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op. 14

sniper 2008. 4. 24. 15:54

20세기 프랑스가 낳은 가장 훌륭한 지휘자로 꼽히는 샤를 뮌쉬. 그는 프랑스인이자 독일인이었고 양국의 국적을 모두 가졌던 그의 이색적인 특징은 음악에서도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BERLIOZ: Symphonie Fantastique op. 14

19세기 프랑스의 천재작곡가이자 음악의 혁명가였던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뒤늦게나마 소개한다. 교향곡이란 카테고리에서 이 곡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거니와 언젠가는 꼭 이 곡을 올리겠다는 맘을 먹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올리게 되었다.

헥토르 베를리오즈는 19세기 중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임과 동시에 기존의 고전주의 음악에서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혁명을 시도한 인물로 기억된다. 그가 작곡한 환상교향곡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찬사와 평단의 혹평을 면치 못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은 문제작이었다.

루이 헥토르 베를리오즈(Louis Hector Berlioz)-천재, 그리고 혁명가, 이단아.


19세기를 살았던 프랑스의 천재 작곡가인 헥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는 교향곡 역사상 가장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바로 절대(絶對)음악일 수밖에 없었던 교향곡이란 장르에 표제(標題)음악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였고 이는 당시 음악예술계에 엄청난 충격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파격, 혁명으로 불리는 이 사건 때문에 베를리오즈는 이단아, 혁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니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의 이단아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라면 19세기의 혁명가는 바로 베를리오즈였던 것이다.

우선 절대음악과 표제음악에 대한 구분을 짓자면 절대음악은 음악외적인 요소를 절대적으로 배제하여 오로지 음악만을 순수하게 담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음악이란 예술 역시 그 곡을 작곡한 작곡가의 사상과 삶의 경험이 배어 나올 수밖에 없겠으나 그가 어떤 생각을 하였던 간에 음악 그 자체엔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담아내진 않는다. 이와 반대로 표제음악은 작곡가가 생각한 메시지를 음악에 도입하여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오늘 소개하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그리고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베를리오즈가 이처럼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곡을 작곡한 것엔 그가 살았던 삶의 방식과도 관련이 되어있다. 베를리오즈는 어릴 적에 정규적인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의사였고 아들의 뒤를 이어 의학을 공부하길 원했다. 음악을 배우긴 했으나 교양으로 배웠을 뿐이었고 그는 독학으로 화성법을 익히며 그가 배웠던 다른 어떤 분야보다 특히 음악에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다. 결국 그는 의사의 길을 포기,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였고 부모와 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파리음악원에 입학하기 전에 출전하여 실패의 경험을 맛보았던 로마대상에서도 예선에 통과하기도 하였다. 정규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홀로 독학을 하였기 때문에 그의 음악세계는 기존의 작곡가들이 만들어놓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자유분방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1830년. 베를리오즈에겐 인생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될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는 그토록 원했던 로마대상에 선정되어 로마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고 또 하나는 헉명적인 교향곡인 환상교향곡을 발표하여 아직까지 젊은 무명작곡가에 불과했던 베를리오즈의 이름을 전 유럽에 떨쳤던 것이다.

환상교향곡-짝사랑의 환상이 낳은 걸작

베를리오즈가 환상교향곡을 작곡하게 된 계기는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뜨거웠던 이유에 기인한다. 베를리오즈는 셰익스피어의 열혈독자였는데 시시때때로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즐겨보았다. 그리고 이 연극을 보며 그는 너무도 뜨거운 짝사랑에 빠지고 말았으니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햄릿의 오필리아 역으로 분한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인 해리어트 스밋슨이 바로 그 문제의 여인이었다.

베를리오즈는 스밋슨이란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고백도 하고 편지도 보내보고 벼라별 짓을 다해봤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스밋슨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당연하지. 가난하고 이름 없는 천재가 김태희, 송혜교, 한예슬한테 백날 사랑한다고 편지 보내봐라. 그게 씨알이나 먹히겠나.
이렇듯 베를리오즈는 무척 무모하게 뻘짓을 하며 혼자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베를리오즈의 짝사랑은 꽤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대에서 그녀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는 장면이 나오면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고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란 걱정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을 마녀로 형상화시켜 환상교향곡의 5악장에 등장시키기도 했다.

짝사랑의 열병을 자살, 혹은 살인으로 마무리하여 열병이 아니라 지랄 염병하는 어리석고 천인공노할 인간들이 있는 반면에 이 우수하고 훌륭한 베를리오즈는 그 열병을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 환상교향곡이라는 곡을 작곡하여 그의 이름을 청사에 길이 빛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이 엄청난 대곡을 불과 2달 반만에 작곡하였다. 물론 1828년부터 스밋슨을 짝사랑했으므로 곡을 쓰게 된 계기는 2년 전부터였으나 그가 품었던 연모의 정은 두 달 반만에 이 대곡을 쓰게 하였던 것이다.

베를리오즈가 그토록 짝사랑한 문제의 여인 헤리엇 스미슨(harriet smithson). 가히 천재작곡가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을 만큼 뻑가게 아름다운 건가?

씨발. 나도 그놈의 짝사랑이란 거 해봤는데 진짜 약이 없었다. 유일한 약이라면 시간뿐이었는데 내가 만일 베를리오즈가 가졌던 천재성에 10%만 가졌더라도 가슴을 울리는 시를 쓰거나 음악을 작곡하였을 것인데 난 그와 같은 천재성이 없어서...


그저 ‘잘 살아라 이년아’ 속으로 골백번을 외치면서 혼자 술이나 퍼마셨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나를 잊기 위해 다른 또 하나를 내 머릿속에 꾸역꾸역 처넣기 시작했다. 내가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계기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짝사랑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베를리오즈가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였다면 난 마음속의 분노와 회한을 다스리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들었던 것이다. 쩝~

그렇다면 그토록 혼자 사랑했던 스밋슨과의 사랑은 결실을 맺었을까? 거의 대부분의 짝사랑의 결말이 그렇듯 베를리오즈 역시 행복하진 않았다. 환상교향곡으로 대단한 유명세를 타게 된 후부터 베를리오즈의 마음 속에서도 스밋슨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결국 모크란 피아니스트와 약혼을 했는데 이 여자가 딴놈이랑 결혼을 해버렸고(보면 볼수록 베를리오즈의 애정사는 참 골때린다) 그 후 3년이 지나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스밋슨과 결혼을 했으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진 못했다고 전해진다.

모두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곡은 각 악장마다 주제와 이야기가 있다. 1악장은 꿈, 2악장은 무도회, 3악장은 들의 풍경, 4악장은 단두대로의 행진, 5악장은 사바(sabbat)의 꿈이란 제목이다. 줄거리는 한 여자를 보며 미친 듯이 짝사랑했고 짝사랑하는 그녀가 나를 퇴짜놓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에 떨다가 실연을 당한다. 현실을 잊기 위해 아편을 처먹지만 자살미수에 그치고 꿈속에서 단두대로 끌려간다. 그리고 그토록 짝사랑한 여인이 마녀가 되어 마녀들의 잔치에 나타난다는 내용인데 환상교향곡이란 이름에 걸맞게 진짜 말도 안되는 환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들이니 자세히 알려고 하면 머리만 아프다. 이렇게 머리 아픈 내용까지 담아둘 필요까진 없다고 사료되니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살려낸 이 아름다운 곡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샤를르 뮌쉬-독일음악과 프랑스 음악의 융합점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Rêveries - Passions"


2악장-"Un bal"


3악장-"Scène aux champs"


4악장-"Marche au supplice"


5악장-"Songe d'une nuit de sabb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