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Arpeggione Sonata in A minor D. 821
TIME 誌의 표지모델로 실린 로스트로포비치. Magnificent Maestro(위대한 장인)이란 극찬으로 그를 표현했다. 그리고 로스트로포비치는이 정도의 극찬으로도 모자란 느낌을 주는 정말 대단한 예술가이다.
SCHUBERT: Arpeggione Sonata in A minor D. 821
슈베르트가 남긴 수많은 음악들은 우리 생활에서 매우 친숙하게 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슈베르트하면 생각나는 가곡 '마왕'이 있다.
마왕...어릴 적 음악수업시간에 한 번도 들려주지 않으면서 무조건 달달 외워서 시험보라고 했던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새삼 떠오른다.
또 뭐가 있을까? 경쾌한 리듬이 특징인 군대행진곡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유명한 피아노 5중주 '송어'가 있다. 우리 집 세탁기가 세탁 끝내고 삐릭삐릭 울려대는 소리가 바로 '송어'이다. 그만큼 슈베르트의 음악은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 있다.
슈베르트가 남긴 많은 주옥같은 작품들 중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곡 중의 명곡이 있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아르페지니오네 소나타가 그것이다. 서정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곡은 참으로 아름답고 정겨운 선율이 듣는 이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아르페지오네는 기타와 비스무레하게 생긴 악기이다. 이 악기를 만든 사람이 케오르그 슈타우퍼라는 뛰어난 장인이었는데 기타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고 첼로처럼 활을 켜서 연주한다. 악기를 발명한 당시엔 아름다운 소리 때문에 꽤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슈베르트는 이 곡을 위해 소나타도 한 곡 작곡했지만 이후엔 음악가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그냥 사장되어 버린 비운의 악기이다. 그리고 슈베르트가 작곡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이 악기를 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곡이 되었다.
아르페지오네의 실제 모습. 기타처럼 생겼고 첼로와도 비슷하게 생겼다. 활로 켜서 연주한다. 아르페지오네란 악기가 있다는 걸 슈베르트의 음악을 알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_-;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아르페지오네란 악기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지만 일반적으로 첼로 소나타 형식으로 연주한다. 즉, 피아노의 반주에 맞춰 첼로가 연주한다. 기타와 같은 6현의 악기를 위한 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4현의 첼로로 연주하기엔 상당히 힘이 드는 난곡이라고 한다.
첼로 소나타 형식이 아닌 바이올린, 비올라, 아르페지오네, 플루트 등의 악기로 연주하기도 한다. 꽤 다양한 연주의 다양한 음반들이 있으니 취사선택해서 들어 보시길. 내가 갖고 있는 음반으로는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벤자민 브리튼, 미샤 마이스키-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두 종류이며 모두 첼로와 피아노 반주곡이다.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에 대하여
-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팔방미인
로스트로포비치는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음악가, 가장 영향력이 큰 음악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는 틀림없이 첼리스트이지만 단지 그를 첼리스트만으로 국한할 수 없는 것이 첼리스트이면서 뛰어난 지휘자임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국적을 불문하고 수많은 음악가들을 양성하는 교육자이며 구 소련의 인권탄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반체제 인사였고 많은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사람으로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너무도 화려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키운 훌륭한 제자들 중에는 바로 장한나와 재미교포 다니엘 리도 포함되어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로스트로포비치는 너무도 유명하고 위대한 음악가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어떤 글을 쓴다는 것도 어찌 보면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냥 내 블로그에 오신 김에 다른 루트를 통해 찾아보지 마시고 내 블로그에서 그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여 그의 화려한 이력과 빛나는 인생을 한 번 펼쳐본다.
- 어린 시절부터 밟게 된위대한 예술가의 길
로스트로포비치는 1927년 구 소련태생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주 유명한 첼리스트인 레오폴드 로스트로포비치이며 모스크바 방송 교향악단에서 연주하며 그네신 음악원에서 제자를 가르쳤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다. 이런 이유로 그는 어릴 적부터 첼로와 피아노를 같이 배웠고 작곡도 배웠다. 훗날 여러 분야에서 팔방미인의 재주를 자랑하는 그의 이력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다.
다른 유명한 예술가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로스트로포비치 역시 어린 시절부터 신동, 천재 소릴 들으며 뛰어난 예술가로서의 소질을 보였고 불과 10세의 나이에 연주여행을 떠나 생상의 첼로 협주곡을 완벽하게 연주하였다. 그리고 14세에 아버지를 잃었고 15세엔 아버지가 운영하던 음악교실을 물려받아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15세의 나이에...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15세의 이 어린 소년이 음악교실의 선생이 되었어도 누구 하나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그 어린 나이에서부터 빼어난 재주를 인정받았던 것이다.
20살이 채 되지 못한 10대의 어린 시절부터 러시아의 음악계의 전설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예프와 친분을 가졌고 그 이름도 유명한 스비아토슬라프를 피아노 반주자로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그리고 에밀 길렐스, 레오니드 코간과 함께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하였고 모스크바 필과 연주여행을 하며 그 명성을 이미 전 유럽에 알리게 된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와 함께 있는 로스트로포비치.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만지고 있는 사람이 프로코피예프, 정면으로 얼굴이 보이는 사람이 로스트로포비치이다. 1950년의 사진이다. 이 때 그의 나이 겨우 23세. 일찍 찾아온 성공과 출세의 길만큼 그에겐 탈모증도 일찍 찾아왔나보다. 23세 청년의 머리치곤 참...많이, 일찍도 삭았다.
1945년 모스크바 콩쿠르, 프라하, 바르샤바, 부다페스트 콩쿠르 등 그 어떤 콩쿠르에 출전해도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그는 거장, 전설이 된 것이다.
1956년엔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가 된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도 되지 않았다. 하긴 15세에 이미 제자를 교육하는 이 놀라운 청년이 그 나이에 교수가 된다한들 누구도 이상하게 보진 않았을 것이다.
냉전시대가 본격화 된 시절부터 구 소련 권부의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한 일환으로 음악예술가들의 서방세계 진출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바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에밀 길렐스 등과 함께 그 어린 나이에 연주여행을 하며 서방세계를 경악케 하였다.
-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는 정의의 사나이.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휴머니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그의 아내 가리나 비쉬네프스카야(Galina Vichnevskaya). 아내 가리나는 구 소련을 대표하는 가장 훌륭한 성악가였다. 두 사람은 VRF 재단(Vichnevskaya-Rostropovich Foundation)을 만들어 러시아 어린이들의 공공복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알면 알수록 이 영감님.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박수가 절로 나온다.
그는 단순히 뛰어난 음악가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인류애가 넘치는 휴머니스트였다. 훗날 '수용소 군도'로 노벨상을 수상한 작가 솔제니친과 소련이 낳은 세계적인 핵물리학자 사하로프를 옹호하였고 그 죄로 힘든 유배생활을 하였다. 소련 정부의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끝내 그의 의지를 굽히지 않자 시민권을 박탈, 미국에 망명하여 지금까지 미국에서 잘 살고 있다.
미국 망명 이후엔 첼리스트보다 지휘자, 교육자, 작곡가로 더 많은 활동을 하였고 지금까지도 무척이나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박탈하는 사회주의 정책에 깊은 혐오감을 갖고 있는 박애주의자, 자유주의자이며 독일이 통일되던 날엔 무너지는 베를린 장벽 앞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뛰어난 교육자로도 유명하다. 수많은 음악가를 키웠고 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자신만의 나르시시즘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가 터득한 깊은 예술의 세계를 많은 이들에게 베풀 줄 아는 이 사람. 바로 그가 로스트로포비치이며 언젠가 그가 세상을 떠난다 할지라도 그가 남긴 수많은 아름다운 음악들과 전 세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제자들이 있는 한 그의 예술은 영원할 것이다.
- 로스트로포비치의 음악
연주자로, 지휘자로, 교육자로 전 세계 음악계에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로스트로포비치. 이토록 다양한 재주를 가진 그를 설명할 땐 단 한 가지의 정의와 수식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로스트로포비치를 일컬어 '첼리스트가 아닌 자연현상'이란 극찬을 한다. 그만큼 그는 왕성한 활동으로 어린 시절부터 80줄에 가까운 지금까지 숱하게 많은 연주와 지휘, 후진양성을 하는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첼로를 들어보면 첼로라는 음악의 특색에 가장 알맞은 스케일이 크고 다소 거칠다. 그리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또 하나의 위대한 첼리스트인 프랑스 출신의 푸르니에와의 차이점이 바로 이것인데 바로 광활한 러시아 대륙의 사나이답게 거침없고 직선적이며 명쾌하다.
로스트로포비치 레전드 음반.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와 드뷔시 소나타, 슈만의 5개의 민요풍의 소품이 함께 수록되어있다. 묵직하고웅장한 첼로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느끼기엔 그만이다.
그의 연주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부터 시작해서 하이든의 고전파를 넘어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작 등 무척 다양한 레퍼토리를 섭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대 작곡가의 음악에도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곡들을 연주했는데 이는 당대의 작곡가들이 이 뛰어난 음악가의 연주로 자신의 예술세계가 구현됨을 원해서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한 곡이 많기 때문이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수많은 걸작들 중에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어보자.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첼로와 피아노가 무척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가을의 초입. 이토록 아름다운 첼로소리와 함께 하는 낭만을 느껴보심이 어떠한지?
Mstislav Rostropovich (Vc)
Benjamin Britten (Pf)
녹음: 1968/07 Stereo, Analog
장소: The Maltings, Snape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Allegro moderato
2악장-Adagio
3악장-Allegret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