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베토벤

BEETHOVEN: Symphony No. 7 in A major op. 92

sniper 2006. 7. 22. 02:00

푸르트벵글러의 전시음반에서 느낄 수 있는무시무시한 공포와 무한감동. 이는 전쟁이란 극한의 상황속에서 고뇌하고 두려워하는 한 에술가가 만든 마술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전쟁 중이란 특수한 환경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말과 같다. 푸르트벵글러가 갖고 있었던 그의 감성코드가 전쟁의 공포와 함께 결합되었을 때 폭발하는 에너지를 쏟아냈다는 말과 같다.

BEETHOVEN: Symphony No. 7 in A major op. 92

베토벤이 작곡한 9곡의 교향곡 중에서 베토벤 스스로가 이름을 붙인 곡은 3번 "영웅", 6번 "전원", 9번 "합창"이다. 5번 "운명"은 베토벤이 붙인 것도 아니고 본고장인 유럽에선 이렇게 부르지 않지만 일본 사람들이 "運命"이란 이름을 붙였고 일본에서 음악이 수입되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럽게 "運命"이란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9곡의 교향곡 중에서 이름이 붙은 5곡에 비해서 1, 2, 4, 7번은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베토벤 교향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7번 교향곡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갖고 즐겨 들으며 여러 지휘자의 음반으로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7번 교향곡은 알고보면 꽤 유명하고 유서깊은 곡인데 이에 대한 일화, 사람들의 평가를 추려보면

프리드리히 비크(슈만의 장인) 曰: 1, 4악장을 들어보면 아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작곡한 듯 하다.
리스트 曰: "리듬의 화신"
바그너 曰: "무도의 화신"

이상에서 알 수 있는바와 같이 이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중에서도 신나는 리듬과 춤의 요소가 결합된 매우 흥겹고 신나는 곡이다. 베토벤의 홀수 교향곡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분위기-비극적이고 처절하며 세상을 향한 절박한 외침이 느껴지는-와는 약간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전 악장을 통틀어 가장 친숙하게 들리는 악장은 바로 2악장이다. 베토벤의 생애를 다룬 영화인 '불멸의 연인'에서 베토벤의 인간적인 애수, 고뇌를 그리는 부분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친숙한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다. 비올라와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착 가라앉은 분위기의 무거운 음을 연주하며 교향곡 3번의 2악장과도 약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알고 보면 워낙 유명한 곡이다 보니 내노라하는 베토벤 교향곡의 스페셜리스트들은 레코딩을 하였고 수많은 음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음반은 베토벤 홀수 교향곡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푸르트벵글러의 전시음반과 카를로스 클라이버, 번스타인, 카라얀 등의 음반을 꼽을 수 있다.

다른 음반은 논외로 하고 푸르트벵글러의 전시녹음을 들어보면 딱 1악장에서 결판이 난다.
1악장 도입부부터 으르렁거리는 팀파니와 트럼펫으로 만든 폭탄이 터질 듯한 그 무시무시한 공포가 느껴지는 굉음,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휘몰아치는 연주를 들어보면 왜 베토벤 교향곡에 있어서 푸르트벵글러의 전시녹음은 음질과 상관없이 들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모노녹음에다 패전 이후 제대로 음원을 보존하지도 못해서 대단히 열악한 음질임에도 이토록 듣는 이의 가슴을 사정없이 방망이질하고 공포까지 느끼게 하는 음반은 이 세상에 손가락을 꼽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단연 푸르트벵글러의 전시녹음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확실한 해답을 원하시면 카라얀, 번스타인의 음반의 1악장과 비교해서 들어보시길. 얼마나 맹숭맹숭하게 뼈대도 없이 리듬만 살려서 연주했는지 알 수 있다. 튼실한 뼈대를 살리고 그 위에 튼튼한 근육을 만드는 것과 가느다란 물렁뼈에 석고같은 살만 발라놓은 거랑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다.

Wilhelm Furtwangler
(conductor)
Berliner Philharmoniker
녹음: 1943/11 Mono
장소: Berlin, Alte Philharmonie

전악장 연속재생

l Poco sostenuto Vivace

ll Allegretto

lll Presto

lV Allegro con b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