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INT-SAËNS: Danse Macabre op. 40
한때 큰 화제가 됐던 사진. 심사위원을 향해 썩소를 날리고 있는 연아양. 한없이 귀엽기만하고 우아하게만 보였던 가냘픈 연아양도 이 모습만 보면 꽤나 무섭다. 그런데 죽음의 무도와 같은 다소 기괴한 느낌의 곡에 맞춰 연기를 하며 이런 썩소를 보여주면 더 무섭게 느껴지겠지?
SAINT-SAËNS: Danse Macabre op. 40
생상스가 남긴 재미있는 교향시 한 곡 감상하겠다. 알고보면 너무도 유명한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이다. 이 곡은 생상스가 남긴 여러 장르의 곡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고 너무 파격적이라서 초연 당시 크나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곡이다.
프랑스의 천재 까미유 생상스
어지간히 이름을 날린 유명 작곡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에게 천재라는 호칭을 아낌없이 붙여주곤 하는데 생상스야말로 진정 타고난 천재였다. 2살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고 3살 때 피아노 곡을 작곡했다. 17세에 교향곡을 작곡했으며 온갖 장르의 음악을 모조리 섭렵하며 교향곡, 교향시를 포함한 다수의 관현악곡, 실내악, 협주곡, 실내악, 성악곡 등 벼라별 곡을 다 작곡했다. 이처럼 생상스는 19세기 중, 후반의 프랑스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곡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히 19세기 프랑스 음악의 모차르트같은 존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작곡뿐만이 아니다. 수학, 지질학, 식물학, 철학, 문학, 미술, 천문학 등에도 정통하였고 집필에도 전념하여 음악서적과 희곡, 시집까지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엔 반드시 그 타고난 천재성에 대한 반대급부로 괴팍한 성격이나 불행한 인생사, 혹은 짧은 생애를 마치는 비운을 함께 짊어지기 마련인데 그는 80세가 훨씬 넘어서까지 장수했고 국민적인 존경을 받았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프랑스 정부차원에서 국장을 거행하기까지 하였다.
생상스는 리스트와도 깊은 친분을 유지했다. 생상스는 오르간 연주실력으로도 당대 최고였다고 전해지는데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서슴없이 손꼽히는 리스트가 생상스의 오르간 연주를 보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라고 칭송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그 후 생상스는 그의 3번 교향곡을 오르간이란 이름으로 작곡하였고 4악장에서 하늘의 별이 우수수 쏟아지는 듯한 오르간 연주 부분을 삽입하였다. 그리고 이 곡을 그의 친구였던 리스트를 위해 헌정하였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죽음의 무도 역시 생상스가 작곡한 이후 리스트가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하였다.
샤를 뒤트와가 지휘하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감상
크리스티앙 치머만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 감상
죽음의 무도와 생상스가 작곡한 4곡의 교향시
생상스는 4곡의 교향시를 작곡하였다. 옹팔의 물레(Le Rouet d'Omphale), 사륜쌍두마차(Phaeton),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헤라클레스의 청년시대(La jeunesse d'Hercule) 등이다. 이 중 가장 유명하고 널리 연주되는 곡은 죽음의 무도이다. 다른 곡들은 알려진 음반도 많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이다.
생상스는 너무도 많은 지식을 섭렵하였고 사색하는 철학자였다. 그리고 무신론자, 염세주의자, 자유주의자였으며 그의 철학적 성향들이 다소 파격적으로 음악에 고스란히 배어나오곤 하는데 이 곡 죽음의 무도가 그 대표적인 곡이라 하겠다. 이 곡은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잘리스가 지은 시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곡하였는데 그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죽음이 발뒤꿈치로 묘석을 두드려 박자를 잡으면서
낡아빠진 바이올린으로 무도곡을 켠다.
고목가지에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어둔 밤,
신음소리는 보리수 아래로부터 점점 크게 들리고,
깡마른 해골들이 어둠 속에서 춤을 춘다.
뼈와 뼈가 부딪치는 소리 음산하게 들려온다.
언뜻 닭 울음소리 새벽을 알리면
해골들은 춤을 일제히 멈추고 허둥거리며 도망쳐 버린다.“
라고 나와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섬뜩한 바이올린 곡을 연주하면 무덤속에서 해골들이 스물스물 기어나와 이상한 춤을 추며 신나게 즐기고 다시 새벽이 오자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참으로 이상야릇한 시가 되겠다. 이토록 이상한 시를 보고 작곡한 곡은 또 얼마나 이상하겠는가? 초연 당시 충격에 빠진 청중들이 야유와 괴성을 질러댔고 생상스의 모친은 그 자리에서 실신까지 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전해온다.
샤를 뒤트와가 녹음한 생상스 교향시 4곡이 모두 수록된 음반. 많지 않은 음반들 중 가장 구하기 쉬운 음반이다. 한때 뒤트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정경화 여사가 연주하는 생상스의 론도 카프리치오, 하바네이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곡의 전체적인 느낌은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바이올린 연주가 중심이 되기에 바이올린 협주곡처럼 들리기도 한다. 또한 기괴하고 오싹한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밝고 경쾌하고 장중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훗날 이 곡을 피아노 협주곡으로 편곡한 리스트의 곡이 훨씬 더 기괴하고 공포스런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한국의 자랑, 한국의 얼음요정 연아양도 이 곡을 안무곡으로 준비하고 맹연습을 하고 있다던데 얼마나 이 곡에 맞춰 아름답고 우아하게 연기를 펼칠지 주목된다. 또 얼마나 멋진 트리플 악셀과 신기한 기술을 선보이며 아저씨, 오빠들의 가슴을 녹여낼지...쩝~
Charles Dutoit (conductor)
Philharmonia Orchestra
녹음: 1980/6 Stereo, Analog
장소: Kingsway Hall,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