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곡

SCHUBERT: Piano Sonata No. 21 in B flat major D. 960

sniper 2009. 12. 29. 01:09

기타를 연주하며 작곡하는 슈베르트. 그는 기타가 자신의 작은 관현악단이라고 표현했다. 왜 그가 기타를 연주하며 작곡했는지의 이유는 이 글의 맨 밑에 나온다.

SCHUBERT: Piano Sonata No. 21 in B flat major D. 960

내 블로그에 접수된 두 번째 신청곡이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2009년을 넘기기 전에 이 곡을 올리게 되어 홀가분하다. 눈물나는 삶을 살다간 천재 청년 프란츠 슈베르트의필사의 혼이 담긴 이 작품은 슈베르트의 모든 피아노 독주곡 중에서 가장 뛰어난 예술성으로 극찬을 받는다. 이토록 추운 겨울에 슈베르트가 남긴 '겨울 나그네'의 처연했던 심정으로 이 곡을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이 곡은 그야말로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야 하는 곡이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듣보잡 아닌 듣보잡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건 아니건 간에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의 작품을 생각나는대로 몇 개만 얼른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교향곡 8번 ‘미완성’, 9번 ‘그레이트’, 그리고 피아노 5중주 ‘송어’(숭어가 아니다. 헷갈리지 마시길), 그리고 첼로 소나타로 잘못 알기 쉬운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 그리고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그 외에 수많은 가곡들 중 몇몇 곡을 언급할 것이다. 달리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슈베르트하면 가곡이요, 가곡하면 슈베르트이다. 불과 31년을 살면서 1000곡이 넘는 곡을 작곡하였고 그 중에서도 가곡은 603곡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슈베르트하면 떠오르는 많은 곡들 중 피아노 독주곡은 어느 틈에 그 위치를 상실해 버렸다. 그가 남긴 주옥 같은 피아노 독주곡들이 틀림없이 건재하고 있음에도 어느 틈엔가 듣보잡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슈베르트가 남긴 피아노 독주곡들은 뜻밖에도 홀대받는 경향이 강하다. 가장 많이 연주되고 익숙한 멜로디라면 즉흥곡 4번을 꼽을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소나타 형식이 아닌 피아노 독주곡, 그리고 피아노 소나타가 21곡이나 존재하지만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독주곡들에 비해선 이상하리만큼 듣보잡 취급을 받고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은 감상용의 목적보다 연주자들의 연주회 레퍼토리용으로 더 많이 쓰인다는 것과 둘째, 베토벤을 비롯한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래서 독창적인 개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처럼 다른 유명한 작곡가들의 피아노 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 특히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 슈베르트의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 불리는 세 곡이 있다. 그의 생애 마지막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작곡한 19, 20, 21번 소나타이다. 흔히 이 세 곡을 그의 3대 피아노 소나타라고 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 ‘비창’, ‘월광’, ‘열정’을 3대 소나타라고 부르는 것처럼.

베토벤처럼, 베토벤만큼, 그리고 베토벤을 넘어

슈베르트는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만큼은 성실했다. 그를 후원하는 모임 '슈베르티아데'까지도 있었다. 그리고 친목회 속에서 도사렸던유혹의칼날이 천재 청년의 목숨을 앗아가게 된다.

슈베르트의 평생 목표는 바로 베토벤처럼 되는 것이었다. 베토벤처럼, 베토벤만큼. 그래서 슈베르트는 자신이 쓴 작품들을 대단히 냉혹하게 평가했고 스스로 진정한 작곡가가 되기 위한 길은 ‘베토벤처럼, 베토벤만큼’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슈베르트는 대단히 내성적이면서 심성이 고왔다고 전해진다. 남의 부탁을 매몰차게 거절할 줄도 모르고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며 개고생을 하였어도 타인들에게 항상 관대하고 친절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모차르트는 너무 잘난 맛에, 베토벤은 너무 비타협적인 성격때문에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기 절대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후원인 중 한 사람이며 슈베르트와 가장 친한 친구였던 시인 쇼버라는 사람은 밤의 황제이기도 했다. 그를 따라다니며 밤마다 엽색행각을 마다하지 않던 이 천재 젊은이는 그만 매독에 걸리고 매독에 걸린 후 어처구니없게도-전적으로 의학에 무지했던 시대적 이유에 기인하겠지만-매독의 치료를 위해 수은을 복용하였고 결국 수은중독으로 31세의 젊다 못해 어린 나이에 세상과 작별을 한다.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어쨌든 이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그토록 존경했고 그와 같은 작곡가가 되기로 노력해서 그의 생애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중 19번과 20번은 그의 목표인 ‘베토벤처럼’ 작곡하는데 성공하였다고 그 스스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작곡한 곡이 바로 피아노 소나타 21번이 되겠다. 이처럼 슈베르트의 생애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21번은 수많은 평론가들에게도 극찬을 받은 작품이었는데 그가 그토록 원했던 ‘베토벤처럼, 베토벤만큼’을 오히려 더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이후 가장 위대한, 슈베르트 피아노 곡 중 가장 뛰어난 곡이란 평가를 받기에 이른다.

한가지만 더 첨언하자면 난 클래식 음악을 알게 되면서 많은 예술가들의 인생도 함께 알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눈물 나는 삶을 살았던 베스트 3에 들어가는 사람이 바로 슈베르트이다.

진짜 눈물나는 삶을 살다간 31세 천재 젊은이가 생애 마지막, 그가 세상을 뜨기 전 2개월 전에 작곡한 천재성을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란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곡으로 가장 유명한 타짜는 현존하는 화석 같은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이다. 이 냥반. 2008년 12월, 그러니까 딱 일 년 전에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알프레드 브렌델의 음반이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데 난 사실 브렌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의 음반은 없다. 그리고 리히터의 연주가 또 명연 중의 명연으로 꼽힌다. 프라하 실황 음반을 갖고 있는데 그보다는 클리포드 커즌 영감의 피아노 연주로 한 번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일전에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소개하면서 커즌 영감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긴 했지만 그가 이룬 많은 업적에 비해 적은 녹음만을 남겨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하나이다. 슈베르트의 이 아름다운 피아노 소나타 곡도, 커즌이란 거장도 알기 전에는 이른바 ‘듣보잡’취급을 받는 것이 왠지 묘하게 일치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커즌은 1972년까지 데카에서만 녹음활동을 했다. 1972년 이후 BBC 등에서 녹음활동을 했으나 1972년이그의 실질적인마지막 녹음활동의 해로 봐도 무방하다. 이 음반은 그의 1941년부터 1972년까지 30여년의 음원들을 모아놓은 데카의 4CD 기획음반이다.

* 여러분을 위한 뽀~오너스


1. 이 곡은 슈베르트의 생애 마지막, 진짜 마지막 작품 중 하나였다. 작품번호가 무려 960이나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생전에 출판되지도 못했고 사후 11년이 지나서야 출판되었다.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들은 3대 피아노 소나타, 그리고 가곡집 겨울 나그네, 그리고 9번 교향곡이었다.


2. 슈베르트는 너무 가난해서 피아노를 갖지 못했다. 세상에~. 그래서 그는 주로 기타를 치면서 작곡을 했다. 피아노를 가져보지도 못한 이 가난하고 불우한 청년이 21번 소나타와 같은 대곡을 만들어 낸 것이다.


3. 슈베르트가 이 곡을 완성하고 9번 교향곡을 완성할 무렵 그는 더 이상 가곡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는 교향곡, 그리고 그토록 존경했던 베토벤마저도 뛰어 넘지 못했던 오페라만을 쓰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그가 살았던 31년만큼만 더 살았다면 독일 오페라의 황제는 바그너가 아니라 슈베르트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4. 커즌의 연주를 들어보면 자주 느낄 수 있는 그의 버릇이 있다. 연주 중 허밍을 많이 하는 것. 글렌 굴드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 허밍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 연주도 잘 들어보면 허밍소리 엄청 들어갔다.

Clifford Curzon (piano)
녹음: 1972/9 Stereo, Analog
장소: The Maltings, Snape

전악장 연속재생

1악장 Molto moderato


2악장 Andante sostenuto


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con delicatezza


4악장 Allegro, ma non troppo