 하고 요절한 천재에 대한 처연한 마음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가 남긴 4종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중에 난 두 종류의 음반을 갖고 있다. 1948년 판과 1949년 판인데 1948년 판이 좀 더 브람스 음악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듯 하다. 그녀가 남긴 모든 음반이 그렇지만 이 음반 역시 모노레코딩이다. 하지만 그 음질에 상관없이 세기의 천재가 남겼던 귀중한 연주를 들어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오이스트라흐의 연주에 익숙해진 나에겐 색다른 맛의 연주임이 분명했고 '느뵈의 브람스'란 새로움으로 다가온 연주였다.

Ginette Neveu(violin)

Roger Desormiere (conductor)
ORTF Orchestra

녹음: 1948/04/25 Mono
장소: Baden-Baden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Allegro

2악장-Adagio

3악장-All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