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협주곡/-라흐마니노프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V. Cliburn)

sniper 2007. 2. 2. 00:42

2004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주회에 참석한 클라이번. 피아니스트, 예술가로서의 삶은 순탄치 못했지만 다방면의 활약을 하며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있다.

젊은 시절의 프리츠 라이너. 젊었을 때나 늙었을 때나 고약한 인상은 한결같다. 카리스마, 독재적 권위의 상징과도 같았던 인물.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V. Cliburn)

클라이번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상당히 독특한 해석을 기반으로 개성있는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 곡은 작곡가라흐마니노프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곡이기에 수많은 음반들이 존재하는데 이전의 포스트에서 리히터, 아쉬케나지의 연주로 소개한 적이 있다.

리히터-비스로키의 연주
아쉬케나지-프레빈의 연주

리히터의 연주는 대단히 날카로우면서 공격적인 맛이 느껴지는데 또 한편으로는 광활한 러시아 대륙의 거친 서정미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아쉬케나지의 연주는 리히터보다 날카로운 맛은 덜하지만 대단히 유려하면서 감성적이면서 서정적인 면을 잘 살려내고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스타일이 엇갈리는데 라흐마니노프 음악의 전체적인 감성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리히터의 연주가 발군인 것으로 생각한다.

클라이번과 라이너의 협연은 리히터, 아쉬케나지 등의 정통 러시아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이들과는 상당히 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진중하고 무겁다. 빠르고 거침없게 표현하는 리히터와 유려하면서 서정성을 강조한 아쉬케나지와는 달리 무겁고 다소 침울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 곡은 추운 겨울에 들어야 제맛이다.한밤중에 눈내리는 고속도로에서 졸음을 물리치기 위해 이 곡을 들으며운전한 적이 있다. 1악장의 거침없이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그무한감동을 느끼며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운전할 때의 그 기분이란...

서른도 채 안된 청년 피아니스트와 칠순을 훌쩍 넘긴 노 지휘자와의 협연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 프리츠 라이너의 생애 마지막 협주곡 음반이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선 명반으로 평가받을 정도의 위치는 아니지만 러시아 피아니스트들의 해석과는 다른 묘미를 느끼게 한다.

클라이번은 1악장과 2악장에선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잘 이끌어가고 있지만 3악장에선 힘이 부쳤는지 관현악을 따라잡지 못하는 느낌이다. 다행히도 라이너 할배가 강한 힘으로 밀어부치지 않고 손자뻘되는 클라이번을 잘 서포트해주는 느낌이다.

창밖엔 눈도 펑펑 내리는 이 밤. 러시아의 한겨울과도 같은 칼바람이 느껴지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감상하며 그 광활한 스케일을 느껴볼까?

Van Cliburn (Piano)
Fritz Reiner (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녹음: 1962/03/31-04/02 Stereo, Analog
장소: Orchestra Hall, Chicago, IL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Moderato. Allegro

2악장-Adagio sostenuto

3악장-Allegro scherza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