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곡

TCHAIKOVSKY: Slavonic March op. 31

sniper 2008. 7. 18. 22:13

젊은 시절의 차이코프스키. 그러니까 그가 학생 때의 모습이 되겠다. 수염 덥수룩하게 난 아저씨만 보다가 이 모습을 보니 이채로운 느낌이 든다.

TCHAIKOVSKY: Slavonic March op. 31

예술가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그 자신만의 사상, 철학, 감정을 체화시킨다. 예술이란 영역은 때론 정치인들이 만들어내는 정책이나 군인들의 무력, 혹은 과학자들의 발명, 발견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데 그것은 그 작품 속에 담긴 간접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가 때론 직접적인 정책이나 무력보다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작곡가가 되었든 문학가가 되었든 그 사람들의 예술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후세 사람들에게 무한감동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사람들은 자신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대다수의 작곡가들은 그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영광과 좌절, 기쁨과 슬픔을 자신들의 음악 작품 안에 고스란히 담아내었고 이는 애국심, 더 나아가 배타적 민족주의의 매개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마련이다.

19세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 역시 민족주의적 사상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차이코프스키가 민족주의 작곡가인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그의 음악세계는 고도로 발달된 저 멀리 서방세계의 음악들을 닮고 싶어 했으며 그들을 동경했다. 글린카가 러시아라는 척박한 문화의 땅에 서방세계의 음악을 처음 들여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은 서방세계의 음악에 비해 한참은 더 배워야했던 시기를 살았던 차이코프스키였기에 이는 당연한 것이었다.바로 그 이유로 차이코프스키는 당시 유행했던 러시아의 국민악파 5인조가 추구하는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이코프스키에게작곡을 통한 애국심의 발현마저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었으며그 뜨거운 애국심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 바로 일전에 소개했던 1812 서곡과 오늘 소개하는 슬라브 행진곡이 되겠다.

슬라브 행진곡이 작곡될 즈음의 러시아는 투르크제국(터키)와의 전쟁에 한창이었다. 이에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전쟁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한 자선공연에 쓰일 목적으로 러시아 음악협회에서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에게 작곡을 의뢰하였고 이를 수락한 차이코프스키는 5일만에 훌륭한 곡을 만들고 말았다.

이 곡의 원래 제목은 세르비아 러시아행진곡(Serbo-Russian March)이다. 원제목답게 세르비아 전통민요의 멜로디가 그대로 살아있으며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전쟁상황을 나타내며 곡이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힘차고 강인한 모습을 찾아 마침내 승리하고야 마는 러시아 국민 전체의 모습을 형상화 시키고 있다. 이 곡이 처음 초연된 것은 차이코프스키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지휘에 의해서였고 초연 당시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은 음악으로 들으면 된다고 하지만 이 웅장하고 힘찬 느낌의 관현악곡을 듣고 이 곡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18세기 후반 러시아의 역사적 배경까지도 알아야 하고 또한 러시아엔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러시아의 민족주의까지 알려주고 이에 동화되도록 하는 것이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작곡가가 남긴 업적은 이토록 크기만 하다.

어떤가? 국제적 영향력이 일본에 비해 훨씬 작은 한국이란 나라에서 외교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바로 이 시점. 온 국민의 가슴속에 조금씩 점화되고 있는 민족주의의 불길이 더더욱 거대한 불길이 되어 훗날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적 배경과 민족주의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21세기 한국에도 차이코프스키 같은 위대한 작곡가가 배출되어 국적을 불문한 전 세계인의 음악인들이 연주하고 따라 불러야 되지 않을까? 정광태씨가 부른 독도는 우리땅 정도의 국민가요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지 않느냐 말이다.

차이코프스키의 대표 관현악곡답게 수많은 음반들이 나와있다. 라이너, 카라얀, 번스타인, 아바도, 메타 등 러시아 출신이 아닌 지휘자들도 이 곡을 녹음하였다. 로제스트벤스키, 스베틀라노프, 게르기에프 등의 러시아 출신 지휘자들도 당연히 이 곡을 무척 사랑하여 많은 음반을 발매하였다.

에브게니 므라빈스키 이후 구 소련, 러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지휘자였던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와 프리츠 라이너의 두 가지 음반으로 감상하시겠다. 스베틀라노프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선입견도 물론 작용하겠지만 역시 스베틀라노프 특유의 저돌적인 힘이 느껴지는 연주가 좀 더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요즘의 시국을 반영한 욕지꺼리 한 마디. 후우~

야~ 이 씨부랄 탱탱구라 새끼들아. 독도는 한국땅이여~!


고노 바카야로~ 다케시마와 캉코쿠노 료토다로~! (이 멍청한 새꺄. 독도는 한국땅이여~!)


그렇다. 그 어떤 씹새끼가 개지랄을 쳐도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지듯이 엄연한 절대진리는 존재하는 법이다. 그 진리처럼 독도는 우리땅인 것이다.

1. 에브게니 스베틀라노프-러시아 국립 교향악단


Evgeny Svetlanov (conductor)
Stat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n Federation
녹음: 1992/06/17, 22-25 Stereo, Digital
장소: The large hall of Moscow Radio

이거 일본의 PONYCANYON라는 마이너 레이블 음반사에서 나온 음반이다. 일전에 소개했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과 같은 시기, 같은 음반사에서 나왔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스베틀라노프의 이 시리즈 음반은 정말 잘된 걸작이다.

2. 프리츠 라이너-시카고 교향악단


Fritz Reiner (conductor)
Chicago Symphony Orchestra
녹음: 1959/03/14 Stereo, Analog
장소: Orchestra Hall, Chicago

프리츠 라이너 할배와 CSO의 러시아 관현악 모음곡이다. 민둥산에서의 하룻밤 소개할 때 써먹었던 음반이다. 이 음반 역시 지르면 돈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