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곡

BEETHOVEN: Fantasia for Piano, Chorus and Orchestra in C minor op. 80

sniper 2009. 3. 31. 20:30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루돌프 제르킨. 그의 아들 피터 역시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BEETHOVEN: Fantasia for Piano, Chorus and Orchestra in C minor op. 80 "Choral Fantasy"

베토벤이 남긴 필생의 역작, 달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최대의 걸작은 교향곡 9번 합창이다. 그런데 합창, 즉 ‘choral’라는 제목의 곡이 베토벤의 작품 중엔 또 하나가 있다. 그야말로 클래식 음악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는 곡인데 피아노, 오케스트라, 그리고 합창단까지 죄다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이름하여 ‘합창 환상곡’, 정식명칭은 ‘피아노와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이란 이름의 곡이다.

우선 이 곡을 이야기하기 앞서 9번 교향곡에 대한 이야길 좀 하자면 베토벤은 9번 교향곡을 완성한 후 3년 만에 사망하였다. 그의 나이 54세 때에 작곡하고 57세에 사망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곡은 베토벤이 이미 젊은 시절부터 꽤 오랜 세월에 걸쳐 고심과 고심을 거듭하여 작곡을 구상하였다. 바로 이 합창 환상곡이 그 구상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베토벤은 당시의 음악적 고정관념에서 한참은 벗어난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에 이르는데 바로 관현악과 합창을 더한 것이었다. 베토벤의 생애를 다룬 몇몇 영화에서도 이 부분이 나오지만 이는 당시로선 엄청난 충격이며 파격이었다. 그리고 베토벤은 합창 환상곡을 통해 훗날 필생의 역작으로 남게 될 합창 교향곡의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다.

곡의 피아노 파트를 들어보면 잘 알 수 있다. 바로 교향곡 9번의 4악장, 환희의 송가를 부르는 장면을 피아노로 멋들어지게 연주하고 있다. 즉, 한 대의 피아노가 독주를 하고 또 그 뒤엔 오케스트라가 받쳐주면서 하나의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데 성공하고 그 뒤를 이어 또 사람의 목소리가 떼로 웅장하게 외치면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그가 이 곡을 작곡하였을 당시 38세였다. 그리고 그 후 16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대작 9번 교향곡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이것저것 떼로 다 때려 넣고 단악장으로 구성된 곡이라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지만 적어도 삼중협주곡보다는 듣기 좋은 느낌이다. 게다가 9번 교향곡의 합창부분을 피아노로도 들을 수 있고 합창으로도 들을 수 있으니 친숙해지기도 쉽고. 뭐든지 마트형 종합세트가 잘 먹히지 않나? 이거 사러 이 가게에 가고 저거 사러 또 저 가게에 가느니 한번에 몰아서 사면 더 편하듯이 이 곡도 한 번에 몰아서 세 가지를 감상할 수 있으니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악장이지만 3부로 되어 있다. 1부는 피아노 독주, 2부는 피아노 협주, 그리고 3부는 여기에 합창까지 가세하여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제르킨과 라파엘 쿠벨릭이 함께 작업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수록 음반. 제르킨이 남긴 수많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음반 중의 하나이다.

꽤 많은 음반들이 있다. 리히터-잔데를링, 제르킨-번스타인, 폴리니-아바도, 브렌델-하이팅크, 그리고 21세기 이후에 나온 음반 중엔 그뤼모-살로넨의 음반이 있다.
소개하는 음반은 제르킨-쿠벨릭의 음반이다. 제르킨에 대해선 언젠가 다시 제대로 소개할 날이 있을 것이다. 이 사람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진짜 길다. 제르킨은 다른 곡도 물론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에 관해선 도가 틀대로 튼 사람 중의 하나였다. 너무도 많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의 음반, 특히 5번 ‘황제’에 있어서 제르킨의 음반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르킨의 톡톡 쏘는 듯한 명쾌한 터치의 감각과 함께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합창의 하모니를 느껴보시기 바란다.

Rudolf Serkin piano
Rafael Kubelik (conductor)
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Chor des Bazerischen Rundfunks
녹음: 1977/10/30 Stereo, Analog
장소: Herkulessaal der Münchner Reside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