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Violin Sonata No. 26 in B flat major KV 378

젊은 시절의 하스킬. 다시 느끼지만 얼핏 봐도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손도 크고 손가락도 매우 길다. 이토록 아름다웠던 미모마저 잃었지만 고통의 세월을 감내하며 겸허할 줄 알았기에 그녀의 피아노는 귀가 아닌 가슴으로, 경건함 마음가짐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
MOZART: Violin Sonata No. 26 in B flat major KV 378
모차르트 음악의 특성은 그 어떤 것을 들어도 마음의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Easy Listening' 의 음악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레퀴엠이나 몇몇 교향곡, 협주곡을 들어보면 이를 일반화시킬 순 없겠지만 대체적인 경향은 그렇다.
하지만 그 'Easy Listening'에서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깊은 내면의 울림. 그것이 또한 모차르트 음악의 특성이다. 이런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올린 소나타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6번, 작품번호 KV 378은 KV 304와 함께 언급되는 곡이다.
두 곡 모두 모차르트가 느꼈던 깊은 통한과 슬픔을 모차르트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토록 경쾌하고 아름다운 곡에서 무슨 슬픔이 느껴지냐고? KV 304를 작곡할 당시의 모차르트는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표현하고 있고 이듬해 작곡한 KV 378은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경쾌한 느낌이 흐르지만 이 역시 모차르트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한 곡이다. 이 두 곡은 중기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대표할 매력있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모차르트만이 할 수 있는 슬픔의 표현은 어떤 것일까?
베토벤은 자신의 슬픔을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냈다.
브람스는 어두운 그늘에서 세상을 등지고 홀로 그 슬픔을 삭히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에 반해 모차르트는 속으론 울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웃을 수밖에 없기에 더욱 슬펐던 자신의 모순으로 점철된 삶을 그의 음악을 통해 나타낸다.
어떡할 것인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귀족들의 의뢰에 의한 작곡만 해야 했던 그의 비극적인 운명 탓인 게지. 하지만 훗날 작곡된 교향곡 '주피터'랄지 '레퀴엠'은 그의 고난하고 궁핍했던 삶을 비상하는 초월성이 느껴진다. 그제서야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번에 소개할 곡은 KV 378, 바이올린 소나타 26번이다. 참으로 경쾌하고 우아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예술혼을 한 번 느껴보자.

시대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 바로 이런 음반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아마 모짜르트가 다시 환생한다면 이 둘을 위해서 바이올린 소나타를 몇 곡 정도 더 작곡해서 헌정할지도 모르겠다.
Arthur Grumiaux (violin)
Clara Haskil (piano)
녹음: 1958/10 Stereo, Analog
장소: Basel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 Allegro moderato
3악장 Rondeau. Alleg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